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아들 녀석이 운전허가증(Learner’s Permit)을 받았습니다. 운전허가증은 운전 면허증(Driver’s License)과는 달리, 부모가 조수석에 앉아 지도함으로 자녀가 운전을 배울수 있도록 허가한 증서입니다. 드디어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아들 녀석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릅니다.

사실 운전허가증을 받기 위해서 아들 녀석은 4시간의 이론 교육을 받은 후에 이론 시험을 치렀습니다. 그리고는 이론 합격 증서를 가지고 교통부(DMV)의 한 사무실을 함께 찾았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약 1시간을 함께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우리 순서가 되어 담당자를 만나 여러 서류들을 제출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가졌습니다.

담당자가 제게 “Are you his dad?” 당신이 이 학생의 아버지냐고 물어봅니다. 그렇다고 답을 했더니, 어떤 서류를 꺼내며 제게 사인(Sign)을 하겠냐고 물어봅니다. 그 서류를 보니 보증서(Affidavit)입니다. 아들이 운전을 배우다가 사고를 냈을 경우 아버지인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을 보증하는 서류입니다. 그러면서 혹시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이 보증서를 취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그런 상황이 되면 자녀는 더이상 운전을 배울 수 있는 특권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자녀가 노력해서 받은 운전허가증이 무의미해지는 것입니다.

그 순간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자녀를 위해 모든 책임을 져 주는 게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로서 자녀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져 주는 것이 오히려 부모가 가지고 있는 특권이자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 녀석의 등을 한번 툭 쳐 주면서 기쁨으로 말했습니다. “아빠가 책임져 줄께.” 아들 녀석의 입가에 잔잔한 웃음이 일면서, Thank you! 라고 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자녀라고 칭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아버지 하나님께서 자녀인 우리를 위해 그동안 엄청난 책임을 대신 져 주셨습니다. 자녀로서 우리 인간은 태초이래 얼마나 많은 사고를 쳤는지 모릅니다. 그 사고가 얼마나 큰 사고였는지 스스로 책임질 수 없는 사고였습니다. 우리는 사고를 칠 때마다 후유증을 앓았고, 그동안 힘들고, 괴롭고, 풀리지 않는 삶의 어려움에 빠지곤 하였습니다. 죄는 사슬이 되어 우리의 삶에 많은 고통과 아픔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하나님은 참 좋은 아버지이십니다. 하나님은 더이상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우리를 위해서, 더이상 책임질 수 없는 우리들을 위해서 먼저 도움의 손길을 보내 주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생기면 책임이 따라야 하는데, 하나님은 십자가를 통하여 모든 책임을 대신 져 주셨습니다. 자녀인 우리를 위해 완전하게 책임져 주신 아버지, 그 아버지가 우리의 하나님이셔서, 나의 하나님이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아빠로서 제 아들 녀석에게 소망이 있습니다. 운전하다가 가능하면 사고를 치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입니다. 안전 운전을 하면서 운전을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책임을 지고 있는 아빠의 즐거움이 될 테니까요! 자녀된 우리도 하나님 아버지를 기쁘시게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최대한 죄의 길에서 벗어나, 의의 길로 걸으며 즐길 수 있는 자녀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삶을 살다보면 피치 못해서 사고를 칠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마다 너무 소심해져서 숨거나 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없었던 것처럼 숨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아버지는 좋은 아버지임을 기억하고, 하나님께 솔직하게 낱낱이 고하며 도움을 요청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을 아버지가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도움을 요청할 때 언제나 대신 책임을 져 주실 분이 분명히 우리에겐 있습니다. “아버지 하나님, 어떤 것도 다 책임져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