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성(性)문제가 위험수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들어 사이버섹스 문제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인터넷과 성, 즉 사이버 성중독증에 걸린 남편이 걱정돼 정신신경과를 찾는 아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신혼 초인데도 밤중에 신부 몰래 컴퓨터 앞에 앉아 이상한 행동을 하는 신랑도 있다. 전세계 인터넷 사이트 중 3분의 1이 성과 관련된 것이라면, 인터넷 성문제는 네티즌들 사이 가장 뜨거운 주제인 것만은 틀림없다. 사이버섹스 중독문제는 이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담론거리로 떠올랐다.
1. 인터넷과 성(性)중독에 대한 이해
사이버섹스에 심하게 중독된 사람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 영상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거나, 대화방에서 다른 인터넷 이용자와 온라인 섹스를 즐긴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섹스파트너와 실제로 만나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이버 성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현실의 섹스보다 사이버섹스에 더 만족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네티즌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섹스와 관련된 콘텐츠가 풍부해질수록 심화될 것이다. 아직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거나,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 문제를 소홀히 방치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1) 인터넷 성(性)중독의 정의
인터넷 성중독(sexual addiction)은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포르노그라피, 혹은 실제 동영상을 보면서 성에 빠져드는 증상이다. 이들은 성적인 자극을 얻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매주 수십 시간을 보내면서도 대부분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며,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때까지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 포르노 접촉을 시도한다. 그로 인해 포르노의 가상세계를 현실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포르노 속 남성과 여성은 과장된 몸짓과 고조된 흥분을 보여주고, 성적인 욕망을 보이는 듯하지만 사실은 환상 속의 나체상에 불과하다. 그런 이유로 한번 포르노 속 나체에 중독되면, 현실의 이성과 관계를 만들기가 힘들어진다. 포르노는 테크닉의 교과서가 아니라, 감각능력을 떨어뜨리는 환각제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은 누군가 자신이나 주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개의치 않고 성적 쾌락을 얻는 데만 몰입한다.
중독은 어떤 것에 집착하게 만드는 특성이다. 성중독은 특성상 반드시 인터넷이 아니라 해도 성욕의 해결과 관련이 있다. 이런 성욕은 대개는 ‘동물적 충동’이라 부르는데,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다. 성욕은 인간의 두뇌에서만 작용하고, 하등동물은 순전히 본능에 의해 성관계를 맺는다. 이는 뇌의 작용의 아니라 냄새에 끌려 거의 반사적으로 성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기능이 뇌의 위로 ‘상승 이동’한 점에서 동물과 다르다. 이러한 현상을 전이로 볼 수 있는데, 이 전이는 기능의 뇌화(腦化, encephalizatiion)라 불린다. 인터넷에서 자주 포르노를 접하고 성적인 자극을 가하면, 뇌가 자극돼 중독 성향으로 이끌려 갈 수 있다.
2) 성충동과 뇌의 작용
성충동은 뇌와 어떤 관련을 갖는가? 이는 자극과 반응의 원리에서 이해되는 문제다. 이때 중요한 전제조건은 성적충동을 자주 받는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성적 충동은 모든 학습이 이뤄지는 뇌의 얇은 바깥층인 표피(cortex)에서 이뤄진다. 인간이 고도로 발달된 두뇌를 사용해 성적 충동을 표현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디서 표현할 것인가를 학습하게 된다. 이는 인간이 성에 관해 동물과 다르고, 그 중에서도 동물보다 성본능에 덜 좌우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뇌의 표피가 주는 제어력에 따라 성충동을 억제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독신(獨身) 생활도 가능하다. 성 충동이 뇌에 의해 가능함은 기본적으로 호르몬에 의해 결정된 성 충동에다 환상이나 생각을 더해 그것을 더 선호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성적인 제어력을 작동하지 못하면, 즉 성을 더 ‘강화’하면 할수록 더 강한 성중독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성중독은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성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종종 성학대(sexual abuse)와 결부된 점이다. 패트릭 칸즈(Patrik Carnes)는 성중독자의 80% 이상이 살면서 성학대를 받았다고 추정한다. 이에 앞서 오늘날 인터넷을 통한 성중독이 만연된 현실만은 인정해야 한다. 성중독은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포르노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가능성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용이성, 사이트들의 다양성 등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 그들이 포르노라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릴 수 없는 이유다. 그들은 포르노를 보면서 일련의 느낌들, 즉 처음의 당혹스러움, 보고 난 후 부정한 행위를 했다는 죄의식,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결심 등으로 조성되는 성적 긴장감과 절정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한 문제는 그들의 의지력 사용이 점차 약화된다는 점이다. 의지력 약화는 스스로 제어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면서 점차 성적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성적 충동이 자극의 결과이지만, 제어력에 의해서 좌우될 수 있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3) 성중독 증상과 본능적인 충동
성중독은 뇌의 작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것이 인터넷 동영상을 통한 뇌의 자극이든 실제 나체의 모습이든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모두 뇌의 시각적 자극이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이지만, 반드시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뇌는 특성상 다른 대상물을 ‘대체물’로 상징하고 창조하는 환상을 만드는 능력이 있어, 눈에 보이는 대상을 성적 대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에서는 사진이 종이 위의 인쇄물에 불과하지만, 성적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원리에서 남자들이 여자의 가슴을 보는 것은 그 가슴이 창조된 기능, 즉 어린이에게 젖을 공급하는 기능 이상의 특별한 중요성을 띤다. 그리고 남자들이 여성의 멋진 다리나 날씬한 허리선을 보는 것도 상징으로 작용해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자극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면 여성에게는 남성적 근육이나 특별한 강건함 같은 것이 성적으로 자극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여성들이 축구장을 가득 메웠던 일이 있다. 그때 여성들은 축구경기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선수들의 다리 근육미를 보는 자극도 있었다는 일설이 있다. 물론 여자는 남자보다는 시각적인 것에 덜 반응한다.
인간이 신체의 어떤 부분을 ‘상징화’하여 성적 대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아치 볼트는 대부분의 도착증에서 보이는 ‘주물(呪物) 현상’의 시작이라고 한다. 주물은 헌신의 대체 대상인 점에서 성적 주물은 실물을 성적 상징으로 대체한다. 이런 시각에서 구두나 스타킹도 나름 성적으로 중요한 자극을 일으키는 대상이 될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사람이 신체 부분을 숨길수록 더욱 이러한 성적인 주물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틀리지 않다면, 현대 사회에서 신체를 ‘가리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더 성적인 대체물을 생각하는 경향이 일어난다고 봐야 한다. 성적 충동의 많은 부분은 인간의 타락에서 오는 신체 ‘가리기’와 관련이 있는 점에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신체를 드러내는 것이 그런 자극을 감소시킬 것인가 하는것도 정확한 답이 없다. 자주 접하면 자극도 많이 일어나지만, 일상화된다면 언젠가 무디게 반응될지도 모른다. 초등학생들이 야동을 너무 많이 봐서 ‘신물이 날 정도’라 말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교적 신체의 노출이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서구와 감추는 형태의 동양의 차이라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심상(心像)에 자리하는 특성이다. 일단 개인의 뇌에서 성적 ‘상징’을 만들면 영구적으로 마음에 자리잡는다. 다행히 건강한 사람의 두뇌는 이런 상징들을 구분하고 분류해 어느 때 자극을 받는 것이 적합한지 ‘결정’하는 법을 배운다. 이런 원리에서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아무런 성적반응을 일으키지 않은 채 하루종일 여성들을 진찰하고, 또 집에 가서 아내의 성적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성욕이란 단지 동물적 충동 이상임이 분명하다. 어떤 동물도 평생 성만 생각하며 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동물의 성 충동은 냄새가 공기 중에 있는 동안만 지속되기에 인간과는 다르다. 그러나 인간은 성의 많은 부분이 마음 속에 있어 성적 건강과 조화는 자연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선택, 즉 책임있게 실행하는 데서 온다. 이런 점은 성 중독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그러면 성 중독이란 마음이 성적 자극에 신체의 반응을 알맞게 해석하고 순응하며 참여하는 데서 일어나는 것임을 간과할 수 없다.
2. 성중독과 성욕의 상관성
성중독은 성욕의 문제에서 이해해야 한다. 성중독은 그것이 반드시 인터넷이 아니라 해도 어쨌든 성욕이 강하여 성에 이끌리는 요인이 되었다는 점에서다. 성욕이란 기본적으로 성적 감정이 주는 쾌락을 경험하려는 욕망이다. 그러나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인간의 성욕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성적 대상이 배우자에게 맞춰져 있으면 정상이지만, 이것이 중독 상태가 되면 꺼질 수 없는 불이 켜지고 만다. 성욕이란 성 자체가 만족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긴장을 유발해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고 그것을 원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그 느낌은 긴장을 증가시켜 가질 수 없는 것을 더욱 갈망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특성이 있다.
성욕은 정상적인 것인데도 왜 죄책감을 유발할까? 매력있는 사람에게 끌리고 그를 좋아하는 것이 잘못일까? 물론 반드시 잘못이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성정(性情)을 가진 인간이라면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성욕 문제는 정상이냐 아니냐를 넘어 성적 본능에 의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매력적인 이성(異性)이라 생각되면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쳐다보더라도 너무 오래 봐서는 안 된다는 점만 빼고 말이다. 그러면 더 이상의 생각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성욕은 단지 좋아하는 것 이상을 의미하고, 강한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특성이 인정돼야 한다. 이는 거기에 매달려 있지 말고 재빨리 그 생각을 끊으라는 것으로,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죄책감에 빠지면 성적 강박관념이 내면에서 작용할 것이고, 그것은 심리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성욕이란 행동으로 옮기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문제된다. 건강하지 못한 성욕이란 성을 탐하는 것이고, 이는 또한 자신이 갖지 않은 것을 가지려는 데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좋아하는 것은 그가 보는 것을 인정하고, 떠남과 아울러 멈춤도 알아야 한다. 한 연구자가 성욕을 분석해, 근본적인 요소들로 나눠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성인잡지에 크게 실린 나체 사진을 펼쳐 그것을 돋보기로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때 그가 본 것은 인쇄된 세 가지 원색과 검정색의 점들 뿐이었다. 거기에는 어떤 마술도 없었다. 그러나 돋보기를 사진에서 점점 멀리할 때, 그 사진은 성적 자극제 역할을 했다. 순간 피가 뜨거워지고 성 충동이 일어났다. 이처럼 성욕은 단지 몇몇 성 호르몬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를 다스린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힘이었다. 성욕의 자극과 함께 조절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인터넷과 성중독의 과정
중독은 특성상 무엇에 빠져드는 증상이라 했다. 이런 시각에서 성 중독은 성에 빠져든 증상이다. 이는 일정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이런 과정을 우리는 성중독 과정이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다음의 몇 가지 특성을 드러낸다.
