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계 교회가 곧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대강절(또는 대림절)이 끝나가고 있다. 평화의 왕으로 오시는 주님을 맞을 채비를 하는 계절에 주님의 오심을 음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한국에서 전해온 소식 중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한국의 대표적 재벌 총수였던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인 1987년 10월, 한 가톨릭 신부에게 묻는 24개 항의 질문이었다. 그 내용은 “신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는가?,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종교란 무엇이며 왜 인간에게 필요한가? 우리나라에는 두 집 건너 교회가 있고, 신자도 많은데 사회 범죄와 시련이 왜 그리 많은가? 지구의 종말은 오는가?” 등등이었다. 이 의문은 인류가 안고 있는 가장 근원적, 원초적인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해 고민하는 문제들이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은 “머니 머니해도 머니(Money)가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돈만 많으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벌기 위해 온 생애를 건다. 사업하다 실패하면 자살을 하기도 하고, 수많은 비리가 돈과 연결되어 있다. 이병철씨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조그마한 미곡상을 시작으로 오늘의 삼성재벌을 이룬 입지전적 인물이다. 한 때 사카린 밀수 사건에 휘말려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온갖 어려움이 있었지만 큰 꿈을 갖고 거대한 재벌이 되는 이상을 실현하였다.

그러나 말년에 병이 짙어지고 생명의 한계를 느끼면서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후 세계는 있는 것인가, 있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심각한 의문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 문제는 비록 이병철씨 만의 문제가 아니고 죽음 앞에 직면한 모든 인류의 공통된 질문이다. 젊고 건강하고, 인생이 구만리처럼 펼쳐진 사람들에게는 오직 성공, 그것도 많은 재물을 모아 거대한 기업군을 거느리는 재벌이 되는 것이 꿈일 것이다.

그러나 주체할 수 없이 많은 재물을 모았다 해서 행복을 느끼고, 인생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누가복음에 나오는 세리장 삭게오에게서 이미 보았다. 그는 비록 재산이 많아 궁궐 같은 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기름진 음식을 먹고 살았지만, 침상에 누웠을 때 찾아오는 영원의 고독을 달랠 길은 없었다. 여리고 성을 지나시는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달려가 동네 조무래기들이나 하는 뽕나무 위에 올라가 잎을 헤치고 예수님을 바라보다, 예수님과 시선이 마주친다. 주님을 자기 가정에 그리고 마음에 영접한 후에 한 그의 첫마디가 “내 재산의 절반을 팔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겠다.”는 말이었다. 재물에서 해방된 순간이다.

재물이 결코 인간의 영혼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단적 예다. 이병철 씨가 엄청난 재산을 갖고 있었지만, 죽음을 눈앞에 둔 시점에 그 재물이 무슨 소용이 있었겠는가. 인간이 원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을 재물이 결코 해결해 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예시한다. 죽음을 앞에 둔 인간은 누구나 그 죽음을 두려워한다. 특히 신앙이 없는 사람들은 그 죽음과 그 이후의 생애에 대한 공포에 짓눌리게 되어 있다. 재물이 많은 재벌 총수라고 결코 예외일 수 없다.

성탄절에 오시는 아기 예수는 이런 인간의 원초적 질문에 해답을 주시기 위해 오셨다. 세상의 그 어떤 철학자, 사상가, 종교적 천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인간의 원초적 질문에 해답을 주시기 위해 오신 것이다. 아기 예수가 이 세상에 오신 2000년 전으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병철 씨가 던진 질문에 해답을 준 사람은 없다. 인간은 그 누구도 이 질문에 해답을 줄 수 없다. 고작 해답이라는 것이 자기의 생각과 사상을 피력할 뿐이지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 못한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실 수 있다. 예수님은 그래서 세상에 오신 것이다. 그가 세상에 인간으로 오셔서 인간으로 사시면서 인간들과 더불어 인간의 말로 인간들의 질문에 해답을 주신 것이다. 그는 선언한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예수님만이 길이고, 진리고 생명이란 것이다. 예수 외에는 그 어떤 곳에도 길도, 진리도, 생명도 없다고 선언하신다. 예수님 외에도 길과 진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종교다원주의자들은 종교학자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리스도인은 아니다.

세계의 온 교회가 아기 예수를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분만이 길이요 진리이기 때문에, 이병철 씨가 던진 의문에 대한 답을 주실 분이 오직 그이만이기에 아기 예수는 오셔야 했다. 그를 통해 하나님의 영원불변의 사랑을 깨닫게 되고 인간이 부닥친 근원적 문제에 해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라기는 이 성탄에 이병철 씨가 던진 질문에 해답을 얻기 원하는 이들이 아기 예수를 영접하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인류가 던지는 모든 질문의 해답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