(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중서부와 동북부를 강타한 폭풍우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29일 밤 10개 주(州)를 휩쓸고 간 폭풍우로 나무와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3일 현재 137만 가구에 여전히 전력이 공급되지 않고 있다.
'드레초'(derecho)로 불리는 이번 폭풍우는 버지니아주에서 뉴저지주에 이르기까지 430만가구에 영향을 미쳐 적어도 22명이 사망했다.
드레초는 먼 거리를 직선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폭풍의 한 형태로, 미국 중서부에서 시작돼 애팔래치아산맥을 넘으면서 동남부에서 유입된 고기압과 합쳐져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것으로 기상학자들은 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말까지도 전력이 복구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최대 원전 사업체인 엑슬론은 이날 성명에서 "메릴랜드주를 강타한 엄청난 바람과 비가 막대한 피해를 줬으며, 상당 부분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펩코, 도미니언 등 각 전력회사는 전체적으로 75% 가량 전기 공급을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말까지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워싱턴DC 인근과 필라델피아 등 미국 중부의 기온은 주말까지 화씨 90도(섭씨 32도)를 넘을 것으로 관측됐다.
오클라호마주 노먼에 있는 폭풍예보센터에 따르면 버지니아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폭풍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 드레초는 강한 돌풍을 동반한 통상 시속 58파일(93㎞)의 폭풍우로, 인디애나 포트웨인에서는 91마일, 버지니아 덜레스 공항에서는 71마일을 기록했다.
밥 맥도널 버지니아 주지사는 전날 "전력회사는 이런 기록적인 수준의 정전 사태는 주로 허리케인이 내습한 이후에나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한다"며 "특히 피해가 심한 버지니아 남서부와 북부의 전력까지 완전히 복구하는데 이번 주말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일 웨스트버지니아주와 오하이오주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워싱턴DC 근교에 거주하는 연방정부 직원들은 복구를 위해 집에서 일하거나 예정되지 않은 휴가를 사용하는 것도 허용됐다.
빈센트 그레이 DC 시장은 "시청은 폭풍 피해 때문에 비상 상황을 유지하면서 레크리에이션 센터나 공공 도서관을 전기 공급이 끊겨 냉방 등이 불가능한 시민을 위한 휴식처로 제공한다"고 공식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워싱턴DC를 위주로 전력을 공급하는 펩코는 이날 현재 11만8천여가구에 전기가 들어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지니아 리치먼드 소재 도미니언은 13만9천여가구에 전기를 넣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달 8일까지는 모든 가구의 전력이 원상회복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는 오하이오,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주의 76만8천 가정과 기업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흘째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전기·가전제품을 사용할 수 없어 냉방, 취사 등을 할 수 없는 시민들의 불편도 점점 커지면서 불만도 팽배해지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