1) 대뇌의 신경학적인 변화
성중독은 어떤 형태든 뇌의 변화로 볼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김상은 교수팀은 중독자의 뇌신경학적 기전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 중독된 사람의 대뇌 영역이 마약 중독자와 유사한 대뇌신경학적 기전을 보이고 있으며, 충동 성향 또한 높음을 양전자방출단층 촬영(PET)기법을 통해 규명한 것이다. 그동안 성중독을 비롯한 인터넷게임 과다사용 혹은 병적 인터넷 게임사용은 내성과 금단을 동반하는 행동성 중독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인 폐해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여겨졌는데, 그 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런 연구결과는 뇌신경학적 기전으로 설명 가능한 의학적 질환임이 처음으로 규명된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연구에서 성중독이나 인터넷중독은 거의 동일한 현상을 보였는데, 여기서 드러난 결과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기법을 이용해 중독 척도에 따른 성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정상 사용자 9명과 과다 사용자 11명의 안정 상태에 대한 대뇌 포도당 대사 및 충동성을 비교 측정했다. 그 결과 인터넷 과다 사용자는 정상 사용자보다 높은 충동성을 보였으며, 과다 사용자의 오른쪽 안와 전두피질과 왼쪽 미상핵, 그리고 오른쪽 뇌에서는 정상 사용자에 비해 높은 대뇌 활동성을 보였다. 이는 각각 충동 조절, 보상처리, 중독과 관련된 인지 기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대뇌영역으로, 인터넷 과다 사용이 대뇌 포도당 대사 및 활동성과 연관돼 물질 남용, 행동중독 및 충동조절장애 등과 흡사한 뇌신경학적 기전을 보인 것이다. 여기서 특히 안와전두피질은 코카인 중독자에게서도 일반인에 비해 높은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영역으로, 인터넷 과다 사용자와 코카인 중독자가 유사한 대뇌신경학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과 관련한 사용연령은 10대 46.1%, 20대 40.9%, 30-40대 9.2%로 나타났으며, 직업별로는 중고생 34.2%, 대학생 26.1%, 회사원 8.3%, 초등학생 5.1%, 기타 18.6%, 성별로는 남성이 70.6%, 여성이 29.4%의 비율을 보였다. 이 통계수치를 요약하면 인터넷 이용은 남성 초·중·고등학생이 전체 이용자의 50%를 차지한다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사용 및 그로 인한 문제들은 보고 수치보다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고, 심각함을 예상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은 그만큼 성적 음란물이나 포르노그라피 접촉을 추정하게 만든다. 인터넷 성중독이 전세계에 걸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아직 의학 질환으로 정의돼 있지 않아 그 폐해가 더욱 커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인터넷과 관련된 각종 중독이 마약중독과 같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정신적 질환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2) 중독으로 이행되기 쉬운 성욕
성욕과 식욕은 우선순위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본능적인 욕구다. 인터넷이 생기고부터 성인 잡지와 비디오 판매가 사양길에 들어선 것은 바람직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날로 성별·인종별·취향별 고화질 음란물들이 24시간 난무하고 있어 성인들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사이버섹스(cybersex)와 섹스물(sexting)이라는 새로운 용어들이 생겨났으며,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도 단연 성, ‘Sex’이다.
인터넷과 성 문제에서 10대들이 그 선두에 서는데, 이는 인터넷 성욕의 해결은 아마 성병에 걸릴 염려도 없고, 임신할 염려도 없어 안전하다는 생각에서 포르노를 보며 자위를 많이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성과 관련된 것들은 쉽게 중독되는 특성이 있고, 한번 중독되면 쉽게 고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한 점에서 우려스럽다. 기존 성중독자들이 인터넷 음란물 때문에 치유가 어렵다는 말을 유념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에서 악기를 지도하던 한인 20대 청년이 10대 한인 여학생 여러 명을 수십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됐고, 한국에서는 중년 남성이 재미동포로 가장해 8개월간 20대 여성 64명과 성관계를 갖고 노트북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으로 계속 협박하며 관계를 강요하다 체포됐다. 인터넷이 보급되고부터 음란물 범람으로 체면이나 도덕심으로 성적 문제없이 지내던 사람들이 대거 성 문제자가 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성추행 범죄들이 예상되며 이에 대한 주의와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면 성중독의 실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질문해야 한다. 성적인 환상에 대한 것이다. 성중독은 일단 성적 환상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성적인 환상은 건강하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하는 특성이 있기에 성적인 환상으로 이해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성적 환상을 만드는 것은 분명히 성적 중독으로 이행될 소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가끔 자신도 모르게 성적 환상을 갖지만, 그런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거기서 헤어나오려 노력해야 한다. 성적 환상은 정상적인 경우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는 잘못된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점점 더 강한 흥분을 갈망하게 만드는 원리에서, 실제 인물에 대한 성적 환상이 상대를 비참하게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그들의 인격을 손상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누구라도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3) 성중독의 과정
성중독은 일정한 과정을 거쳐 이뤄지게 된다. 포르노를 접한다고 곧바로 중독으로 이행되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성중독자들은 대개 다음 몇 단계를 거쳐 중독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단계다. 처음에는 성을 ‘정상적으로 사용’(normal use)하다, 음란물을 보고부터 성을 ‘잘못 사용’(misuse)하게 된다. 이는 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인터넷과 성중독은 컴퓨터를 매개물로 한다. 이들은 컴퓨터의 포르노그라피나 실제 동영상의 성적인 화상(畵像)을 보면서 성욕을 해소한다. 컴퓨터만 있으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사이버섹스는 정말 위험한 쾌락이다. 밤중에 인터넷에 접속해 사이버섹스를 즐기는 사람은 낮에도 성적 공상에 잠길 가능성이 높은데다, 심할 경우 컴퓨터를 켜기도 전에 성적으로 흥분하는 중독자도 있다. 만약 직장에서 이런 증세를 보인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시각에서 사이버섹스를 전형적인 인터넷중독 증후 중 하나이며, 도박이나 쇼핑중독증처럼 일종의 충돌조절장애라고 말한다.
둘째는 성을 남용하는 단계다. 성을 비정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몇 번을 계속하면 그것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런 부정적인 결과에도 계속해서 더 야한 음란물을 보며 여러 성적 행위들을 추구하다 ‘성적 남용’(abuse) 단계에 이른다. 이때 대부분 한 파트너와는 만족을 못하고 오직 오르가즘에만 강박관념을 보여 불건전하고 난잡한 성적 관계에 연루된다.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생긴 일종의 신종 문화질병이다. 새로운 문화병인 사이버 성중독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번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삶이 사이버 성중독증으로 혼란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스탠퍼드대학 성의학 전문의 앨 쿠퍼(Al Cooper)교수는 “사이버섹스는 마약과 같은 것으로 가장 큰 매력은 익명성과 순간적인 만족감이 보장된다는 데 있다. 특히 평생 성을 억압당하거나 성적인 제한을 겪었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무한한 성적인 기회를 발견했을 때 인터넷섹스에 중독될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셋째로 성에 의존되는 단계다. 성에 ‘의존’(dependency)되는 단계는 성적 추구 심리가 삶의 중심이 돼 돈, 시간, 관계 모두를 동원해 성적 추구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이때 매춘 장소를 찾아가며, 부정적 결과들을 합리화, 변명 또는 극소화시킨다. 이런 현상은 현실이든 가상공간이든 성과 관련된 문제는 한번 탐닉하면 헤어나기 힘든 특성을 지니고 있는 데서 이해된다. 한창 성장해 가는 청소년이 사이버섹스에 빠지면 정서적·인격적 발달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현실공간에서 성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과 함께 발전하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잘못된 성(性)’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사이버섹스 문제를 해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것은 사이버섹스에 대한 대응책이 어려움을 의미한다.
넷째로 비정상적 성적 추구 행위들을 반복하다 성중독 사이클이 형성돼 약간의 두려움, 수치심, 분노와 같은 정서적으로 불편한 감정만 생겨도 중독 사이클이 발동되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중독’(addiction) 단계에 처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더욱 포르노를 접하여 자극을 원하게 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포르노 속의 남성과 여성에게서는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는 대화나 서로에 대한 존중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종속된 성적 도구로서의 여성을 지배하고 가학하는 남성이 있을 뿐이다.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인격체로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물심화되어 있고, 분절화돼 있다. 이는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남성 우월주의를 성행위 장면에서 제도화한 것으로, 성의 상품화에 여성들은 분노한다. 그러나 여성도 여기에 합세하는 현상에는 할말을 잃고 만다.
이외에 음란 스팸메일도 큰 문제다. 이메일 중 92%는 스팸메일이고, 이중 78%는 음란물이나 성인광고다. 한국 통신문화재단이 초중고생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료에서도 초등학생은 하루 평균 2통, 중학생은 9통, 고등학생은 15통의 음란메일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청소년들은 음란물 홍수 속에 살고 있으며, 호기심으로 음란 이메일 하나를 열어볼 경우 바른 성교육을 학습하기도 전에 성을 잘못 사용하는 단계로 들어서 남용과 의존 단계를 거쳐 또다른 성추행 범죄자가 될 우려가 많다. 이는 국내 인터넷 주 이용자층인 10-30대의 15%가 성적 욕구를 음란사이트 및 음란 채팅 등으로 해결하려 집착하는 ‘사이버 성중독증’에 걸려 있으며, 이 중 5%는 중독증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4. 인터넷과 성중독의 위험성
인터넷과 성중독은 인간의 성본능에 대한 지식과도 관련된다. 섹스와 재생산에 대한 무지는 저능을 뜻한다고 여겨졌지만, 사실 성에 대한 무지는 널리 퍼져 있다. 덮어 놓고 성을 금기시하거나 멀리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인간이 성본능을 무시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성중독에 이르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는 모두 인터넷과 성중독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과 성중독의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
1) 인터넷 성중독의 실태
인터넷 성중독의 문제는 굳이 실태를 들추지 않더라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사이버섹스중독 대책위원회(NCSA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 중 약 2백만명이 사이버섹스 중독증을 앓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직장을 팽개치거나 배우자와 이혼하는 등 마약에 버금가는 ‘신종 사회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혼부부 중 약 40%가 바로 사이버 섹스를 비롯해 인터넷과 관련이 있는 이혼 사유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한 성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사람들 가운데는 LA초등학교 교사, 일리노이주 레이크 포리스트 대학 교수, 애리조나주 한 도시의 시장후보, 백악관 상황실 근무경력의 퇴역소령이 있으며 심지어는 성직자도 끼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제 사이버섹스는 사회적인 지위의 높고 낮음을 넘어섰고,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어졌다.
