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AFP·AP=연합뉴스) "정치적 소신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철면피, 섬뜩할 정도로 중산층을 외면하는 인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캠프가 미 공화당의 대선후보군 가운데 유력 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향해 포문을 열고 집중포화를 날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롬니 전 주지사가 공화당의 `잠룡'들 가운데 계속 선두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오바마 진영이 롬니의 대선후보 지명 가능성이 농후한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공격에 나선 것이다.


오바마의 재선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선거전략가인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12일 기자들과의 전화 회견을 통해 전날 공화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나온 롬니의 주장에 대해 거친 표현을 동원해 가며 조목조목 비판했다. 액설로드는 롬니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입장을 바꾸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무역문제, 건강보험 이슈 등을 예로 들며 "근본적인 원칙의 문제를 놓고 입장을 바꾼다면 대통령이 된 후 무슨 일을 벌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롬니 전 주지사가 공화당내 강경보수층인 티파티의 표를 얻기 위해 과거 자신의 중도적인 입장을 내팽개쳤다며 "이번 토론회에서 마치 로봇처럼 `중산층'이라는 단어를 거듭 사용했지만, 중산층을 돕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제안한 소득세 감면 연장에는 반대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는 "롬니 전 주지사가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지명될 것이라고 예단하지는 않지만, 그는 정밀하게 검증받을 만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진영의 이런 공세에 대해 롬니측은 일자리 창출에 실패한 오바마 진영이 무능함을 감추기 위해 유권자들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응수했다.


그러나 공화당의 경쟁후보들도 `롬니 대세론'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롬니를 겨냥해 대대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준비하고 있어 롬니로서는 오바마 진영은 물론 당내에서 쏟아지는 집중포화도 막아내야 하는 형편이다.


한때 롬니를 제치고 지지율 선두를 차지하기도 했던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선거자금을 총동원, 롬니의 약점을 집중공략하는데 초점을 맞춘 TV정치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페리 진영은 이 광고에서 롬니가 낙태와 동성애자 결혼 등의 문제에서 입장을 바꾸고 매사추세츠 주지사 재직시절 보수진영의 입맛에 맞지 않는 건보개혁을 단행한 점 등을 부각시킴으로써 롬니가 공화당의 보수주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점을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페리의 지지자인 헨리 바버 공화당 전국위 위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후보경선 투표가 본격화되면 공화당에서는 보수주의로 무장한 후보가 승리하기 마련"이라면서 "롬니가 지금까지 선전했지만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페리"라고 주장했다.


이런 공세에도 불구하고 롬니 진영의 세불리기는 속도를 더해가는 양상이다. 태드 코크란(공화·미시시피) 상원의원과 데니스 해스터트 전 하원의장, 짐 니컬슨 전 공화당 전국위 의장, 헤지펀드 매니저 폴 싱거, 홈디포의 공동창업자인 캔 롱원 등이 이날 롬니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당의 선거전략가인 에드 롤린스는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롬니는 달리 대안이 없는 유력한 후보로 승세를 굳혀가고 있다"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