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에서 경찰의 단속에 걸릴까 두려워 직장과 학교에 나가지 않는 불법체류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가처분 신청으로 효력이 정지됐던 앨라배마주의 불체자 단속법의 핵심 조항들에 대해 최근 앨라배마주 연방 지방법원이 "위헌이 아니다"라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판결로 히스패닉의 남부 대탈출이 현실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부분의 한인 업체가 저임금의 히스패닉 노동자를 고용하는 남동부 한인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일간 USA 투데이는 3일 이른바 반(反) 이민법의 일부 독소 조항이 발효된 지난달 29일 앨라배마 주도인 몽고메리에서만 231명의 히스패닉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아예 학교를 떠나는 학생도 생겨나 지난 4월 토네이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곳으로 유명한 터스칼루사에서는 이미 10명이 자퇴했고 자퇴 신청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교육 당국과 각급 학교에선 이들 학부모를 상대로 반이민법은 기존 학생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등교를 설득하고 있으나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 효력정지에서 풀린 반이민법의 학생 신분 관련 조항은 입학 신청 때만 학교가 학생의 이민 지위를 반드시 확인토록 하고 있다. 이미 등록된 학생은 신분조회 대상이 아니라고 하지만 히스패닉 주민사회에서는 "경찰이 학교 앞에서 학생과 학부모를 마구 잡아간다"는 악성 루머가 퍼지는 등 단속에 대한 공포심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버밍햄 소재 연방지법 샤론 블랙번 판사의 이번 판결은 상급심을 남겨놓고 있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히스패닉 주민들이 백인 우월주의가 강한 미국 남부를 떠나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안의 성격은 다르지만 앨라배마에서는 올해 10대 백인 학생들이 "검둥이를 몰아내자"는 데 뜻을 모으고 무고한 흑인 중년 남성을 집단 폭행한 뒤 자동차로 치여 죽인 사건이 발생하는 등 백인이 유색 인종을 겨냥한 잔악한 인종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몽고메리에 미주 공장을 세워 실업난 해소에 기여하는 등 외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잇따르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와 외국인은 별개"라는 백인 주류사회의 이중적 정서는 경기침체와 맞물려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반이민법에 맞서 앨라배마 한인 동포사회도 다른 소수계 단체들과 연대해 반대 운동을 계획했다가 일부 한국 기업의 개입으로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 한인단체 관계자는 "히스패닉이 단속을 피해 남동부를 떠나기 시작하면서 가뜩이나 미국의 경기불황으로 어려움에 처한 한인 상권이 뿌리째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