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십자가’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타살보다 자살에 무게를 두고는 있지만, 그러한 방법이 실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그런 형태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경북지방경찰청은 5일 “숨진 김모 씨가 사용하던 주요 공구류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DNA 감정을 의뢰했다”며 “감정결과에서 사건 실마리가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십자가에 매달린 채 발견된 김씨 부근에서는 십자가를 만드는 데 사용한 톱이나 구멍을 뚫는 데 쓰이는 드릴과 칼 등 각종 공구가 핏자국과 함께 발견돼 결과에 따라 최대 쟁점인 자살 및 타살 여부가 가려지리라 예상된다.

경찰은 이와 함께 순차적으로 택시운전사 김모 씨의 주요 부위에 대한 논란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예수의 십자가 당시 장면처럼 양손을 벌린 채로, 두 발은 십자가 아래에 설치된 나무판을 디딘 채 못박혀 있었다. 목과 허리, 팔꿈치는 끈으로 묶여 있었다.

먼저 손에 난 구멍에 대해서는 드릴로 한 손에 못이 들어갈 구멍을 뚫고, 피가 흐르는 손으로 드릴을 잡아 나머지 손에 구멍을 냈다는 추정이다. 그러나 구멍이 난 상태에서 드릴을 잡아 다른 손에 구멍을 낼 수 있느냐가 의문으로 남는다. 발에 박힌 못은 세워진 십자가에 올라가 발에 못을 박았다고 보고 있지만, 구멍 뚫린 손으로 허리를 구부려 발등에 못을 박을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양팔이 묶인 채로 십자가에 달린 모습은 한 손을 벌려 손의 구멍을 이미 박아놓은 십자가 못에 맞춰 끼우고, 다른 한 손으로 구멍에 끼운 손과 십자가를 끈으로 묶는다. 여기까지는 힘들지만 스스로 가능한데, 남은 손을 어떻게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목은 십자가에 걸어 넣은 끈에 스스로 집어넣었으리라는 가정이고, 스스로 무릎을 구부려 목이 끈으로 질식되도록 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으로 경찰의 시나리오는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치밀하게 준비했다 해도 경찰 설명대로 이러한 작업이 가능한지는 의문시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타살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찰은 숨진 김씨가 가입했던 인터넷 카페 운영자이자 2년 전부터 알고 지냈고 김씨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던 주모 씨(58)를 주목하고 있다.

김씨가 발견된 폐채석장에서 2km 떨어진 곳에 사는 주씨는 지난 2002년부터 인터넷 카페 4-5개를 개설, ‘십자가 죽음은 하나님의 뜻’ 등의 글을 1천여건 이상 올렸다. 주씨는 “김씨가 발에 못을 박은 것을 보니 ‘이 사람의 신앙을 존중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주씨가 현장에 남아 사진을 찍은 이유 등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