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지난 13일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한·미 정상 국빈만찬에서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 여사가 입은 드레스는 한국계 미국인 디자이너 '두리 정'(38.여)의 작품으로 확인돼 화제가 되고 있다.


14일 워싱턴 포스트(WP)와 CBS방송 등 미국 언론은 미셸 여사가 전날 만찬에서 입은 보라색 드레스와 이를 디자인한 두리 정을 소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미셸 여사가 입은 드레스는 한쪽 어깨가 드러난 보라색 민소매 드레스로, 허리 부분에는 시폰 천에 크리스털을 박아넣은 벨트 장식이 들어가 있고 두리 정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축성 있는 저지(jersey) 천으로 제작됐다.


이 드레스는 뉴욕을 무대로 활동중인 한국계 미국 디자이너 두리 정의 작품. 두리 정은 WP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언론사의 취재요청을 받은 뒤에야 미셸 여사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 베푼 국빈 만찬장에서 자신의 드레스를 입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히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국제무대에서 이미 수 차례 실력을 입증한 그였지만, 미셸 여사의 드레스 제작은 그에게도 '꿈의 프로젝트'였다.


올해 봄, 백악관으로부터 보라색 드레스를 만들어달라는 주문받은 뒤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미셸 여사를 직접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옷 치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 기존에 추구 해 온 편안한 스타일의 저지 소재 드레스를 만들었다.


물론 처음 제작한 드레스가 그대로 합격점을 받지는 못했다. 영부인으로서 공식 석상에서 입을 수 있는 옷보다 훨씬 과감한 형태의 옷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허벅지까지 넣었던 트임을 조정하고 하이 웨이스트 벨트 장식을 추가하는 등 적지 않은 수정 작업을 거쳤다.


그는 "부모님이 너무 큰 기대를 하실까봐 드레스 제작 사실을 부모님께도 비밀로 했다"며 "내가 통상 통상 추구하던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나지 않는 드레스를 제작할 수 있게 해 준 미셸 여사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1973년 한국에서 태어난 뒤 4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두리 정은 1995년 파슨스 디자인 학교를 졸업한 뒤 유명 디자이너 제프리 빈에게 발탁돼 6년간 디자이너로서의 기반을 닦았다.


2001년에는 뉴저지에 있는 부모님의 세탁소 지하실을 사무실 삼아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두리'(Doo.Ri)로 독립, 세계 패션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뉴욕에서 '무서운 신인'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2004년에는 미 패션디자이너협회(CFDA)와 패션지 보그(Vogue)지가 선정한 '유망디자이너 10인'에 선정됐고, 이듬해에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뽑은 '2006년 패션부문 유망주'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06년에는 패션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CFDA 패션 어워드 신인 여성복 디자이너 상을 거머쥐며 다시 한번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저지 소재의 심플한 의상으로 미국과 스위스, 일본, 영국 등 세계 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이날 만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어로 `건배'를 제의하는 등 각별한 우정을 보여준데 이어 미셸 여사도 한국계 디자이너의 드레스를 선택하는 세심한 배려를 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