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보다는 교회 일에 더 열심인 아내가 못마땅해 성경을 찢었다. 자그만치 일곱 번. 그것도 모자라 턱뼈가 내려앉을 정도로 아내의 뺨을 때리기도 했다. 그토록 심하게 핍박했고, 기독교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그랬던 그가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 가운데 예수를 믿게 되고, 영혼 구원의 열정에 휩싸여 전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행복한 전도자가 됐다. 그리고 나성순복음교회 10년 연속 ‘전도왕’ 타이틀을 거머쥐는 주인공이 됐다. 바로 김인태(52) 안수집사 이야기다.

그의 직업은 헤어 디자이너다. 1986년 아시아 미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미용 국가대표 트레이너 200여회 대회 심사위원 등을 역임할 정도로 잘 나가던 그였다. 그때만 해도 믿음이 없었던 터인지라 허구헌날 술과 담배를 끼고 살았다. 결혼 4년차. 아내에 대한 핍박은 여전했다.

그러던 와중, 87년도 아시아 미용학회 초청으로 방문한 홍콩에서 예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다. 세미나가 끝나고 홍콩 앞 바다 한 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레스토랑에서 동료들과 피로연 식사를 할 때였다. 술을 마신 뒤 식사를 하려는데,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묶고 있던 호텔로 돌아가 쉬려고 먼저 자리를 떴다. 호텔까지 돌아오려면 또다시 배를 타야 했다. 몽롱한 상태에서 배에 몸을 맡기고 쪼그리고 30분 즈음 앉아 있었다. 겨우 정신이 들어 눈 떠 보니, 배는 막 달리고 있는데 호텔이 아득하게 보였다. 배가 반대편으로 가고 있는 것이었다. ‘아..배를 잘못 탔구나’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주위를 돌아보니 조그마한 통통배에 십여 명이 타고 있었다.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북한 사투리가 귀에 들어왔다. “저 깐나 새끼, 바다에 빠뜨려 죽여 버리던지, 북한으로 데려 가자우”... 아뿔사. 북한 상선을 탄 것이었다.

북한 사람들도 그가 배에 탄 줄 몰랐었는지 한참 뒤에나 그의 존재를 발견했다. 그리고 나선 김씨를 바다에 빠뜨릴 것인지, 북한에 데려갈 것인지 처리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김씨는 ‘이제 꼼짝없이 죽었구나’ 싶었다. 머릿 속엔 어린 아이들과 마누라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내의 턱뼈가 내려 앉을 정도로 후려친게 너무도 후회스러웠다. 자신도 모르게 하나님께 기도했다. 난생 처음으로 기도다운 기도가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쳐 나왔다. “하나님, 살려만 주십시오” “하나님, 어찌 해야 합니까” 마음 속에서 별의별 생각을 다 하고 있는데, 순간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셨다.

“너, 지금부터 한국말 하지 말아라”
“그럼 제가 무슨 말을 해야 합니까”
“네가 (술 먹고 집에 들어와) 자고 있을 때, 아내가 네 머리에다 손 얹고 방언기도 할 때 하던 방언을 몇년 동안 들었지 않느냐. 그 방언을 하라”

하나님이 주신 말씀대로 김씨가 ‘샬라샬라’ 유창하게 방언으로 말을 했더니, 북한 사람들은 “어라, 깐나 새끼 한국 사람 아니었구만?”하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김씨는 김일성 주석 어쩌고 저쩌고... 하는 북한 사람들의 말에 전혀 게의치 않고, 김씨는 더 당당하게 ‘샬라샬라’ 방언을 흉내냈다.

김씨가 외국인인 줄 알고 당황한 북한 사람들은 그를 죽이거나 납치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홍콩서 영화 찍던 배우 최은희와 감독 신상옥 북한 납치사건으로 한창 국제사회 비난이 쏟아지고 여론이 흉흉했던 때인지라 또 납치 사건을 일으켜 문제를 일으켜선 안 된다고 결론 내린듯 했다. 그래서 그들은 결국 배를 돌렸고, 30분간 달린 후 김씨를 내려다 주고 쏜살같이 사라졌다.

