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교회 위한 전략적 접근법 도출될 듯
▲오상철 박사, 박희민 박사
북미주 한인교회의 실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완성을 앞두고 있다. 미국 이민신학연구소가 지난 1년 3개월간 북미주 한인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가 통계를 거쳐 구체적인 분석까지 마친 상황이다.
이미 지난 18일 나성영락교회에서 이민신학 심포지엄이 열려 이 자료가 참석자들에게 공개됐으며 25일부터 27일까지 3일에 걸쳐 LAX 인근 호텔에서 교계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이 자료를 분석, 평가하는 전략 회의도 열렸다. 이 설문조사는 이민교회 역사 100년을 추측이 아닌 구체적 통계로 정리해 낸 최초의 자료일 뿐만 아니라 미래와 방향성을 예측케 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를 포함한 미주의 1세 목회자, 2세 목회자, 평신도, 다민족 4109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는 이민교회백서 형식으로 출판을 앞두고 있으며 본지에서는 매주 한차례씩 이번 설문조사 결과 중 중요한 내용을 뽑아 현장 목회자들의 평가와 함께 분석, 공개할 계획이다. 이 기념비적인 작업을 감당했던 이민신학연구소의 소장 오상철 박사와 내셔널서베이위원회의 박희민 박사를 만나 본다.
-한인 이민교회 최초의 역사적 평가물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박희민 박사: 지금까지 4천여 이민교회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정확한 자료가 없었다. 그래서 현 이민교회의 정확한 주소가 어디인지, 그 실상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장기적인 목회 계획이나 비전을 수립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조사를 통해 그런 부분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게 됐다.
오상철 박사: 한인교회가 그동안 영성에 있어서는 미국교회의 주목을 받아 왔지만 ‘데이터에 약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개인의 생각이나 경험만 갖고 목회를 평가, 계획하며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제 이 자료에 기반해 보다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1세 목회자와 2세 목회자의 갈등, 사일런트 엑소더스, 교회의 권위 실추 및 사회 참여 등 다양한 분야의 설문이 진행됐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문은?
오: 1세 목회자들 대부분이 보수적인 신학 성향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54.9%) 그런데 그 보수적 신학에 갇혀서 이민사회라는 특수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한인사회와 미국사회의 현안들에 무관심한 성향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박: 성도들이 예배 중 가장 중시하는 것은 역시 설교였다.(전체 1779명 중 1622명 중복응답) 담임목회자의 활동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것도 역시 설교였다.(전체 627명 중 616명 중복응답) 그만큼 이민교회 목회자가 가장 신경써야 할 사역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일이었다.
-설교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정작 목회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헌신과 섬김의 모습이었다.(전체 603명 중 425명 중복응답)
박: 설교를 통해 영적 은혜와 감동을 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설교한대로 사는 목회자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 볼 수 있다. 2세 목회자들도 헌신을 1세 목회자로부터 배울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50.8%)
-이민교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목회자의 자질(1765명 중 954명)과 내적 갈등(1127명)이 꼽혔다. 그 원인으로는 재정문제가 51.9%, 담임목사와 장로의 갈등이 46.7%로 나타났다.
오: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목회자와 장로의 갈등에서 목회자의 자질에 대한 논란이 나오고 그것이 교회 내적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주요한 원인은 역시 재정 문제라 볼 수 있다. 교회 예산을 어느 곳에 사용하느냐에 대한 목회자의 초점과 평신도들의 초점이 다를 경우 이것이 갈등으로 증폭될 소지가 높다.
-2세와 갈등 문제는 어떤가?
박: 2세 대다수는 한국적 문화가 부담이 된다고 밝혔고 1세의 강한 명령조의 목회 방식에 불만이 있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응답자가 176명이었던 데에 반해 아예 응답하지 않은 이도 441명이었다. 1세들 역시 2세 목회자가 교회를 사임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1세 목회자와의 문화적 갈등(490명 중 283명 중복응답)을 꼽았다.
-이 작업을 완료하며 한 말씀씩 덧붙인다면.
박: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러나 이에 그치지 말고 앞으로 목회자, 신학자, 신학생들이 이 자료에 근거해 더욱 학문적으로, 목회적으로 도움을 받을 뿐 아니라 이 자료 자체를 구체화시켜 갈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신학교에서 이 자료에 근거해 과목이 개설되고 연구가 계속되길 기대해 본다.
오: 현재까지 한인교회의 사역 부분 부분을 컨설팅해 주는 사역이 없었던 점이 참 안타까웠다. 이제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졌으니 이 자료를 통해 이민신학연구소에서는 한인교회의 갈등, 2세 사역, 사회 참여, 예배 등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을 구상해 보려고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