최근 한양대 사회학과 심영희(沈英姬)교수팀이 최근 10-30대 네티즌 226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는 상당수가 사이버 성중독증에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15%가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한다”고 밝혔고, 5%는 “사이버섹스의 상대와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대답해 현실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였다. 또 10대 11%, 20대 10%, 30대 16%가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사이버 섹스 파트너를 찾고 싶어진다”고 응답했다. 특히 10대의 14%가 “익명을 이용해 현실공간에서 맛볼 수 없는 성적 환상을 즐긴다”고 응답, 20-30대의 11.5% 보다 높았다. 현실적으로 정상적 성관계를 경험하기 어려운 10대가 사이버 세계에서 성적 욕구를 발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성적 본능과 그 발현
성적 행동에서 나타나는 강박성 역시 무뎌진 자율성(blunted autonomy)이다. 미리 존재하는 성적 지향성이 주어져 있는 상태에서, 이 사실은 여성 대다수에게 남성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함축한다. 오늘날 섹스는 남녀 모두에 대해, 자아의 가장 중요한 면에 접하는 친밀성이라는 약속 또는 위협을 담고 있다. 게리의 상처받기 쉬운 안전감(sense of security)은 남성에게 자기의 매력을 되풀이해 과시하려는 그녀의 욕구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녀는 스쳐 지나간 수많은 남자들로부터 성적 쾌락을 얻어낼 수 있었지만, 삶에 연이은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그 어떤 장기적 애착관계도 회피했다. 그녀는 다양성 위에서 성적 ‘추구(quest)’의 경험을 시도했으며, 그런 점에서 성욕은 남성적 모델을 내면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파괴적인 전략이었다. 카슬은 이렇게 지적한다. “가능한 한 많은 섹스파트너를 가지려고 시도하는 여자들의 수는 아주 적다. 섹스에 중독된 여자들은 성적 정복을 권력의 일차적 자원으로 하는 순환에 빠지게 되고, 다정함과 접촉에 대한 욕구를 성적 행동을 통해 충족한다. 여성들이 섹스 중독적인 행동을 보일 때 대부분의 경우는 지속적 관계에 대한 욕망이 그 뒤에 깔려있다.” 이런 욕망이 심해지면 성적 중독으로 이행될 수 있다. 어떤 형태의 중독이든 모든 중독은 대개 정서적 마취제의 구실을 한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은 생활에서 경험하는 불쾌한 감정이나 고통을 없애고, 책임져야 할 무거운 삶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중독증에 빠져든다. 이는 비단 알콜이나 코카인 같은 약물중독 뿐만 아니라 도박, 쇼핑, 성, TV시청 등 중독인지 모르는 중독도 마찬가지다. 중독자의 이러한 중독행동은 모두 현시로부터의 도피다. 성중독 역시 대단한 쾌감을 주기 때문에 도피수단으로 쉽게 이용된다.
특히 성(性)중독은 근심이 있을 때는 안정제, 우울증에는 기분을 북돋우는 자극제 역할을 하면서 삶에서 부딪치는 고통스런 현실을 피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남성들은 생활에서 오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섹스를 원한다. 이런 점에서 건전한 스트레스에는 성욕이 다른 행위로 승화하는 기능이 있지만, 굳이 성적인 것으로 풀려는 사람들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남성들의 경우 걱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짜증나는 직장동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사, 푸대접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들은 성욕을 강화한다. 이런 환경에서 성은 삶의 위로요, 안정제요, 잠시라도 순간의 쾌락이다. 그래서 집에서 성을 누리지 못하면 다른 곳을 두리번거린다.
중년의 위기를 맞은 남성들 중에는 색다른 성적 경험이 때로 유혹의 기회가 된다. 그들은 좋은 가정과 인내심 있고 사랑이 많은 아내, 심지어는 안정된 직장까지 버리면서 젊은 여성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시달린다는 사실이었다. 사태 발생 전까지 그들은 사업의 퇴조, 교회성장 부진, 경쟁력 약화 등 큰 위기 앞에서 매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기간이 있었다. 그들의 혼외정사 상대 여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아내보다 더 젊고 성적으로 활발했으며, 더 강렬한 성적인 자극을 제공했다. 그러나 모든 남성들이 덮어놓고 젊은 여성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마음을 더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상대를 찾는다. 이런 점은 여성들의 생각과는 매우 다른 점이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상대를 찾고, 진정으로 자신을 알아주는 정서적 측면을 더 선호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3) 성욕의 문제와 그 해소
성욕은 개인 차이가 있지만 남녀 차이도 있다. 이와 관련해 아치 볼트는 “남성은 대개 여성과 친밀하고 사랑하는 관계, 그리고 독점적인 관계를 바란다. 남성들은 한 여성에게 헌신하고 ‘매이기’를 끔찍스럽게 생각한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특별한 반려자를 갖고 싶은 갈망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결혼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결혼한 사람이라도 성에는 또 다른 것이 작용됨을 알아야 한다. 이런 현상은 반드시 남성에게만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프로이트가 “모든 사람은 불륜을 꿈꾸는 심리가 있다”고 말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이런 문제는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성욕에 대한 대응이 문제가 되는데도, 문제는 성욕은 누구에게나 고정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성욕은 기온처럼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성욕은 머릿속에서 일어나지만, 월경 주기나 자신의 몸매에 대한 자신감, 에너지 상태와 건강 등 내적 요인과 상대방의 성교에 임하는 습관, 그리고 가정의 안정적 환경과 로맨틱한 분위기, 최근 자신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 등과 같은 외적인 요인 모두에서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 이런 요건들이 모두 종합해서 계산돼 나온 결과로 성욕의 정도가 결정된다. 전술한 요건들이 모두 여성의 성욕을 좌우하기 때문에 성욕이 높을 수도 있고, 전혀 없을 수도 있고, 그리고 어느 사이에 있을 수도 있다. 이는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요소다. 성욕은 실제로 연속선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그 연속선의 한쪽 끝은 과잉 성욕이고, 다른 한쪽 끝은 성 혐오 내지는 공포일 수 있다. 그러면 여성의 성욕은 과잉 성욕, 보통이거나 높은 성욕, 보통이고 낮은 성욕, 약하고 낮은 성욕, 강하고 낮은 성욕, 그리고 성적 혐오로 구분될 수 있다.
성욕은 성적 흥분 상태에 이르기 위한 전제 조건이며, 성적 흥분은 오르가즘을 경험하기 위해 필요하다. 처음부터 일정 정도의 성욕을 갖고 성행위를 시작해야 성적 만족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지기에 오르가즘에 이를 때까지 거쳐야 할 여러 성적 반응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여성은 남성과는 다른 점이 있을 뿐이다. 아치 볼트에 의하면 성욕이 보통이라고 답한 여성들 중에서 74%가 만족스런 성교를 한다고 했으며, 성욕이 강하다고 한 여성들은 조금 더 높은 수치인 80%가 만족스런 성교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낮은 성욕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은 겨우 49%만이 성적 만족을 느끼는, 그 비율이 급격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성욕과 만족스런 성교는 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
5. 인터넷과 성중독의 원인
인터넷에서의 성중독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일단은 인터넷 자체가 문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은 인간의 성본능을 자극하는 주요한 매체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것은 무엇이 인터넷의 성중독을 만드는가 하는 질문에 관계되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 의미있는 조사 중의 하나는 병리학상에서 사회적·심리적·직업적 손상과 관계된 인터넷 사용을 확인해 왔다. 여기서는 몇 가지로 구분하여 그 원인을 알아보기로 하자.
1) 인터넷의 발달과 성 확산
인터넷과 관련된 성중독의 원인에서는 일단 인터넷의 발달을 들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의 발달과 상당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최근 몇 년간 급격히 확산되었을 뿐만 아니라, 의식주 다음가는 생활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은 인간의 생활과 관계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켰으며, 다양한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오랜 생활수단으로서 시행착오나 검증을 거쳐 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생활에 역기능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것의 하나가 인터넷섹스와 관련된 중독의 문제다. 인터넷으로 인해 발생되는 폐해는 정체성이나 도덕성이 명확하게 확립되어 있지 않는 청소년에게서 더욱 큰 문제가 된다. 특히 청소년들은 사이버 성중독에 쉽게 빠져들기 쉽다. 이는 청소년들의 인터넷 음란사이트 접속, 음란, 채팅, 사이버 성폭력, 통신을 매개로 한 성매매 등 인터넷을 통한 성적인 활동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 사용은 필수 불가결하며, 시간이 갈수록 이용자의 수요나 사용시간은 증가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 조사 결과 인터넷 이용 인구 중 청소년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인터넷 이용에 따른 부작용도 날로 증가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버세계는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이런 문제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심해지면 현실 적응력이 떨어져 자살사이트에 빠지는 등 극단적인 현실부적응 현상을 보이게 된다. 또 인터넷은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실제보다 과장된 감정을 표출하다 보면, 사이버상의 자신과 실제의 자신을 구분할 수 없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기가 형성됨으로써 청소년들의 정체성이나 변화나 탈개인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한 성중독의 증상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점에서 책상 앞에서 졸고 있는 학생이라면, 이를 의심해 볼만 하다. 아마도 그들은 밤마다 포르노를 보느라 정신에너지를 소모하여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처럼 인터넷의 특성은 학생들에게는 한편으로는 학습에 다양하게 도움을 주는 수단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 유혹이 많은 시기에 대체 수단으로 활용되는 점이 없지 않다. 최근에 청소년들이 인터넷과 관련된 성중독에 빠진 것으로 부모들의 걱정이 그칠 줄 모른다. 아직은 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자신을 제어하는데 어려움이 따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한창 공부에 열중해야 할 그들이 포르노에 집착하여 점차로 성중독에 빠지게 되었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더구나 청소년들의 원조교제와 성매매는 청소년문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과히 놀라운 일이다. 이미 몇년 전에 우리나라 중고생 2%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청소년 성매매는 성(性)을 사고 파는 행위이기에 청소년의 성을 산 상대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재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청소년 성 매수’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제2조), 청소년보호위원회가 2004년 하반기(2004년 11월 24일)에 발표한 제7차 청소년 성 범죄자 신상 공개 명단에는, 청소년 성매수자가 전체의 24.2%를 차지하고, 청소년 성매수 알선자는 10.3%를 차지하고 있어서, 청소년 성범죄 중 청소년 성매매의 비율은 전체의 약 35%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의 성과 관련된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이 반드시 청소년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 해도 청소년의 성에 대한 문제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알게 하는 것으로 인터넷과 성중독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라고 해야 할 것이다.