며칠 뒤 한국에 돌아온 김씨는 ‘하나님께서 살려주셨으니, 이제 교회에 잘 나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 때 하나님이 주신 지혜가 아니었다면, 목숨은 둘째 치더라도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김일성 김정일 머리나 잘라 주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이 있은지 얼마되지 않아 김씨는 또 아내와 부부싸움을 하고 자기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성경을 또 찢어버렸다. 북한 배에 타서 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나서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그런 김씨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다시 찾아와 주셨고, 또 한차례‘사건’을 통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으셨다.

이번엔 한 겨울에 일어난 일이다. 얼음낚시를 좋아하는 김씨가 아내와 함께 새벽 일찍 낚시를 하러 산정호수에 갔다. 자주 갔던 곳이라 전날 눈이 심하게 내려 팻말에 쓰인 글씨가 잘 보이진 않았지만, ‘괜찮겠지’ 하면서 지나가다가 그만 얇은 얼음이 깨져 물 속에 빠져 버리고 만 것이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김씨는 너무도 당황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두 팔을 얼음에 간신히 의지한채, 메고 있던 가방 끈만 얼음에 대롱대롱 메달려 있는 아찔한 상태였다. 이대로 버티다간 영락없이 죽겠다 싶어 뒤에서 찬송을 부르며 따라오고 있던 아내에겐 “오지마!” 하고 고함을 질렀다. 아내마저 죽으면 안 되겠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앞서 가던 김씨가 넘어진 줄 알았는데, 가까이 와 보니 그게 아님을 알게 되자 그 자리에서 엎드려 기도하기 시작했다. “하나님, 제발 우리 남편을 살려만 주세요”

죽음의 문턱에서 김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도 뿐이었다. 불과 0.1초 사이에 지난 38년간 살아온 인생이 형광등처럼 ‘번쩍’ 하더니 다 지나갔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주님..”하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눈물이 나면서 “주님, 살려만 주십시오... 살려만 주시면...저로 인해 예수를 떠났던 사람들, 그동안 제가 핍박했던 사람들 다 하나님 앞으로 돌아오게 하겠습니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기도였다.

기도를 마치자 마음이 평안해졌다. 이제 팔을 놓아야 겠다고 생각하는 찰나에 누군가 허리 뒤에서 두 손으로 밀어내는 느낌이 들었다. 신기했다. 그곳에는 분명 아내 외엔 아무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 두 손이 김씨를 물 밖으로 끌어냈다. 보이지 않는 힘, 누군가의 ‘도움’으로 그는 살아난 것이다. 물 밖에 나온 김씨는 아내와 둘이서 10분간 엎으려 통곡하며 기도했다. “하나님,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깊은 은혜를 체험한 이후, 김씨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됐다. 영혼 구원의 열정에 휩싸여 하루라도 전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행복한 전도자가 됐다. 새벽마다 전도 대상자와 새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생일을 챙겨주며 자신이 알게 된 한 영혼도 구원의 대열에서 낙오시키지 않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다.

2002년 미국 땅을 밟아 5월 둘째주부터 나성순복음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불과 6개월만에 김씨는 전도왕이 됐다. 그리고 그후 10년간 한 번도 전도왕 타이틀을 놓쳐본 일이 없다. 그는 복음을 전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그 맛을 보아 안 사람이다. 때문에 그의 얼굴은 늘 기쁨으로 가득하다. 그는 복음의 통로로 자신을 사용해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죽는 날까지 그 직임을 충실히 감당할 것이다.

김씨는 현재, 나성순복음교회 선교국 미용선교학교 강사로 봉사하고 있다. 미용선교학교에서 매주 주일 오전 9시30분~11시30분, 그리고 오전11시30분~오후 1시30분 두 시간대로 나눠 무료로 헤어 커트와 퍼머를 가르친다. 강의는 10개월 과정이며, 이․미용선교에 관심있는 자는 누구나 무료로 미용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의: (213)392-2323 (김진 미용회장, 김인태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