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연합뉴스) 멕시코에서 한국 대기업 직원이 괴한의 무차별 총기난사에 희생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한 명의 동포가 일주일만에 잔혹하게 살해되면서 멕시코 동포사회는 범죄 공포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일련의 사건이 특정인을 노린 표적살해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멕시코 현지 동포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겁먹은 마음에 잔뜩 움츠린 분위기다.


12일 현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날 괴한 총격에 살해된 한인동포 A씨는 멕시코 북부 시날로아주(州) 쿨리아칸에서 모자와 가방 등을 파는 도매업자로, 5년 전에 멕시코 제3도시인 중부 과달라하라에서 이주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건 당일 오후 7시 반에 자신의 가게 앞에 있다가 괴한이 쏜 총탄 4발을 얼굴에 맞은 뒤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특이할 만한 사건 배경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현지 경찰은 범죄 수법 등으로 미뤄 피해자를 노린 표적살해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날로아주는 유명한 마약 갱단이 존재할 정도로 폭력이 기승을 부리는 곳이라 갱단의 범죄연루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A씨 피살사건으로 최근 9개월간 멕시코에서 살해된 동포는 모두 3명. 지난해 12월에는 동포 남녀가 가게에서 일을 마친 뒤 택시를 타고 귀가하다 3인조 무장강도가 쏜 총에 맞아 여성이 그 자리에서 숨졌고, 이달 4일에는 대기업 D사 직원이 집 근처에서 괴한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A씨 사건의 정황만 놓고 보면 금품을 노린 강도라기보다는 일주일 전 총기난사에 희생됐던 대기업 직원 사건처럼 모종의 이유로 괴한의 목표물에 잡히면서 희생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불과 일주일 만에 피살소식을 또 한 번 접한 동포들은 멕시코의 치안 부재 상황을 개탄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수도 멕시코시티의 한인 식당과 상점이 몰려있는 도심 소나로사의 경우 범죄피해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한인들의 발길이 이전보다 뜸해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멕시코 주재 한국대사관은 동포가 희생되는 강력 사건이 일주일 사이를 두고 잇따라 터지면서 당혹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대사관은 대기업 직원 피살사건 수사에 협조하던 경찰 영사를 A씨 사건 현장인 쿨리아칸으로 급파하는 등 수사경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