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학 진학을 앞 둔 자녀들을 두신 부모님들은 학교에서 입학허가서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압니다. 저도 아들이 고등학교 졸업반이라 입학허가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밥상에서 아들이 하는 말이 불합격통보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불합격통보를 받는 부모들을 위로해야 되는 목사가 자기 아들은 좋은 대학에 합격했으면 말에 진심이 실리기 힘들까봐 그것까지 헤아리는 아들의 처신이 야속합니다. 그렇게 아빠 목회는 아빠한테 맡기고 자기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했건만 아빠 목회까지 신경써서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렇지만 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마음에 소망이 생깁니다. 자기가 처음 이곳에 전학와서 친구도 없고,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공부만 하고, 자기 인생이 너무 외롭고 힘들어서 부모탓을 하면서 허송세월하다 보니 어느새 3년이 지나고 정신 차리고 공부를 시작할 때는 이미 너무 늦은 것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도 불합격 통보를 붙잡고 슬퍼하다보면 어느새 3년 가고 자기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 눈에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불합격통보를 받고는 동네 한 바퀴 산책하면서 걷고 3년 치 후회를 다 했다고 합니다. 3년 시름에 잠길 시간을 30분으로 줄여 버리고, 이제 다시 시작하겠다고 합니다. 동네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해서 열심히 공부해서 2년 뒤에 전학하겠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동생인 딸 아이가 오빠를 거들어 줍니다. “그래 빌 게이츠는 하바드를 중퇴했고, 크리스티나 아귤레라는 대학을 가지도 않았어!” (빌게이츠는 알겠는데 크리스티나 아귤레라는 누구지? 하는 분들은 자녀와의 대화가 필요합니다.) “아빠 세대는 시험 한 번으로 인생이 결정되는 계층적이고 안정적인 세대였지만, 우리 세대는 끊임없이 오르락 내리락하는 유동적인 세대니까 언제고 성공할 수 있고 언제고 실패할 수 있지. 쉬지않고 노력하는 사람만이 끝까지 성공하는 거야! (딸이 이런 생각을 다 하다니!)

아들과 딸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마음이 뿌듯해 집니다. 아이들이 다 컸다는 생각도 들고,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도 듭니다. 불합격해도 인생은 언제고 다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것이 부활절의 소망을 바라보고 사순절의 고난을 묵상하는 우리들이 가진 확신입니다. 이 사순절 기간에 어떤 어려움도 우리 삶의 끝이 아니라 과정임을 깨닫게 해주시는 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임하기를 기도합니다.

-산타클라라 연합 감리 교회(이성호 목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