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베네딕트 16세 교황이 5일 여성 사제서품 등을 요구하는 가톨릭 내 개혁 세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교황은 이날 일련의 부활절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미사에서 성직자들의 독신과 순종 서원에 관한 강론을 통해 "유럽 국가들에서 일단의 성직자들이 이 서원에 대한 불복종을 요구하고 나섰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여성은 물론 결혼한 남성에 대해서도 사제 서품을 해야 된다고 주장해온 오스트리아의 소위 `성직자 이니셔티브' 등의 이름은 직접 거명하지 않았으나 이들의 주장에 대해선 날카롭게 비판했다. 교황은 "이 성직자들은 여성 사제 서품에 관한 일 등에 대해 교회가 이미 명백하게 결정한 것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자신의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생전에 "교회는 여성에게 사제 서품을 할 권한을 주님으로부터 부여받지 않았다"고 한 말을 인용하면서 이는 요한 바오로 2세도 `변경이 불가능한' 것임을 밝히며 분명하게 거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톨릭 교회는 예수가 남성들만을 제자로 삼았다는 점을 들어 여성의 사제 서품을 금지하는 교리는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난 1994년 여성을 사제직에 서품할 수 없다는 교령(敎令)을 발표했고, 교황청은 2008년에도 가톨릭 교회법에 반해 여성에 사제직을 서품하는 주교들과 해당 여성들을 '자동 파문'에 처한다는 내용의 교령을 발표했다.
반면에 여성 사제 서품 지지 세력은 그리스도가 당대의 사회 관습에 따라 남성들만을 사제로 삼았을 뿐이라며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여성 사제 서품은 사제의 수가 부족, 한 명이 여러 교구를 함께 관할하는 문제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요구는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유럽 국가. 미국, 호주 등에서 특히 거세다.
한편 베네딕트 16세 교황은 이날 저녁 예수가 최후의 만찬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일을 기념하기 위한 전통적 행사인 세족식(洗足式) 미사 등을 주관했다. 교황은 6일엔 로마 콜로세움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묵상하는 `십자가의 길' 행사를, 7일엔 부활 전야 미사를 주재한다. 이어 8일엔 부활 주일 미사를 주재하고 성베드로 광장에서 전 세계에 축복과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