2) 인터넷 접근의 용이성
많은 인터넷 중독자들이 매번 포르노그라피를 접속하기가 점점 더 쉬워진다는 알게 된다. 실로 인터넷섹스는 파블로프의 조건화에 따라 전형적인 인간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중독자들은 자극적이지 않은 베이지색의 컴퓨터를 이제 성적인 흥분 없이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성적인 흥분감은 사타구니에서 시작해 등줄기를 타고 뇌에 이르기까지 기대감과 함께 아찔함마저 준다. 수없이 많은 인터넷 음란물을 검색한 사람들은 인터넷에 접속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결코 성적인 강박증에 사로잡히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일부는 처음의 호기심이 강박증으로 전이되곤 한다. 그러한 사람들조차 스스로 인터넷섹스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실제로는 많이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인터넷섹스에 대한 욕구는 점차 커지고 있으며 권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인터넷의 접근의 용이성은 반드시 생산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은 이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다고만 말하기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은 반드시 생산적으로만 활용되는 것만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접근성이 용이한 인터넷이 청소년들에게 학습의 장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활의 도구, 즉 성욕을 해결하는 수단이 되어가는 인상이다. 실제로 중·고등학생 대상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컴퓨터-인터넷 활용률은 공히 99%에 이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은 공부를 잘 하고 경제를 여유있는 청소년에 비해 ‘소모적’인 방식으로 인터넷을 활용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니까 청소년들은 정보검색이나 학습 등, 의이 있는 생산적인 활용방식보다는 게임이나 채팅, 그리고 포르노를 접하는 시간 소모적 활용방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이 단순히 정보검색을 통한 학습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 다른 가운데서의 일은 물론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편이라고 해야 한다. 이미 기술한 바 있지만, 오죽하면 초등학생 5학년이 날마다 포르노를 보고 학교에 간다고 했던 것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가 언젠가 게임이나 포르노 강국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걱정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의 접근의 용이성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3) 성욕과 강박성
성욕은 일중독(Workaholic)과 마찬가지로 강박적 특성이 있다. 규칙적으로 섹스하고 싶은 욕구가 모든 성인의 원초적인 충동이라면, 물론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다 해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 섹스에 중독되어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욕구가 그 만족적 수단을 지배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사람의 성행동이 고정화되어 있지 않다 해도 어느 정도는 그런 욕구에 의해 지배되는 현상은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음식에 대한 욕구도 기본적인 충동이지만, 성적인 것도 어느 정도 일정한 중독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성욕으로 인해 수치감과 부적합성을 느낀다면, 이런 경우에 섹스는 다른 행동 패탄과 똑같이 강박적인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인터넷섹스와 관련된 강박성은 앨 쿠퍼(Al Cooper)에 의하면 다섯가지 특이성이 있다. 첫번째 특성은 사용자의 부정(denial)으로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숨기려고 거짓말하거나 정당화하려고도 하고, 빈번히 자신의 행위를 축소하려고 한다. 두번째 특성은 자신의 행위를 그만두려는 결심과 노력이 자꾸만 실패하듯 지향적 노력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세번째 특성은 환상에 빠지고 욕망을 충족시킬 기회를 구상하고 그런 행동을 숨기려고 시간을 낭비하는 등 인터넷섹스에 과도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네번째 특성은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점점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이러한 행위가 사용자의 직무, 습관, 그리고 친구,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섹스중독의 특성은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을 뻔히 아는데도 인터넷섹스 행동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성욕과 강박성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게 성적 경험을 할 수 있게 됐고, 성적 정체성이 자아의 핵심을 현성하게 된 상황적 배경을 놓고 이해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여자들이 섹스를 원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만약 그것이 성적 자율성과 충족에 대한 권리 주장으로 이해된다면, 문제는 다른 것이 될지 모른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금기시했던 성적인 억압이 해방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억압 가설이 아무런 진실을 담고 있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우 70여년 전만 해도 영국에서 임신한 미혼의 소녀들이 수천 명씩 소년원이나 정신병원에 보내졌다는 사실을 숙고하게 만든다.
1913년 통과된 「정신적 결함 방안」(Mental Deficiency Act)은 지방정부가 가난하고 집이 없는, 또는 단지 ‘비도덕적인’ 미혼의 임신한 여성을 확인하고 무기한 억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비합법적 임신 자체가 정신적인 저능의 표시라는 생각이 일반적으로 지지됐기 때문에, 그 법안의 항목들은 아주 넓게 적용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랬다. 좀더 부유한 집안의 임신한 미혼여성들은 때로 불법적 낙태 시술-가난한 여성들도 이것을 받을 수는 있었지만, 생명의 위험을 상당히 무릅써야 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실질적으로 인도 남부의 불가촉천민의 최하층 카스트로인 파리아(pariahs)이다.
이런 얘기가 저 먼 나라의 얘기라고만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게 고민이다.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모텔에서 아이를 몰래 낳고 몸을 추스리기도 전에 아이를 버려두고 도망가는 일은 이제 어쩌다 있는 일이 아니라는 현실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아직은 공부에 열중해야 할 청소년들이 단순히 성욕을 위해 성교 경험을 하려다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후회를 경험하는 일이 어디 오늘에만 있던 일인가 말이다. 이런 것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의 경험이 실제적인 현실로 이행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그러면 그 중심에는 성에 대한 강박적인 특성이 작용하여 급기야는 현실적으로 성을 경험하기에 이른 것으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단 한 번의 실수라 해도 사랑을 수반하지 않는 성의 경험은 그들에게는 앞으로의 삶에서 돌이킬 수 없는 함정으로 몰아가게 만든다. 단순히 호기심에서 했다고 해도 그것은 일생 동안 지울 수 없는 심리적 상처이기 때문이다. 성중독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6. 결론: 교회의 책임이 크다
지금까지 인터넷과 성중독에 대하여 기술했다. 인터넷과 성중독의 문제는 특성상 포르노와 관련된 측면이 많았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포르노그래피의 사용은 이제 확연히 널리 확산된 상태에서 문제되는 현실이었다. 적어도 미국인의 10%(2500만명)가 매주 인터넷섹스 사이트를 방문하고 웹사이트 방문의 60%가 대개 성적 의도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현상은 기독교인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에 목회자였고 지금은 포커스 온 더 패밀리에서 목회자들을 위한 케어 라인(care line)을 운영하고 있는 엘든 프라이(Eldon Fry)는 기독교인들 사이에 포르노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케어 라인에 의뢰된 문제 중 20% 가량은 성적인 부정행위와 관련되어 있고, 그러한 의뢰의 대다수는 인터넷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슈나이더(H. Schneider)는 스스로 인터넷 섹스중독자라고 응답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많은 여성들이 성과 관련하여 인간관계 형성을 중시하는 어떤 고정된 유형을 따르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여성 응답자들의 일부는 남자들을 관계가 아닌 섹스 중심으로 쳐다보고 판단하는 “포르노그래피의 시각 지향적인 소비자들”이었다. 슈나이더는 이러한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갖는 전형적인 성중독과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인터넷과 성중독의 문제는 우리 기독교와 관련하여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기독교인들도 음으로 양으로 이런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기독교 지도자들로 인한 인터넷 섹스중독은 법적인 분쟁으로 인해 사회에 불미스런 사레들로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기는 하지만 언젠가 법원은 플로리다 브래덴튼(Bradenton)시 소재 감리교회를 설립한 로렌스 킬본(Lawrence Kilbourn)목사에게 7년형을 선고했다. FBI수사관이 그의 컴퓨터에서 3700여 개의 아동 포르노 사진을 발견한 것이다. 그 일이 일어나기 한 달 전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한 목회자가 인터넷상의 미성년 사용자들에게 유해한 자료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다섯 가지의 중범죄에 대한 유죄가 인정됐다. 이런 것은 반드시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상황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해야 한다. 한국에서 교회 지도자들이 심심찮게 성에 연루돼 교계에 문제되는 것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목회자들은 더욱 신경을 기울여 교인들이 그런 것에 빠져들지 않고 신앙에 정진하도록 지도하기를 힘써야 한다. 인터넷이 드러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현실을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우리가 모르는 부분에서 이들과 함께 수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이제 인터넷섹스는 일찌기 솔로몬이 잠언에서 매춘의 유혹과 위험을 경고한 바와 같이 가상현실의 위협적인 매춘으로 점차 입증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저 음녀의 입술은 꿀을 떨어뜨리며 그의 입은 기름보다 미끄러우나, 나중은 쑥같이 쓰고 두 날 가진 칼 같이 날카로우며 그 발은 사지로 내려가며 그 걸음은 음부로 나아가나니(잠언 5:3-5)”를 기억해야 할 때인지 모르겠다.
1. 인터넷과 성(性)중독에 대한 이해
사이버섹스에 심하게 중독된 사람들은 하루도 빠짐없이 인터넷을 통해 포르노 영상을 보며 자위행위를 하거나, 대화방에서 다른 인터넷 이용자와 온라인 섹스를 즐긴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섹스파트너와 실제로 만나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더욱 심각한 것은 사이버 성중독증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현실의 섹스보다 사이버섹스에 더 만족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은 네티즌이 늘어날수록, 그리고 섹스와 관련된 콘텐츠가 풍부해질수록 심화될 것이다. 아직은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거나, 가상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 문제를 소홀히 방치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른다.
1) 인터넷 성(性)중독의 정의
인터넷 성중독(sexual addiction)은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포르노그라피, 혹은 실제 동영상을 보면서 성에 빠져드는 증상이다. 이들은 성적인 자극을 얻기 위해 컴퓨터 앞에서 매주 수십 시간을 보내면서도 대부분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지 않으며, 결혼생활과 직장생활이 심각한 위험에 처할 때까지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그들은 계속 포르노 접촉을 시도한다. 그로 인해 포르노의 가상세계를 현실처럼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포르노 속 남성과 여성은 과장된 몸짓과 고조된 흥분을 보여주고, 성적인 욕망을 보이는 듯하지만 사실은 환상 속의 나체상에 불과하다. 그런 이유로 한번 포르노 속 나체에 중독되면, 현실의 이성과 관계를 만들기가 힘들어진다. 포르노는 테크닉의 교과서가 아니라, 감각능력을 떨어뜨리는 환각제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은 누군가 자신이나 주위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음을 개의치 않고 성적 쾌락을 얻는 데만 몰입한다.
