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오이코스 대학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때 침착한 대응으로 7명의 동료 학생과 교수의 목숨을 구한 여학생이 '영웅'으로 떠올랐다.
미국 언론은 4일 범인 고수남(43)이 총기를 난사한 강의실 바로 옆 강의실에서 수업 중이던 데첸 양좀(27)이 총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잠그고 불을 끈 뒤 숨을 죽이고 엎드려 있도록 한 결과 더 큰 참사를 막았다고 칭찬하는 기사를 일제히 실었다.
인도에서 살다 미국으로 이민 온 티베트인 양좀은 CBS와 인터뷰에서 문을 잠그고 불을 끄지 않았다면 자신을 포함해 강의실에 있던 8명은 모두 고수남의 총에 맞아 죽었을 것이라고 끔찍했던 순간을 설명했다.
가까운 거리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양좀은 본능적으로 문으로 뛰어가 잠금장치를 눌렀다. 그리고선 조명을 끄고 학생들에게 책상 밑에 숨으라고 말했다. 당시 강의실에는 양좀을 포함한 학생 7명과 교수 1명이 있었다.
총소리가 멈추는가 싶더니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옆 강의실에서 학살극을 벌인 범인 고수남이었다. 잠긴 강의실 문을 쾅쾅 발로 차던 고수남은 문이 열리지 않자 문에다 총을 서너발 쐈다. 문을 뚫고 들어온 총탄에 맞아 유리창이 깨지면서 파편이 쏟아졌다. 유리 파편이 마구 튀는 깜깜한 교실 바닥에서 양좀을 비롯한 8명은 숨을 죽인 채 엎드려 꼼짝하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줄 알고 고수남이 물러갔다. 밖에서 한 차례 더 총소리가 났고 한 여자의 비명이 들렸을 때 양좀 일행은 공포에 질렸지만 숨을 삼켰다.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양좀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911에 전화해주세요" 양좀은 딱 한마디만 했고 남편은 다른 질문 없이 곧바로 911에 전화를 해서 신고했다.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교실에서 그대로 머물러 있다가 안전하게 구조된 양좀 일행은 7명이나 숨진 참사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그제야 알게 됐다. 양좀은 "본능적으로 움직였을 뿐"이라면서 "대단한 일은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양좀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양좀이 항상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주곤 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범인 고수남과는 면식이 없다는 양좀은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잠갔을 뿐이었는데 하루가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때 문을 잠그지 않았으면 우리 모두 죽었을 것"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