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릴수록 꿈(Dream)을 먹고 살고, 나이가 들수록 추억(Reminiscence)을 먹고 산다고 합니다. “살 날”이 많은 아이들은 당연히 “무엇을 하면서 살까?”에 관심을 갖게 되고, 반대로 “산 날”이 많은 노인들은 “무엇을 하면서 살아 왔는지?”에 대해서 초첨을 맞추게 됩니다.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왜 그렇게도 할 일이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먹고 싶은 것도 많고, 해 보고 싶은 것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습니다. 그러나 어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과거의 무용담으로 도배된 사랑방에 앉아 있는 느낌입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의 연속입니다.


앞 날이 창창한 아이들은 지나간 짧은 시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앞으로 긴 시간동안 함께 살아가게 될 미래와 친하고 싶어합니다. 그래서 항상 미래에 대한 밝은 청사진을 그립니다. 그러나 노인들은 미우나 고우나 함께 지내 온 세월들이 친숙합니다. 기약없는 새 날보다는 함께 지내 온 지난 세월들에 더 애정이 갑니다. 그래서 지나간 과거를 아름답게 모자이크 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추억은 항상 아름답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노인들은 당신들이 살아 온 시간들에 대해서 높은 평점을 부여합니다. 추억을 냉정하게 둘로 나누어 “좋은 기억들”은 예쁘게 간직하고 “나쁜 기억들”은 가차없이 잊어 버립니다. 그리하여 “그 때가 좋았다”, “비록 그 때는 어려웠지만, 우리는 너희들처럼 살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하며 과거 속에 살아갑니다.


젊은 날에 한 미모 안 한 사람이 없고, 맨 주먹으로 호랑이 때려 잡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 살아가는 모습을 보아서는 “그 때도 별 볼 일 없었을 것” 같은데, “그 때는 무지무지 잘 나아갔다”고 시치미를 뗍니다.


과거를 아름답게만 기억하려고 하는 이러한 현상을 “무드셀라 증후군”(Methuselah’s Syndrome)이라고 합니다. 성경 역사상 가장 오래 산 “무드셀라”(Gen. 5)의 이름을 따서 “오래 살수록 지나간 과거를 아름답게 간직하려는 경향”을 이르는 말입니다.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이 무드셀라 증후군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자녀들을 훈계를 할 때, 늘 따라다니는 습관적인 문구가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자랄 때 너같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과연 정말 그럴까요? 아이들은 “자신들과 꼭 닮은 부모”를 보면서, 심증(心證)은 있는데, 물증(物證)이 없어서 그냥 그 잔소리를 애국가 듣는 마음으로 듣고 맙니다.

목회를 하다 보면, “할 수만 있거든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분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정말, 과거로 돌아가면 행복할까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과거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져도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설사 돌아간다고 한들, 한 때 싫어서 떠난 과거가 지금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 줄까요? 단지, 과거를 아름답게 채색하려는 우리들의 “무드셀라 신드롬”이 만들어낸 착시현상일 뿐 입니다.

출애굽의 축복을 받은 히브리 민족들도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수십년 동안의 강제노동과 부역에 시달리다가 마침내 자유를 얻게 된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힘든 광야살이 속에서 애굽의 종살이를 그리워 하다가 남은 생애를 끝마쳤습니다.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거 속에서 역사하셨던 하나님을 믿고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용기있게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이것이 믿음입니다. 신실하신 주님은 반드시 “그 두려웠던 미래”도 “아름다운 과거”로 바꾸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