중독은 어떤 것에 집착하게 만드는 특성이다. 성중독은 특성상 반드시 인터넷이 아니라 해도 성욕의 해결과 관련이 있다. 이런 성욕은 대개는 ‘동물적 충동’이라 부르는데, 인간에게만 나타나는 특이한 현상이다. 성욕은 인간의 두뇌에서만 작용하고, 하등동물은 순전히 본능에 의해 성관계를 맺는다. 이는 뇌의 작용의 아니라 냄새에 끌려 거의 반사적으로 성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기능이 뇌의 위로 ‘상승 이동’한 점에서 동물과 다르다. 이러한 현상을 전이로 볼 수 있는데, 이 전이는 기능의 뇌화(腦化, encephalizatiion)라 불린다. 인터넷에서 자주 포르노를 접하고 성적인 자극을 가하면, 뇌가 자극돼 중독 성향으로 이끌려 갈 수 있다.
2) 성충동과 뇌의 작용
성충동은 뇌와 어떤 관련을 갖는가? 이는 자극과 반응의 원리에서 이해되는 문제다. 이때 중요한 전제조건은 성적충동을 자주 받는 상태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성적 충동은 모든 학습이 이뤄지는 뇌의 얇은 바깥층인 표피(cortex)에서 이뤄진다. 인간이 고도로 발달된 두뇌를 사용해 성적 충동을 표현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디서 표현할 것인가를 학습하게 된다. 이는 인간이 성에 관해 동물과 다르고, 그 중에서도 동물보다 성본능에 덜 좌우된다는 점을 말해준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선택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뇌의 표피가 주는 제어력에 따라 성충동을 억제하고 선택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은 독신(獨身) 생활도 가능하다. 성 충동이 뇌에 의해 가능함은 기본적으로 호르몬에 의해 결정된 성 충동에다 환상이나 생각을 더해 그것을 더 선호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성적인 제어력을 작동하지 못하면, 즉 성을 더 ‘강화’하면 할수록 더 강한 성중독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성중독은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성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종종 성학대(sexual abuse)와 결부된 점이다. 패트릭 칸즈(Patrik Carnes)는 성중독자의 80% 이상이 살면서 성학대를 받았다고 추정한다. 이에 앞서 오늘날 인터넷을 통한 성중독이 만연된 현실만은 인정해야 한다. 성중독은 환경과도 무관하지 않은데, 포르노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가능성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용이성, 사이트들의 다양성 등이 이를 부추기고 있다. 그들이 포르노라는 롤러코스터에서 내릴 수 없는 이유다. 그들은 포르노를 보면서 일련의 느낌들, 즉 처음의 당혹스러움, 보고 난 후 부정한 행위를 했다는 죄의식, 다음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으리라는 결심 등으로 조성되는 성적 긴장감과 절정의 최고점과 최저점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한 문제는 그들의 의지력 사용이 점차 약화된다는 점이다. 의지력 약화는 스스로 제어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면서 점차 성적 자극을 추구하게 된다. 성적 충동이 자극의 결과이지만, 제어력에 의해서 좌우될 수 있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3) 성중독 증상과 본능적인 충동
성중독은 뇌의 작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것이 인터넷 동영상을 통한 뇌의 자극이든 실제 나체의 모습이든 마찬가지다. 이런 현상은 모두 뇌의 시각적 자극이 중요하게 작용한 결과이지만, 반드시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뇌는 특성상 다른 대상물을 ‘대체물’로 상징하고 창조하는 환상을 만드는 능력이 있어, 눈에 보이는 대상을 성적 대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원리에서는 사진이 종이 위의 인쇄물에 불과하지만, 성적 중요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원리에서 남자들이 여자의 가슴을 보는 것은 그 가슴이 창조된 기능, 즉 어린이에게 젖을 공급하는 기능 이상의 특별한 중요성을 띤다. 그리고 남자들이 여성의 멋진 다리나 날씬한 허리선을 보는 것도 상징으로 작용해 성호르몬이 분비되는 자극 요소가 될 수 있다.
반면 여성에게는 남성적 근육이나 특별한 강건함 같은 것이 성적으로 자극될 수 있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여성들이 축구장을 가득 메웠던 일이 있다. 그때 여성들은 축구경기에도 관심이 있었지만, 선수들의 다리 근육미를 보는 자극도 있었다는 일설이 있다. 물론 여자는 남자보다는 시각적인 것에 덜 반응한다.
인간이 신체의 어떤 부분을 ‘상징화’하여 성적 대상으로 만드는 것에 대해 아치 볼트는 대부분의 도착증에서 보이는 ‘주물(呪物) 현상’의 시작이라고 한다. 주물은 헌신의 대체 대상인 점에서 성적 주물은 실물을 성적 상징으로 대체한다. 이런 시각에서 구두나 스타킹도 나름 성적으로 중요한 자극을 일으키는 대상이 될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사람이 신체 부분을 숨길수록 더욱 이러한 성적인 주물을 만들어 내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틀리지 않다면, 현대 사회에서 신체를 ‘가리는 것’은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더 성적인 대체물을 생각하는 경향이 일어난다고 봐야 한다. 성적 충동의 많은 부분은 인간의 타락에서 오는 신체 ‘가리기’와 관련이 있는 점에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신체를 드러내는 것이 그런 자극을 감소시킬 것인가 하는것도 정확한 답이 없다. 자주 접하면 자극도 많이 일어나지만, 일상화된다면 언젠가 무디게 반응될지도 모른다. 초등학생들이 야동을 너무 많이 봐서 ‘신물이 날 정도’라 말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비교적 신체의 노출이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서구와 감추는 형태의 동양의 차이라 해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심상(心像)에 자리하는 특성이다. 일단 개인의 뇌에서 성적 ‘상징’을 만들면 영구적으로 마음에 자리잡는다. 다행히 건강한 사람의 두뇌는 이런 상징들을 구분하고 분류해 어느 때 자극을 받는 것이 적합한지 ‘결정’하는 법을 배운다. 이런 원리에서 남자 산부인과 의사가 아무런 성적반응을 일으키지 않은 채 하루종일 여성들을 진찰하고, 또 집에 가서 아내의 성적 매력에 빠져들 수 있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성욕이란 단지 동물적 충동 이상임이 분명하다. 어떤 동물도 평생 성만 생각하며 살지는 않기 때문이다. 동물의 성 충동은 냄새가 공기 중에 있는 동안만 지속되기에 인간과는 다르다. 그러나 인간은 성의 많은 부분이 마음 속에 있어 성적 건강과 조화는 자연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선택, 즉 책임있게 실행하는 데서 온다. 이런 점은 성 중독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그러면 성 중독이란 마음이 성적 자극에 신체의 반응을 알맞게 해석하고 순응하며 참여하는 데서 일어나는 것임을 간과할 수 없다.
2. 성중독과 성욕의 상관성
성중독은 성욕의 문제에서 이해해야 한다. 성중독은 그것이 반드시 인터넷이 아니라 해도 어쨌든 성욕이 강하여 성에 이끌리는 요인이 되었다는 점에서다. 성욕이란 기본적으로 성적 감정이 주는 쾌락을 경험하려는 욕망이다. 그러나 한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인간의 성욕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성적 대상이 배우자에게 맞춰져 있으면 정상이지만, 이것이 중독 상태가 되면 꺼질 수 없는 불이 켜지고 만다. 성욕이란 성 자체가 만족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긴장을 유발해 가질 수 없는 것을 원하고 그것을 원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그 느낌은 긴장을 증가시켜 가질 수 없는 것을 더욱 갈망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특성이 있다.
성욕은 정상적인 것인데도 왜 죄책감을 유발할까? 매력있는 사람에게 끌리고 그를 좋아하는 것이 잘못일까? 물론 반드시 잘못이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성정(性情)을 가진 인간이라면 오히려 그렇지 않은 것이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성욕 문제는 정상이냐 아니냐를 넘어 성적 본능에 의해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이다. 매력적인 이성(異性)이라 생각되면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만 쳐다보더라도 너무 오래 봐서는 안 된다는 점만 빼고 말이다. 그러면 더 이상의 생각으로 발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각에서 성욕은 단지 좋아하는 것 이상을 의미하고, 강한 성적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특성이 인정돼야 한다. 이는 거기에 매달려 있지 말고 재빨리 그 생각을 끊으라는 것으로,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못된 죄책감에 빠지면 성적 강박관념이 내면에서 작용할 것이고, 그것은 심리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성욕이란 행동으로 옮기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문제된다. 건강하지 못한 성욕이란 성을 탐하는 것이고, 이는 또한 자신이 갖지 않은 것을 가지려는 데 사로잡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좋아하는 것은 그가 보는 것을 인정하고, 떠남과 아울러 멈춤도 알아야 한다. 한 연구자가 성욕을 분석해, 근본적인 요소들로 나눠 설명한 적이 있다. 그는 성인잡지에 크게 실린 나체 사진을 펼쳐 그것을 돋보기로 가까이 들여다봤다. 이때 그가 본 것은 인쇄된 세 가지 원색과 검정색의 점들 뿐이었다. 거기에는 어떤 마술도 없었다. 그러나 돋보기를 사진에서 점점 멀리할 때, 그 사진은 성적 자극제 역할을 했다. 순간 피가 뜨거워지고 성 충동이 일어났다. 이처럼 성욕은 단지 몇몇 성 호르몬만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뇌 전체를 다스린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힘이었다. 성욕의 자극과 함께 조절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인터넷과 성중독의 과정
중독은 특성상 무엇에 빠져드는 증상이라 했다. 이런 시각에서 성 중독은 성에 빠져든 증상이다. 이는 일정한 과정을 거치기 마련인데, 이런 과정을 우리는 성중독 과정이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다음의 몇 가지 특성을 드러낸다.
