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지옥 논쟁이 한참이다. 논란의 발단은 미국 미시간에서 급성장하는 교회로 주목받고 있는 마스힐 바이블 교회의 로브 벨 목사님이 최근 출판한 책인 사랑이 이긴다(Love Wins) 라는 책에서 비롯된다.

로브 목사님은 이 책에서 사랑의 하나님께서 단지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다고 해서 수 많은 사람을 지옥에 보내서 고통 받게 할리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자 곧 곳곳에서 이에 대한 찬반의 논쟁이 빗발치듯 일어났다. 여러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찬성 혹은 반대편에서 논쟁을 벌였고 최근에는 세계 최대의 신학교인 풀러 신학교의 총장이 이를 지지하는 것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천국에는 기독교인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타종교의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해서 논란은 더욱 더 확산되었다.

최근에는 급기야 카톨릭 교황이 이에 대한 카톨릭의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사태에 까지 이르렀다. 정작 애초에“지옥이 없다”는 투의 생각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로브 벨 목사는 최근 본인의 뜻은 지옥을 부인하려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예수를 믿음으로 천국에 가고 그렇지 않은 모든 사람은 지옥에 간다는 단순한 믿음으로 많은 믿는 사람들이 사랑의 실천에 적극적이지 않은 현실이 가슴 아파 그 점을 깨우치려 했던 것이다 라고 사과하고 성경이 말하는 지옥에 대한 진리를 부인 하지 않는다고 부분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수정했다.

또 풀러신학교의 총장인 리처드 마우 박사도 자신의 말은 편협한 기독교가 좀더 관대한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는 뜻에서 그런 말을 했다는 뜻을 밝혔다. 설교자나 목회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가끔 어떤 한 가지 진리를 강조하려다 보면 본의 아니게 다른 복음의 진리를 훼손하게 되는 경험이 종종 있기는 하다.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하다 보면 공의가 조금 소홀하게 취급되게 되고 행위를 강조하다 보면 은혜가 다소 소홀히 취급 되게 된다.

그렇다고 둘 다 공평하게 강조하면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면 도대체 무슨 말인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 대중을 상대로 하는 설교가나 저술가의 고민이 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이 모든 지옥 논쟁에는 기본적인 흐름이 하나 있음은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사랑이나 관대함을 성경 보다 한발자국 더 강조하고자 하는 인본주의적 흐름이다. 알다시피 성경은 그야말로 사랑의 책이다. 성경이 말씀하시는 사랑은 세상의 그 어떤 사랑과 비교할 수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요 무제한적인 사랑이다. 성경은 평화의 책이다. 성경은 분명히 할 수 있거든 너희는 모든 사람과 화목하라고 말씀하신다.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을 구원하시고자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성경은 이 모든 사랑과 평화를 강조하되 그것을 위해 결코 하나님의 공의를 희생시키지 않는다. 성경은 자칫 모순처럼 보이는 상반된 진리들을 절묘하게 조화시키고 있다. 사람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일 중의 하나다. 그래서 믿음의 사람들은 언제든 말씀이 가라 하면 가고 서라 하면 서야한다. 이것이 장로교의 창시자인 칼빈의 태도였다. 하나님보다 더 의로운 척 하지도 말아야 할 것이다. 반면 하나님보다 더 사랑이 많은 척 하지도 말아야 한다. 문제는 종종 사람이 이 중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는데서 발생한다. 지옥 논쟁도 바로 거기에 문제가 있다. 사랑하되 하나님보다 더 사랑하려는 과도한 의욕, 관대하되 하나님보다 더 관대하려는 의욕들은 언제나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실로 하나님의 지혜요 능력이 아닐 수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공의와 하나님의 사랑 또 은혜와 행함 같은 모순 되고 역설적인 진리들을 그 어떤 지나침도 없이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연 하나님의 지혜요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런즉 우리는 무슨 말을 내기 전에 먼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겸손히 엎드리는 십자가의 영성으로 무장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