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의 눈을 돌려 주세요……”

아이의 눈을 보며, 그리고 진료를 기다리며 희망의 미소를 지으시던 아이의 할머니를 보며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진료를 받고 다시 건강한 눈으로 회복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우리 한계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그 아기는 이미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는 상태로 생의 첫 진료를 받았습니다. 부질없는 일이겠지만, “조금만 일찍 안과 의사의 진료를 받았으면…”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겠지요. 그런데 자꾸만 우리 잘못인 것 같은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큰 병원에 가서 눈을 적출해야 한다는 말을 해야만 하는 의사, 그리고 그것을 통역해야 하는 사람도 쉽게 말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그 아이의 눈을 다시 보기 힘들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그리고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떨구어야 했습니다.


사담 하센 가족

양안 모두 선천성 백내장으로 앞을 볼 수 없었던 사담 하센의 가족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처음 찍는 사진에 하센의 형의 표정이 많이 굳어 있네요. 비록 수술 전이라 하센은 사진을 볼 수 없었지만, 형은 사진을 보고 밝게 웃으며 긴장을 풀고 이야기를 시작하였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한 그의 손은 온통 굳은 살로 딱딱하였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분투한 삶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서로 책임져주고 지켜주는 작은 공동체로 모여진 이 가족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수술할 환자들이 너무 많아서 하센의 다른 쪽 눈도 수술을 해야 할지를 잠시 망설였지만, 팀원들이 주저 없이 수술을 해주기로 결정하고 다음날 다시 와서 양안 모두 백내장 수술을 잘 마치었습니다.

하센이 받은 빛을 스스로 누군가에게 다시 돌려줄 것이 분명합니다. 가족의 사랑과 격려, 책임져 주는 깊은 관계가 그를 분명 방글라데시의 작은 빛으로, 희망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그 작은 빛이 커지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비추어 주길 바랍니다.


아가미 보초레

가장 하기 어려운 말이며, 또 동시에 제일 많이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바로 “내년에 다시 오세요” 라는 뜻의 방글라데시어 입니다. 그 말을 힘들게 전하긴 하지만, 듣는 사람 역시 쉽게 발걸음을 돌리지 못합니다. 전화도 없는 곳에서 사는 많은 사람들은 그만큼 정보에 취약합니다. 언제 비전케어 캠프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기에 발걸음을 쉽게 돌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지프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는 팀원을 잡고 말을 꺼내시지만, 알아 들을 수 없는 저희로서는 “미안해요. 내년에 다시 오세요” 라는 말 밖에 해줄 말이 없습니다. 동시에 고마움을 표시하며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대하면서 행복해집니다. 내가 그들을 돕는 것인지, 그들이 우리를 행복, 가족의 의미를 알려준 것인지 잘 모르겠네요.

시각장애


시력을 잃는 다는 것은 개인적 불편함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특별히 저개발국에서는 더욱 그러한데,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없게 됩니다. 이것은 극빈자의 삶을 의미합니다. 또한, 가족에게는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기도 합니다. 국가적으로도 그 개인으로 인해 늘어날 수 있는 부가가치가 발생되지 못하고 오히려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되어 개발에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는 간단한 수술로 시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여 실명이 되어 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가난과 낙후된 의료환경 때문에 실명인 체로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외부의 도움 없이 시력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함께 보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비전케어의 활동이 그들에게 새로운 빛과 희망이 되어 공부하고 일할 수 있도록 돕는 이 일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을 것입니다.

감사함을 전하며…

안그래도 바쁜 병원일에 캠프까지 꼬박 꼬박 챙겨 가시는 문산제일안과 임동권 원장님. 비전케어 캠프에 처음 참하시어 몰려드는 환자들을 너끈히 소화하시고 탈진의 지경까지 이르시며 수술에 온 힘을 쏟으신 대전 보다안과 송영진 원장님. 아빠 따라 잘 모르고 왔다고 했지만, 팀의 막내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검안실에서 ARK, 나안시력검사, A-SCAN을 책임지고 훌륭히 수행한 송주현학생. 예멘에서 안과의사로 수년을 봉사하시고 지난번 파키스탄 캠프에 이어서 이번 방글라데시까지 함께 해주신 유머와 실력을 갖추신 휴머니스트 배지홍 원장님. 귀한 휴가를 내고 정확한 백내장 수술을 위해서 A-Scan을 완벽하게 찍어주시며 검안실을 이끌어 주셨던 훈남 이현민 검안사님. 수술실에서 최선의 수술을 위해서 늦은 밤까지 이어진 수술을 진행해주신 한분희 간호사님, 최진선 간호사님.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손에 습진이 생기며 소독에 매진하던 곽푸른 학생, 전경선 학생. 산동실에서 환자들과 함께 마주보며 수술 준비를 하던 하정선 선생님, 수술 스케줄을 잡으시며 외래진료실을 책임지신 유병국 선생님. 그리고 이루 열거할 수 없는 수 많은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비전케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