1) 대뇌의 신경학적인 변화
성중독은 어떤 형태든 뇌의 변화로 볼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김상은 교수팀은 중독자의 뇌신경학적 기전을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 중독된 사람의 대뇌 영역이 마약 중독자와 유사한 대뇌신경학적 기전을 보이고 있으며, 충동 성향 또한 높음을 양전자방출단층 촬영(PET)기법을 통해 규명한 것이다. 그동안 성중독을 비롯한 인터넷게임 과다사용 혹은 병적 인터넷 게임사용은 내성과 금단을 동반하는 행동성 중독으로 심각한 사회경제적인 폐해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여겨졌는데, 그 원인이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런 연구결과는 뇌신경학적 기전으로 설명 가능한 의학적 질환임이 처음으로 규명된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이 연구에서 성중독이나 인터넷중독은 거의 동일한 현상을 보였는데, 여기서 드러난 결과는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기법을 이용해 중독 척도에 따른 성인을 대상으로 인터넷 정상 사용자 9명과 과다 사용자 11명의 안정 상태에 대한 대뇌 포도당 대사 및 충동성을 비교 측정했다. 그 결과 인터넷 과다 사용자는 정상 사용자보다 높은 충동성을 보였으며, 과다 사용자의 오른쪽 안와 전두피질과 왼쪽 미상핵, 그리고 오른쪽 뇌에서는 정상 사용자에 비해 높은 대뇌 활동성을 보였다. 이는 각각 충동 조절, 보상처리, 중독과 관련된 인지 기능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대뇌영역으로, 인터넷 과다 사용이 대뇌 포도당 대사 및 활동성과 연관돼 물질 남용, 행동중독 및 충동조절장애 등과 흡사한 뇌신경학적 기전을 보인 것이다. 여기서 특히 안와전두피질은 코카인 중독자에게서도 일반인에 비해 높은 활성화 정도를 나타내는 영역으로, 인터넷 과다 사용자와 코카인 중독자가 유사한 대뇌신경학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다.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과 관련한 사용연령은 10대 46.1%, 20대 40.9%, 30-40대 9.2%로 나타났으며, 직업별로는 중고생 34.2%, 대학생 26.1%, 회사원 8.3%, 초등학생 5.1%, 기타 18.6%, 성별로는 남성이 70.6%, 여성이 29.4%의 비율을 보였다. 이 통계수치를 요약하면 인터넷 이용은 남성 초·중·고등학생이 전체 이용자의 50%를 차지한다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사용 및 그로 인한 문제들은 보고 수치보다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고, 심각함을 예상할 수 있다. 인터넷 사용은 그만큼 성적 음란물이나 포르노그라피 접촉을 추정하게 만든다. 인터넷 성중독이 전세계에 걸쳐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음에도, 아직 의학 질환으로 정의돼 있지 않아 그 폐해가 더욱 커지고 있음은 확실하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인터넷과 관련된 각종 중독이 마약중독과 같이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정신적 질환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2) 중독으로 이행되기 쉬운 성욕
성욕과 식욕은 우선순위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본능적인 욕구다. 인터넷이 생기고부터 성인 잡지와 비디오 판매가 사양길에 들어선 것은 바람직하지만, 온라인에서는 날로 성별·인종별·취향별 고화질 음란물들이 24시간 난무하고 있어 성인들은 물론 청소년들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미 사이버섹스(cybersex)와 섹스물(sexting)이라는 새로운 용어들이 생겨났으며,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검색되는 단어도 단연 성, ‘Sex’이다.
인터넷과 성 문제에서 10대들이 그 선두에 서는데, 이는 인터넷 성욕의 해결은 아마 성병에 걸릴 염려도 없고, 임신할 염려도 없어 안전하다는 생각에서 포르노를 보며 자위를 많이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성과 관련된 것들은 쉽게 중독되는 특성이 있고, 한번 중독되면 쉽게 고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간과한 점에서 우려스럽다. 기존 성중독자들이 인터넷 음란물 때문에 치유가 어렵다는 말을 유념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미국에서 악기를 지도하던 한인 20대 청년이 10대 한인 여학생 여러 명을 수십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됐고, 한국에서는 중년 남성이 재미동포로 가장해 8개월간 20대 여성 64명과 성관계를 갖고 노트북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으로 계속 협박하며 관계를 강요하다 체포됐다. 인터넷이 보급되고부터 음란물 범람으로 체면이나 도덕심으로 성적 문제없이 지내던 사람들이 대거 성 문제자가 되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성추행 범죄들이 예상되며 이에 대한 주의와 대책이 시급하다.
그러면 성중독의 실체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근본적인 문제를 질문해야 한다. 성적인 환상에 대한 것이다. 성중독은 일단 성적 환상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성적인 환상은 건강하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하는 특성이 있기에 성적인 환상으로 이해되는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성적 환상을 만드는 것은 분명히 성적 중독으로 이행될 소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가끔 자신도 모르게 성적 환상을 갖지만, 그런 사실을 알아채는 순간 거기서 헤어나오려 노력해야 한다. 성적 환상은 정상적인 경우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는 잘못된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점점 더 강한 흥분을 갈망하게 만드는 원리에서, 실제 인물에 대한 성적 환상이 상대를 비참하게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그들의 인격을 손상시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대상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잘못이다. 누구라도 그렇게 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3) 성중독의 과정
성중독은 일정한 과정을 거쳐 이뤄지게 된다. 포르노를 접한다고 곧바로 중독으로 이행되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성중독자들은 대개 다음 몇 단계를 거쳐 중독된다고 볼 수 있다.
첫째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단계다. 처음에는 성을 ‘정상적으로 사용’(normal use)하다, 음란물을 보고부터 성을 ‘잘못 사용’(misuse)하게 된다. 이는 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인터넷과 성중독은 컴퓨터를 매개물로 한다. 이들은 컴퓨터의 포르노그라피나 실제 동영상의 성적인 화상(畵像)을 보면서 성욕을 해소한다. 컴퓨터만 있으면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사이버섹스는 정말 위험한 쾌락이다. 밤중에 인터넷에 접속해 사이버섹스를 즐기는 사람은 낮에도 성적 공상에 잠길 가능성이 높은데다, 심할 경우 컴퓨터를 켜기도 전에 성적으로 흥분하는 중독자도 있다. 만약 직장에서 이런 증세를 보인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시각에서 사이버섹스를 전형적인 인터넷중독 증후 중 하나이며, 도박이나 쇼핑중독증처럼 일종의 충돌조절장애라고 말한다.
둘째는 성을 남용하는 단계다. 성을 비정상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양심에 가책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몇 번을 계속하면 그것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말한다. 그런 부정적인 결과에도 계속해서 더 야한 음란물을 보며 여러 성적 행위들을 추구하다 ‘성적 남용’(abuse) 단계에 이른다. 이때 대부분 한 파트너와는 만족을 못하고 오직 오르가즘에만 강박관념을 보여 불건전하고 난잡한 성적 관계에 연루된다. 인터넷을 이용하면서 생긴 일종의 신종 문화질병이다. 새로운 문화병인 사이버 성중독은 이제 전세계적으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번지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삶이 사이버 성중독증으로 혼란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스탠퍼드대학 성의학 전문의 앨 쿠퍼(Al Cooper)교수는 “사이버섹스는 마약과 같은 것으로 가장 큰 매력은 익명성과 순간적인 만족감이 보장된다는 데 있다. 특히 평생 성을 억압당하거나 성적인 제한을 겪었던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무한한 성적인 기회를 발견했을 때 인터넷섹스에 중독될 위험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셋째로 성에 의존되는 단계다. 성에 ‘의존’(dependency)되는 단계는 성적 추구 심리가 삶의 중심이 돼 돈, 시간, 관계 모두를 동원해 성적 추구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이때 매춘 장소를 찾아가며, 부정적 결과들을 합리화, 변명 또는 극소화시킨다. 이런 현상은 현실이든 가상공간이든 성과 관련된 문제는 한번 탐닉하면 헤어나기 힘든 특성을 지니고 있는 데서 이해된다. 한창 성장해 가는 청소년이 사이버섹스에 빠지면 정서적·인격적 발달에 장애가 되는 것은 물론, 현실공간에서 성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터넷과 함께 발전하면서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잘못된 성(性)’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는 사이버섹스 문제를 해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것은 사이버섹스에 대한 대응책이 어려움을 의미한다.
넷째로 비정상적 성적 추구 행위들을 반복하다 성중독 사이클이 형성돼 약간의 두려움, 수치심, 분노와 같은 정서적으로 불편한 감정만 생겨도 중독 사이클이 발동되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중독’(addiction) 단계에 처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더욱 포르노를 접하여 자극을 원하게 된다. 물론 이런 과정에서 포르노 속의 남성과 여성에게서는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는 대화나 서로에 대한 존중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오로지 종속된 성적 도구로서의 여성을 지배하고 가학하는 남성이 있을 뿐이다.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인격체로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물심화되어 있고, 분절화돼 있다. 이는 남존여비의 가부장적 남성 우월주의를 성행위 장면에서 제도화한 것으로, 성의 상품화에 여성들은 분노한다. 그러나 여성도 여기에 합세하는 현상에는 할말을 잃고 만다.
이외에 음란 스팸메일도 큰 문제다. 이메일 중 92%는 스팸메일이고, 이중 78%는 음란물이나 성인광고다. 한국 통신문화재단이 초중고생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료에서도 초등학생은 하루 평균 2통, 중학생은 9통, 고등학생은 15통의 음란메일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 청소년들은 음란물 홍수 속에 살고 있으며, 호기심으로 음란 이메일 하나를 열어볼 경우 바른 성교육을 학습하기도 전에 성을 잘못 사용하는 단계로 들어서 남용과 의존 단계를 거쳐 또다른 성추행 범죄자가 될 우려가 많다. 이는 국내 인터넷 주 이용자층인 10-30대의 15%가 성적 욕구를 음란사이트 및 음란 채팅 등으로 해결하려 집착하는 ‘사이버 성중독증’에 걸려 있으며, 이 중 5%는 중독증세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4. 인터넷과 성중독의 위험성
인터넷과 성중독은 인간의 성본능에 대한 지식과도 관련된다. 섹스와 재생산에 대한 무지는 저능을 뜻한다고 여겨졌지만, 사실 성에 대한 무지는 널리 퍼져 있다. 덮어 놓고 성을 금기시하거나 멀리하려는 태도는 옳지 않다. 인간이 성본능을 무시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어떻게 성중독에 이르는지도 알아야 한다. 이는 모두 인터넷과 성중독 문제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과 성중독의 위험성을 알아야 한다.
1) 인터넷 성중독의 실태
인터넷 성중독의 문제는 굳이 실태를 들추지 않더라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사이버섹스중독 대책위원회(NCSA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인터넷 사용자 중 약 2백만명이 사이버섹스 중독증을 앓고 있으며, 이 때문에 직장을 팽개치거나 배우자와 이혼하는 등 마약에 버금가는 ‘신종 사회병’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혼부부 중 약 40%가 바로 사이버 섹스를 비롯해 인터넷과 관련이 있는 이혼 사유를 갖고 있다. 미국에서 인터넷을 통한 성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사람들 가운데는 LA초등학교 교사, 일리노이주 레이크 포리스트 대학 교수, 애리조나주 한 도시의 시장후보, 백악관 상황실 근무경력의 퇴역소령이 있으며 심지어는 성직자도 끼어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제 사이버섹스는 사회적인 지위의 높고 낮음을 넘어섰고, 남녀노소의 구분도 없어졌다.
