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임스 =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싸움이었다. 그야말로 120분간의 혈투였다. 기자가 찾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들의 2차 방송토론회가 열린 아이오와주(州) 에임스의 아이오와주립대 토론회장 주변은 11일 팽팽한 긴장감이 흘러넘쳤다. 곳곳에서는 후보들을 홍보할 대형 천막이 세워졌고, 홍보용 대형버스의 모습도 보였다. 토론회 시간이 가까워지자 각 후보 측의 초청을 받은 지지자들은 긴 줄을 서서 토론회장으로 하나둘씩 입장했다.


내년 2월 6일 아이오와주(州)에서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가장 먼저 공화당의 대선후보를 뽑는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린다. 아이오와에서 어떤 후보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초반 경선 판도가 갈리고, 이 때문에 어느 지역보다 아이오와는 대선 주자들이 심혈을 기울이는 곳이다.


특히 13일에는 아이오와의 내년 코커스의 향배를 가를 수 있다는 비공식 예비투표인 `에임스 스트로폴'이 열린다. 이 예비투표를 이틀 앞두고 열린 이날 방송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직접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자리였다.


현장에서 기자와 만난 더그 루이스씨는 "아이오와는 3분의 1 정도씩 민주, 공화, 무소속 성향 유권자가 비슷하게 차지한다"면서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양당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차 방송토론회 당시만 해도 점잔을 빼던 후보들의 태도는 이날 180도 달라졌다. 자신이 꺾어야 할 상대 후보를 향해 험담에 가까운 공격도 이어갔다. 특히 2위권 싸움이 험했다. 선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위협하며 2위를 질주하고 있는 미셸 바크먼 미네소타 하원의원을 향해 팀 폴렌티 전 미네소타 주지사의 고강도 공격이 집중됐다.


폴렌티의 경우 이번 에임스 스트로폴에서 확실한 전기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낙마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던 상황이었다. 그는 여성 의원인 바크먼을 향해 "의회에서 이뤄낸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룩한 성과와 결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폴렌티 지지자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바크먼은 곧바로 폴렌티가 건강보험 의무 가입을 지지했었다고 반격했다. 미네소타 주지사 시절에는 기업들의 탄소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법안에 지지하기도 했다면서 "그것은 버락 오바마 같은 얘기"라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나는 의회에서 이런 모든 비헌법적 조치들 및 버락 오바마와 싸웠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바크먼 지지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폴렌티도 물러서지 않았다. "바크먼은 허위를 말하고 잘못된 성명을 내는 기록이 있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폴렌티는 롬니를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롬니가 주지사 재직시절 현재의 건보개혁과 비슷한 것을 추진한 것을 두고 "오바니케어(ObamneyCare.오바마와 롬니 이름을 붙여서 오바니로 부름)"라고 또 공격했다. 폴렌티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사회보장제나 메디케어와 같은 제도의 개혁 플랜을 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오바마의 구체적 계획을 발견한 사람이 있으면 누구든 상을 주겠다. 내가 당신 집으로 가서 저녁을 해주겠다. 원한다면 여러분 집에 가서 잔디도 깎아 주겠다"고 오바마를 비난하는 척하다가 "하지만 롬니가 이긴다면, 나는 (잔디를 깎는 면적을) 1에이커로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롬니 전 주지사의 많은 부(富)를 꼬집은 것이다.


바크먼-폴렌티 두 사람의 싸움에 상대적으로 여유로왔던 선두주자 롬니는 자신의 상대는 오바마 대통령이라는 점을 보여주듯 오바마 공격에 집중했다. 그는 "오바마 대통령은 경제 회생에 필요한 것과 정확히 반대되는 것만 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이 어떻게 경제를 이끌고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지를 이해를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방송토론회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중대사를 지낸 것에 대한 공격에 "조국을 위해 봉사한데 대해 자랑스럽다"고 해명했고, `괴짜 의원'으로 유명한 론 폴 하원의원(텍사스)은 재정적자를 위한 국방비 삭감을 주장하면서 미군의 외국 개입을 반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외교안보 문제도 제기됐으나, 이란 핵문제에 집중됐다. 북한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바크먼 의원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이란이 핵보유국이 되지 않도록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CNN 주최로 열린 6월 토론회 이후 두 번째인 이날 방송토론회는 보수성향의 폭스뉴스가 생중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