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에서 집집마다 갖고 있는 상비약 미라랙스는 본래 성인들이 먹는 설사제다. 하지만 이 약은 본래 용도보다는 어린이 변비약으로 훨씬 많이 쓰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약을 성인에게만 투여하도록 허용했으며 그것도 일주일 이상은 계속 먹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런 처방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무색무취의 이 약은 오렌지주스나 물에 쉽게 녹기 때문에 부모나 의사들이 자녀나 환자들에게 변을 보도록 하기 위해 이 약을 주저 없이 먹인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스의 소아과전문의 스캇 코언 박사는 "내 환자 중에는 이 약을 수년간 매일 먹은 어린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 환자에게 이 약을 처방하면서 물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이 약의 성분인 폴리에틸렌 글리콜 3350, 즉 PEG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연구는 아직 없다. 하지만 이 약이 왜 수년간 어린이에게 처방됐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는 시각이 많다.


지난주 뉴욕의 한 소비자단체는 PEG와 관련된 부작용에 대해 부모들의 우려를 담은 시민청원을 FDA에 보냈다. 보건 전문가들과 소비자들은 지난 10년간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왔다.


현재 이 약의 포장에는 어린이에 사용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한 언급이 없다. 그에 대한 장기적 연구도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 약을 장기적으로 사용했을 때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글이 수천 건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수십 명의 소아과 및 위장 내과 전문의들을 인터뷰한 결과 일선 병원에서는 이 약을 수개월, 혹은 수년간 장기복용해온 어린 환자들이 아주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많은 의사도 어린이 변비 치료를 위해 PEG 투여를 권장했다고 인정한다.


전국소아병원 위장내과의 카를로 디 로렌조 과장은 "지금으로부터 30년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아는 한 이 약은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