최근 한양대 사회학과 심영희(沈英姬)교수팀이 최근 10-30대 네티즌 226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한 결과는 상당수가 사이버 성중독증에 걸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15%가 “성적 흥분이나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인터넷에 접속한다”고 밝혔고, 5%는 “사이버섹스의 상대와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대답해 현실로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였다. 또 10대 11%, 20대 10%, 30대 16%가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사이버 섹스 파트너를 찾고 싶어진다”고 응답했다. 특히 10대의 14%가 “익명을 이용해 현실공간에서 맛볼 수 없는 성적 환상을 즐긴다”고 응답, 20-30대의 11.5% 보다 높았다. 현실적으로 정상적 성관계를 경험하기 어려운 10대가 사이버 세계에서 성적 욕구를 발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성적 본능과 그 발현
성적 행동에서 나타나는 강박성 역시 무뎌진 자율성(blunted autonomy)이다. 미리 존재하는 성적 지향성이 주어져 있는 상태에서, 이 사실은 여성 대다수에게 남성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함축한다. 오늘날 섹스는 남녀 모두에 대해, 자아의 가장 중요한 면에 접하는 친밀성이라는 약속 또는 위협을 담고 있다. 게리의 상처받기 쉬운 안전감(sense of security)은 남성에게 자기의 매력을 되풀이해 과시하려는 그녀의 욕구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그녀는 스쳐 지나간 수많은 남자들로부터 성적 쾌락을 얻어낼 수 있었지만, 삶에 연이은 변화가 일어나기까지 그 어떤 장기적 애착관계도 회피했다. 그녀는 다양성 위에서 성적 ‘추구(quest)’의 경험을 시도했으며, 그런 점에서 성욕은 남성적 모델을 내면화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회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파괴적인 전략이었다. 카슬은 이렇게 지적한다. “가능한 한 많은 섹스파트너를 가지려고 시도하는 여자들의 수는 아주 적다. 섹스에 중독된 여자들은 성적 정복을 권력의 일차적 자원으로 하는 순환에 빠지게 되고, 다정함과 접촉에 대한 욕구를 성적 행동을 통해 충족한다. 여성들이 섹스 중독적인 행동을 보일 때 대부분의 경우는 지속적 관계에 대한 욕망이 그 뒤에 깔려있다.” 이런 욕망이 심해지면 성적 중독으로 이행될 수 있다. 어떤 형태의 중독이든 모든 중독은 대개 정서적 마취제의 구실을 한다. 이런 점에서 사람들은 생활에서 경험하는 불쾌한 감정이나 고통을 없애고, 책임져야 할 무거운 삶으로부터 도피하기 위해 중독증에 빠져든다. 이는 비단 알콜이나 코카인 같은 약물중독 뿐만 아니라 도박, 쇼핑, 성, TV시청 등 중독인지 모르는 중독도 마찬가지다. 중독자의 이러한 중독행동은 모두 현시로부터의 도피다. 성중독 역시 대단한 쾌감을 주기 때문에 도피수단으로 쉽게 이용된다.
특히 성(性)중독은 근심이 있을 때는 안정제, 우울증에는 기분을 북돋우는 자극제 역할을 하면서 삶에서 부딪치는 고통스런 현실을 피하는 효과가 있다. 이런 이유로 일부 남성들은 생활에서 오는 긴장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섹스를 원한다. 이런 점에서 건전한 스트레스에는 성욕이 다른 행위로 승화하는 기능이 있지만, 굳이 성적인 것으로 풀려는 사람들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남성들의 경우 걱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짜증나는 직장동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상사, 푸대접으로 인한 심리적 상처들은 성욕을 강화한다. 이런 환경에서 성은 삶의 위로요, 안정제요, 잠시라도 순간의 쾌락이다. 그래서 집에서 성을 누리지 못하면 다른 곳을 두리번거린다.
중년의 위기를 맞은 남성들 중에는 색다른 성적 경험이 때로 유혹의 기회가 된다. 그들은 좋은 가정과 인내심 있고 사랑이 많은 아내, 심지어는 안정된 직장까지 버리면서 젊은 여성을 찾아 나서는 경우도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모두 직장생활의 어려움에 시달린다는 사실이었다. 사태 발생 전까지 그들은 사업의 퇴조, 교회성장 부진, 경쟁력 약화 등 큰 위기 앞에서 매우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는 기간이 있었다. 그들의 혼외정사 상대 여인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아내보다 더 젊고 성적으로 활발했으며, 더 강렬한 성적인 자극을 제공했다. 그러나 모든 남성들이 덮어놓고 젊은 여성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남성은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마음을 더 알아주고 인정해주는 상대를 찾는다. 이런 점은 여성들의 생각과는 매우 다른 점이다. 오히려 자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상대를 찾고, 진정으로 자신을 알아주는 정서적 측면을 더 선호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3) 성욕의 문제와 그 해소
성욕은 개인 차이가 있지만 남녀 차이도 있다. 이와 관련해 아치 볼트는 “남성은 대개 여성과 친밀하고 사랑하는 관계, 그리고 독점적인 관계를 바란다. 남성들은 한 여성에게 헌신하고 ‘매이기’를 끔찍스럽게 생각한다는 고정관념과 달리 특별한 반려자를 갖고 싶은 갈망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결혼임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결혼한 사람이라도 성에는 또 다른 것이 작용됨을 알아야 한다. 이런 현상은 반드시 남성에게만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다. 프로이트가 “모든 사람은 불륜을 꿈꾸는 심리가 있다”고 말한 것은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이런 문제는 남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여기서는 성욕에 대한 대응이 문제가 되는데도, 문제는 성욕은 누구에게나 고정적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성욕은 기온처럼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내려갔다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 성욕은 머릿속에서 일어나지만, 월경 주기나 자신의 몸매에 대한 자신감, 에너지 상태와 건강 등 내적 요인과 상대방의 성교에 임하는 습관, 그리고 가정의 안정적 환경과 로맨틱한 분위기, 최근 자신을 대하는 남편의 태도 등과 같은 외적인 요인 모두에서 영향을 받는다. 그러면 이런 요건들이 모두 종합해서 계산돼 나온 결과로 성욕의 정도가 결정된다. 전술한 요건들이 모두 여성의 성욕을 좌우하기 때문에 성욕이 높을 수도 있고, 전혀 없을 수도 있고, 그리고 어느 사이에 있을 수도 있다. 이는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알아두어야 할 요소다. 성욕은 실제로 연속선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그 연속선의 한쪽 끝은 과잉 성욕이고, 다른 한쪽 끝은 성 혐오 내지는 공포일 수 있다. 그러면 여성의 성욕은 과잉 성욕, 보통이거나 높은 성욕, 보통이고 낮은 성욕, 약하고 낮은 성욕, 강하고 낮은 성욕, 그리고 성적 혐오로 구분될 수 있다.
성욕은 성적 흥분 상태에 이르기 위한 전제 조건이며, 성적 흥분은 오르가즘을 경험하기 위해 필요하다. 처음부터 일정 정도의 성욕을 갖고 성행위를 시작해야 성적 만족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지기에 오르가즘에 이를 때까지 거쳐야 할 여러 성적 반응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여성은 남성과는 다른 점이 있을 뿐이다. 아치 볼트에 의하면 성욕이 보통이라고 답한 여성들 중에서 74%가 만족스런 성교를 한다고 했으며, 성욕이 강하다고 한 여성들은 조금 더 높은 수치인 80%가 만족스런 성교를 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낮은 성욕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은 겨우 49%만이 성적 만족을 느끼는, 그 비율이 급격히 떨어짐을 알 수 있다. 성욕과 만족스런 성교는 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
5. 인터넷과 성중독의 원인
인터넷에서의 성중독은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일단은 인터넷 자체가 문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은 인간의 성본능을 자극하는 주요한 매체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것은 무엇이 인터넷의 성중독을 만드는가 하는 질문에 관계되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대해 의미있는 조사 중의 하나는 병리학상에서 사회적·심리적·직업적 손상과 관계된 인터넷 사용을 확인해 왔다. 여기서는 몇 가지로 구분하여 그 원인을 알아보기로 하자.
1) 인터넷의 발달과 성 확산
인터넷과 관련된 성중독의 원인에서는 일단 인터넷의 발달을 들어야 한다. 이런 현상은 인터넷의 발달과 상당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최근 몇 년간 급격히 확산되었을 뿐만 아니라, 의식주 다음가는 생활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인터넷은 인간의 생활과 관계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켰으며, 다양한 긍정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오랜 생활수단으로서 시행착오나 검증을 거쳐 온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오히려 생활에 역기능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것의 하나가 인터넷섹스와 관련된 중독의 문제다. 인터넷으로 인해 발생되는 폐해는 정체성이나 도덕성이 명확하게 확립되어 있지 않는 청소년에게서 더욱 큰 문제가 된다. 특히 청소년들은 사이버 성중독에 쉽게 빠져들기 쉽다. 이는 청소년들의 인터넷 음란사이트 접속, 음란, 채팅, 사이버 성폭력, 통신을 매개로 한 성매매 등 인터넷을 통한 성적인 활동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 인터넷 사용은 필수 불가결하며, 시간이 갈수록 이용자의 수요나 사용시간은 증가될 수밖에 없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 조사 결과 인터넷 이용 인구 중 청소년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인터넷 이용에 따른 부작용도 날로 증가될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버세계는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이런 문제는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심해지면 현실 적응력이 떨어져 자살사이트에 빠지는 등 극단적인 현실부적응 현상을 보이게 된다. 또 인터넷은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실제보다 과장된 감정을 표출하다 보면, 사이버상의 자신과 실제의 자신을 구분할 수 없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자기가 형성됨으로써 청소년들의 정체성이나 변화나 탈개인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통한 성중독의 증상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점에서 책상 앞에서 졸고 있는 학생이라면, 이를 의심해 볼만 하다. 아마도 그들은 밤마다 포르노를 보느라 정신에너지를 소모하여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이처럼 인터넷의 특성은 학생들에게는 한편으로는 학습에 다양하게 도움을 주는 수단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성적 유혹이 많은 시기에 대체 수단으로 활용되는 점이 없지 않다. 최근에 청소년들이 인터넷과 관련된 성중독에 빠진 것으로 부모들의 걱정이 그칠 줄 모른다. 아직은 전두엽이 발달하지 않은 청소년들이 자신을 제어하는데 어려움이 따른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한창 공부에 열중해야 할 그들이 포르노에 집착하여 점차로 성중독에 빠지게 되었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더구나 청소년들의 원조교제와 성매매는 청소년문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과히 놀라운 일이다. 이미 몇년 전에 우리나라 중고생 2%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는 결과들이 보고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청소년 성매매는 성(性)을 사고 파는 행위이기에 청소년의 성을 산 상대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현재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청소년 성 매수’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으며(제2조), 청소년보호위원회가 2004년 하반기(2004년 11월 24일)에 발표한 제7차 청소년 성 범죄자 신상 공개 명단에는, 청소년 성매수자가 전체의 24.2%를 차지하고, 청소년 성매수 알선자는 10.3%를 차지하고 있어서, 청소년 성범죄 중 청소년 성매매의 비율은 전체의 약 35%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소년의 성과 관련된 상황이 매우 심각함을 의미한다. 이런 현상이 반드시 청소년과 관련된 것은 아니라 해도 청소년의 성에 대한 문제가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알게 하는 것으로 인터넷과 성중독의 실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실례라고 해야 할 것이다.
