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미국 기업들의 잇단 해고로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1일(현지시각) 미국 기업들이 최근 1년 새 볼 수 없었던 수준으로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어 고용시장 침체와 경기 회복 둔화세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시스템스, 미국 최대 방위업체인 록히드 마틴, 청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이는 서점 체인 보더스 그룹 등은 최근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시스코시스템스는 계속해서 이윤이 줄어들자 최근 전체 직원의 9%에 해당하는 6천500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익이 급감한 골드만삭스도 직원 1천명을 줄이기로 했고 추가 감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록히드 마틴은 지난달 우주시스템설비 분야에서 1천200명의 직원을 감원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미국의 국방 예산 절감에 따라 미국에서 6천500명의 직원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서점 운영업체로 파산보호 중이던 보더스는 인수자를 찾지 못해 청산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1만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지난 5월 미국의 공공 및 민간 부문에서 줄어든 일자리는 178만개로 지난해 8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166만개는 민간부문에서 없어진 일자리다.
기업들이 이처럼 감원에 나선 것은 경기 전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올해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경기는 오히려 둔화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를 포함해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 대지진으로 차질이 발생한 공급망의 회복과 에너지가격의 안정 등을 근거로 미국 경제가 하반기에 3%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몇달 사이 이런 낙관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WSJ는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기업의 해고 압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IHS글로벌인사이트의 이코노미스트 마이크 몽고메리는 "지난 몇 개월 동안 기업의 해고로 신규 일자리 창출이 부진했다"며 "미국 경제가 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둔화를 의미하는 소프트패치 상태에 놓이면 더 많은 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즈호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리치우토는 "기업들이 직원을 줄인다는 것은 당분간 (자신들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