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의 경전 중의 하나인 “주역”(周易)의 건괘(乾掛)편에 보면, 용(龍)의 발전 단계를 네 가지로 기술해 놓았습니다.

첫째로 “잠룡”(潛龍)의 단계입니다. 말그대로 연못에 깊이 잠겨서 덕을 쌓고 도를 닦는 용입니다. 아직 아무런 존재감이 없습니다. 미꾸라지 같은 잔챙이 물고기들이 오가면서 시비를 하고 흙탕물을 일으켜도 온갖 고초를 견뎌내면서 조용히 기다려야 합니다. 괜히 열 받아서 폭발하거나 조바심을 일으켜서 용트림을 하게 되면 즉시 “이무기”로 전락하고 맙니다. 뱀도 아니고 용도 아닌 괴물이 되고 맙니다.

둘째는 “현룡”(見龍)의 단계입니다. 이제 드디어 득도해서 세상에 자신을 알리는 순간입니다. 서서히 진가를 알아 본 무리들이 관심을 갖고 모여 들기 시작합니다. 여러가지 감언이설이나 찬사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때 좀 되는 듯 싶어서 목에 힘을 주거나 어깨를 으쓱거리면 그 즉시 “개천의 용”으로 추락하고 맙니다. 항상 성실한 자세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겸손하게 선을 베풀어야 합니다.

셋째는 “비룡”(飛龍)의 단계입니다. 말 그대로 “날으는 용”입니다.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승천합니다. 최고의 기쁨과 감격을 만끽하게 됩니다. 조금만 방향을 틀고 머리를 휘저어도 비, 바람이 쏟아지고, 천둥과 벼락이 떨어집니다. 세상으로부터 신적인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게 됩니다. 요즘 “아이돌 스타들”처럼, 한 번만 쳐다봐 주어도 눈물 흘리며 감격하는 사람들로 가득 찹니다. 하늘 아래의 세상이 모두 다 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칫 잘못해서 안하무인이 되면 땅바닦으로 추락하게 됩니다. 그래서 “용용 죽겠지!”라는 놀림과 비아냥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항룡”(亢龍)의 단계입니다. “이미 하늘에 오른 용”입니다. 절정의 경지에 올랐습니다. 명성과 권세가 하늘을 찌를듯한 것이 아니라, 이미 찔렀습니다. 사람들도 이 단계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목에 “깁스”(Gips/Cast)를 하게 됩니다. 존귀하기 때문입니다. 항룡은 신령하고 경외로워서 아무도 접근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항상 외롭습니다. 그래서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생겼습니다. “끝까지 다 오른 용은 후회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미 충분히 올랐는데도 더 오르려고 욕심을 낸다든지, 최고의 자리에서 심술을 부리게 되면 비극적인 종말을 맞게 됩니다.

항룡은 항상 베풀고 돌보는 섬김의 자리에 있어야만 진가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2012년은 “용띠의 해”라고 합니다. 내가 “잠룡인지, 현룡인지, 그리고 비룡인지 아니면 항룡인지?” 어떤 단계에 있는 인물인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각 단계의 용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정신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선을 베푸는 것”입니다. 그것이 인생을 복되고 보람있게 만드는 열쇠입니다. 친한 친구들끼리 던지는 농담 중에 “그래! 용되라 용돼!”라는 말이 있는데, 말 그대로 “선을 베푸는 삶”을 통해 “용되시는 한 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네가 선을 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꺼이 선을 베풀어라.” (잠언 3: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