2) 인터넷 접근의 용이성
많은 인터넷 중독자들이 매번 포르노그라피를 접속하기가 점점 더 쉬워진다는 알게 된다. 실로 인터넷섹스는 파블로프의 조건화에 따라 전형적인 인간행동을 야기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중독자들은 자극적이지 않은 베이지색의 컴퓨터를 이제 성적인 흥분 없이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성적인 흥분감은 사타구니에서 시작해 등줄기를 타고 뇌에 이르기까지 기대감과 함께 아찔함마저 준다. 수없이 많은 인터넷 음란물을 검색한 사람들은 인터넷에 접속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그들은 지금까지도 자신들이 결코 성적인 강박증에 사로잡히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일부는 처음의 호기심이 강박증으로 전이되곤 한다. 그러한 사람들조차 스스로 인터넷섹스를 즐겨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실제로는 많이 즐기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인터넷섹스에 대한 욕구는 점차 커지고 있으며 권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인터넷의 접근의 용이성은 반드시 생산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은 이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다고만 말하기 어려운 것인지 모른다. 누구나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터넷은 반드시 생산적으로만 활용되는 것만은 아닌 것이다. 이렇게 접근성이 용이한 인터넷이 청소년들에게 학습의 장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활의 도구, 즉 성욕을 해결하는 수단이 되어가는 인상이다. 실제로 중·고등학생 대상의 한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의 컴퓨터-인터넷 활용률은 공히 99%에 이르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은 공부를 잘 하고 경제를 여유있는 청소년에 비해 ‘소모적’인 방식으로 인터넷을 활용한다는 것이 드러났다.
그러니까 청소년들은 정보검색이나 학습 등, 의이 있는 생산적인 활용방식보다는 게임이나 채팅, 그리고 포르노를 접하는 시간 소모적 활용방식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이 단순히 정보검색을 통한 학습이 아니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 다른 가운데서의 일은 물론 성욕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편이라고 해야 한다. 이미 기술한 바 있지만, 오죽하면 초등학생 5학년이 날마다 포르노를 보고 학교에 간다고 했던 것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가 언젠가 게임이나 포르노 강국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걱정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인터넷의 접근의 용이성이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3) 성욕과 강박성
성욕은 일중독(Workaholic)과 마찬가지로 강박적 특성이 있다. 규칙적으로 섹스하고 싶은 욕구가 모든 성인의 원초적인 충동이라면, 물론 여기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다 해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어느 정도 섹스에 중독되어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욕구가 그 만족적 수단을 지배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어떤 사람의 성행동이 고정화되어 있지 않다 해도 어느 정도는 그런 욕구에 의해 지배되는 현상은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음식에 대한 욕구도 기본적인 충동이지만, 성적인 것도 어느 정도 일정한 중독성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성욕으로 인해 수치감과 부적합성을 느낀다면, 이런 경우에 섹스는 다른 행동 패탄과 똑같이 강박적인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인터넷섹스와 관련된 강박성은 앨 쿠퍼(Al Cooper)에 의하면 다섯가지 특이성이 있다. 첫번째 특성은 사용자의 부정(denial)으로 그들은 자신의 행동을 숨기려고 거짓말하거나 정당화하려고도 하고, 빈번히 자신의 행위를 축소하려고 한다. 두번째 특성은 자신의 행위를 그만두려는 결심과 노력이 자꾸만 실패하듯 지향적 노력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세번째 특성은 환상에 빠지고 욕망을 충족시킬 기회를 구상하고 그런 행동을 숨기려고 시간을 낭비하는 등 인터넷섹스에 과도한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네번째 특성은 처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점점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이러한 행위가 사용자의 직무, 습관, 그리고 친구,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인터넷 섹스중독의 특성은 불리한 결과가 나올 것을 뻔히 아는데도 인터넷섹스 행동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성욕과 강박성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게 성적 경험을 할 수 있게 됐고, 성적 정체성이 자아의 핵심을 현성하게 된 상황적 배경을 놓고 이해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여자들이 섹스를 원한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만약 그것이 성적 자율성과 충족에 대한 권리 주장으로 이해된다면, 문제는 다른 것이 될지 모른다. 그동안 사회적으로 금기시했던 성적인 억압이 해방을 불러일으키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억압 가설이 아무런 진실을 담고 있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우 70여년 전만 해도 영국에서 임신한 미혼의 소녀들이 수천 명씩 소년원이나 정신병원에 보내졌다는 사실을 숙고하게 만든다.
1913년 통과된 「정신적 결함 방안」(Mental Deficiency Act)은 지방정부가 가난하고 집이 없는, 또는 단지 ‘비도덕적인’ 미혼의 임신한 여성을 확인하고 무기한 억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비합법적 임신 자체가 정신적인 저능의 표시라는 생각이 일반적으로 지지됐기 때문에, 그 법안의 항목들은 아주 넓게 적용될 수 있었고 실제로 그랬다. 좀더 부유한 집안의 임신한 미혼여성들은 때로 불법적 낙태 시술-가난한 여성들도 이것을 받을 수는 있었지만, 생명의 위험을 상당히 무릅써야 했다. 그러나 그녀들은 실질적으로 인도 남부의 불가촉천민의 최하층 카스트로인 파리아(pariahs)이다.
이런 얘기가 저 먼 나라의 얘기라고만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게 고민이다. 아직은 성숙하지 못한 청소년들이 모텔에서 아이를 몰래 낳고 몸을 추스리기도 전에 아이를 버려두고 도망가는 일은 이제 어쩌다 있는 일이 아니라는 현실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만든다. 아직은 공부에 열중해야 할 청소년들이 단순히 성욕을 위해 성교 경험을 하려다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후회를 경험하는 일이 어디 오늘에만 있던 일인가 말이다. 이런 것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인터넷을 통한 포르노의 경험이 실제적인 현실로 이행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말이다. 그러면 그 중심에는 성에 대한 강박적인 특성이 작용하여 급기야는 현실적으로 성을 경험하기에 이른 것으로 봐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단 한 번의 실수라 해도 사랑을 수반하지 않는 성의 경험은 그들에게는 앞으로의 삶에서 돌이킬 수 없는 함정으로 몰아가게 만든다. 단순히 호기심에서 했다고 해도 그것은 일생 동안 지울 수 없는 심리적 상처이기 때문이다. 성중독에 대한 문제가 심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6. 결론: 교회의 책임이 크다
지금까지 인터넷과 성중독에 대하여 기술했다. 인터넷과 성중독의 문제는 특성상 포르노와 관련된 측면이 많았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포르노그래피의 사용은 이제 확연히 널리 확산된 상태에서 문제되는 현실이었다. 적어도 미국인의 10%(2500만명)가 매주 인터넷섹스 사이트를 방문하고 웹사이트 방문의 60%가 대개 성적 의도에서 이루어진다. 이런 현상은 기독교인이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에 목회자였고 지금은 포커스 온 더 패밀리에서 목회자들을 위한 케어 라인(care line)을 운영하고 있는 엘든 프라이(Eldon Fry)는 기독교인들 사이에 포르노 문제를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케어 라인에 의뢰된 문제 중 20% 가량은 성적인 부정행위와 관련되어 있고, 그러한 의뢰의 대다수는 인터넷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슈나이더(H. Schneider)는 스스로 인터넷 섹스중독자라고 응답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많은 여성들이 성과 관련하여 인간관계 형성을 중시하는 어떤 고정된 유형을 따르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한다. 그러나 여성 응답자들의 일부는 남자들을 관계가 아닌 섹스 중심으로 쳐다보고 판단하는 “포르노그래피의 시각 지향적인 소비자들”이었다. 슈나이더는 이러한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남성들이 갖는 전형적인 성중독과 동일하다고 지적한다.
인터넷과 성중독의 문제는 우리 기독교와 관련하여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기독교인들도 음으로 양으로 이런 것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기독교 지도자들로 인한 인터넷 섹스중독은 법적인 분쟁으로 인해 사회에 불미스런 사레들로 적지 않다. 미국의 경우기는 하지만 언젠가 법원은 플로리다 브래덴튼(Bradenton)시 소재 감리교회를 설립한 로렌스 킬본(Lawrence Kilbourn)목사에게 7년형을 선고했다. FBI수사관이 그의 컴퓨터에서 3700여 개의 아동 포르노 사진을 발견한 것이다. 그 일이 일어나기 한 달 전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한 목회자가 인터넷상의 미성년 사용자들에게 유해한 자료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다섯 가지의 중범죄에 대한 유죄가 인정됐다. 이런 것은 반드시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상황도 그다지 다르지 않다고 해야 한다. 한국에서 교회 지도자들이 심심찮게 성에 연루돼 교계에 문제되는 것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목회자들은 더욱 신경을 기울여 교인들이 그런 것에 빠져들지 않고 신앙에 정진하도록 지도하기를 힘써야 한다. 인터넷이 드러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 현실을 알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실제로 우리가 모르는 부분에서 이들과 함께 수많은 기독교인들에게 이제 인터넷섹스는 일찌기 솔로몬이 잠언에서 매춘의 유혹과 위험을 경고한 바와 같이 가상현실의 위협적인 매춘으로 점차 입증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저 음녀의 입술은 꿀을 떨어뜨리며 그의 입은 기름보다 미끄러우나, 나중은 쑥같이 쓰고 두 날 가진 칼 같이 날카로우며 그 발은 사지로 내려가며 그 걸음은 음부로 나아가나니(잠언 5:3-5)”를 기억해야 할 때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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