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미국 의회가 한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 처리를 오는 10월 이후로 잠정 연기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정적자 감축방안 논쟁과 무역조정지원(TAA) 제도 연장안과의 연계 문제 등으로 수차례 연기됐던 한미 FTA의 미 의회 비준동의는 다음달에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 `장기표류'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날 워싱턴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 의회 하원의 민주 공화 양당 지도부는 한국, 콜롬비아, 파나마와의 FTA 이행법안 표결을 잠정적으로 오는 10월 중순에 실시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이는 의회가 다음달 6일부터 시작되는 9월 회기에서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데다 이른바 `슈퍼위원회(supercommittee)'의 재정적자 감축 방안 마련과 특허개혁법 처리 등 대형 현안이 산적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백악관이 의회 표결에서 TAA 연장안이 가결된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FTA 이행법안을 제출한다는 방침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지연의 원인이다.


이와 함께 의회 내에서는 이번 표결 연기가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일정과 한국 국회의 한미 FTA 비준동의 절차 등을 감안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FTA 처리가 TAA 및 일반특혜관세(GSP) 제도 연장 등과 연계돼 있어 의회에 이행법안이 제출돼도 상.하원 표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더욱이 대형 안건이 산적해 있고 9.11테러 10년 행사도 겹쳐 있어 다음달 처리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7일 의회에서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을 발표키로 하고, 공화당 대선주자들도 최근 앞다퉈 경제살리기를 역점 과제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한미 FTA 처리에 `긍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의회가 예산안 처리를 위해 당초 20일까지로 돼 있는 다음달 회기를 연장할 가능성이 있는데다 오바마 대통령이 FTA 이행법안을 빠른 시일내에 제출할 경우 다음달 표결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또다른 소식통은 "한ㆍ미 FTA 이행법안 처리 필요성에 대해서는 행정부나 의회가 이견이 없기 때문에 의회에 제출만 되면 예상 외로 빨리 표결절차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