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각) 페루에서 헬기 추락사고를 당한 한국인 중에는 비운의 농구스타 김현준 씨의 동생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10일 삼성물산 등에 따르면 사고 헬기에 탑승했던 삼성물산 김효준(48) 부장은 1999년 12월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현준 씨의 친동생이다. 김현준 씨가 1999년 10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데 이어 김 부장도 이번 사고로 실종됐다.


1980년대 자로 잰 듯한 정확한 슛으로 '전자슈터'라는 명성을 얻은 김현준 씨는 당시 '슛도사' 이충희 씨와 함께 쌍벽을 이루며 우리나라 농구사의 한 획을 그었던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농구 국가대표를 지낸 그는 삼성전자를 1984년과 1987년 농구대잔치 우승으로 이끌었고, 농구대잔치 사상 처음 5천 득점과 6천 득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23년 동안의 화려한 선수생활을 마친 후에는 농구의 본고장인 미국으로 유학을 다녀온 그는 삼성 썬더스 농구단에서 코치를 지내는 등 최고의 선수에서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다. 그러나 지도자의 꿈을 제대로 펼쳐 보지도 못한 채 1999년 10월 출근을 위해 타고 가던 택시가 중앙선을 넘어 달리던 차와 정면 충돌해 생을 마감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9세였다.


김현준 씨가 농구 인생을 줄곧 삼성에서 걸어온 것처럼 동생인 김 부장 역시 인생을 삼성물산에서 바친 '삼성맨'이었다. 그는 1990년 삼성물산에 입사한 뒤 줄곧 사회간접자본(SOC) 영업을 맡아 온 전문가로 발전·수자원·에너지·도로 등 SOC 민자사업의 영업을 총괄했다.


김 부장은 특히 삼성 썬더스가 김 코치를 기리기 위해 '김현준 장학금' 행사를 할 때마다 참석, 농구 유망주들에게 직접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형의 뜻을 잇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페루에 수력발전소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발전소 후보지를 공중 시찰하고 돌아오다가 사고를 당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애통함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정연주 부회장은 10일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땀 흘리던 우리 동료가 희생돼 너무나 충격이 크고 안타깝다"며 사고 수습을 위해 현지로 출국했다.


산악지대에서 암벽에 충돌한 것으로 보이는 것으로 사고 헬기의 잔해가 발견되면서 탑승했던 한국인 8명 등 승객 14명 전원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최종적으로 사망이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한편 사고를 당한 삼성물산 직원의 가족들은 이날 오후 페루 현지로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