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은 25일 살인죄가 확정된 청소년(juvenile)에게 가석방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5대 4의 대법관 판결로 이는 잔인하고 비상식적인 처벌을 하지 못하게 한 수정헌법 8조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판결문에서 "수정헌법 제8조는 청소년 범죄자들에게 가석방의 가능성이 아예 없는 종신형 선고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0년 5월 살인이 아닌 다른 중범죄를 이유로 청소년에게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연방대법원 판결에 더해 10대 범죄자가 어떤 죄로든 사형 선고를 받거나 언젠가는 풀려날 수도 있다는 기대조차 없이 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내는 일은 없게 됐다.


이번 결정은 사건 당시 각각 14세이던 에반 밀러와 컨트릴 잭슨의 강도·살인 사건에서 시작된 것이다.


밀러는 앨라배마주(州)에서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를 피해 가출해 트레일러에서 살던 중 술에 취한 이웃과 싸움 끝에 집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잭슨은 아칸소주에서 비디오 가게에 총을 들고 침입했다가 가게 주인을 쏴 살해한 혐의가 확정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을 대리해 위헌 심판을 청구한 앨라배마주 인권 변호사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미국 19개주가 14세 이하 아동에게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청소년들에게는 아주 의미있는 승리"라고 말했다.


1974년 제정된 청소년사법 및 비행방지법(Juvenile Justice and Delinquency Prevention Act)은 '청소년'을 18세가 되지 않은 사람으로 규정했지만, 그 연령은 주마다 약간씩 다르다.


인권 감시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미국에는 2천500명의 청소년이 절대적 종신형을 선고받고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