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물이 가지는 속성은 그대로 음란물중독을 부르는 측면이 있다. 특히 음란물은 쉽게 중독되는 특성을 갖고 있어 한번 접하면 중독으로 이행될 소지가 많다. 음란물은 대개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자꾸만 보고 싶은 이상한 호기심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음란물이 성인들만 아니라 나이 어린 청소년들에게 확산되고 있는 점은 한참 성장해야 할 아이들에게 문제가 아닐 수 없다.

1. 음란물중독의 이해

음란물중독은 인간의 성적 본능을 자극하면서 더욱 증가되고 있다. 언제부턴가 음란물은 컴퓨터를 켜거나 메일을 열면 이미 올라와 있는 현실이 됐다. 음란물의 범람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음란물중독은 음란물의 범람과 때를 같이하면서 사회에 만연되고 있다. 어디서나 컴퓨터를 켜면 쉽게 접할 수 있는 접근의 용이성이 음란물중독을 부추기는 실정이다. 이런 음란물중독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해 고찰하자.

1) 음란물중독의 정의

음란물중독은 음란물에 빠져드는 증상이다. 한번 음란물을 접하면 그만두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집착하는 증상이다. 모든 중독(Addiction)이 그렇듯 음란물중독도 쉽게 그만둘 수 없는 행동이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중독은 강박적 특성으로 나타나는데, 심지어 일정한 습관성을 형성하면, 자기 삶에 대한 개인의 통제력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중독자는 그만두고 싶지만 도저히 그만둘 수 없는 행동을 유발시켜 중독증상에 오히려 조절을 당하는 꼴이다.

이런 점에서 음란물중독이란 음란물로 인해 사회생활이 비정상적으로 되는 증상이다. 여기에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보다 그만둬야 할 시간인데도 스스로 그만두지 못하고, 처음 음란물을 접할 때보다도 점차 사용 시간이 길어지며, 음란물을 보지 않으면 우울하거나 짜증이 나고, 음란물 때문에 생활 속에서 문제가 생기는 증상이다. 음란물중독자는 음란물을 과도하게 사용해 일상생활에서 신체적·심리적·사회적·경제적으로 심각한 지장이 발생하고 있다.

2) 음란물중독과 증상

음란물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문제를 유발한다. 직장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가정생활에도 문제를 나타낸다. 특히 음란물중독 증상을 보이는 청소년들은 지속적으로 음란물에 접근하고, 밤새 음란물을 보고 낮에 졸거나, 가정에서는 부모와 대립하기도 한다. 심지어 이들은 중독으로 인해 죄의식이나 결벽증에 시달리거나 신경쇠약 증세를 보인다. 음란물에 빠진 청소년들은 대개 그에 따른 연상작용으로 공부에 방해를 받으며, 성 충동 증가를 경험한다. 또 비정상적 설정이 대다수인 음란물을 여과없이 받아들여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급기야 모방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음란물중독은 특성상 신체적 문제 뿐 아니라 정신 작용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런 증상은 갈수록 분주한 생활로 서로를 돌볼 겨를이 없는 현대사회에서 더 많이 만연될 위험성을 노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사회는 음란물중독 외에도 점차 도박중독, 게임중독, 성(性)중독, 인터넷중독 등 특정 행동을 습관적으로 일으키고 그 습관을 절제하지 못하는 일정한 현상을 나타내기에 이르렀다.

음란물중독은 대개 갈망이나 탐닉이 주된 것으로, 조절하기 어려운 습관성을 기초로 일어나는 증상이면서도 아직 그 중독성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물질적인 중독에 기대어 이해된다. 이런 점을 감안해 다음 몇 가지 측면에서 음란물중독의 특이성을 기술할 수 있다.

첫째, 음란물중독은 일단 의학적 문제다. 동시에 심각한 사회문제다. 음란물중독에 노출된 이들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실직, 빈곤, 폭력, 범죄 등 사회적 문제를 초래한다. 한편으로 어떤 정신적·내적 행동 변화를 유발하는 기존 연구에 임상의학 증상 뿐 아니라 뇌의 생리, 생화학에 대한 하나의 연구도 진행된다.

둘째, 음란물중독은 성적 충동과 연계되고 있다. 음란물중독은 뇌에서 일어나는 작용을 화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해도 분명히 성적 충동이 강하게 나타난다. 음란물중독이 대개 성 충동을 강하게 나타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성적 측면과의 관련은 스스로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성적 충동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일단 성적 충동에 무력함을 인정함으로써 삶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 중독의 이중성이다. 중독은 또다른 중독증을 유발시킨다. 예를 들어 음란물중독은 채팅중독이나 성(性)중독으로 이어져 점차 성적 욕구에 종속되는 상태로 나아간다. 그러면 음란물중독은 성중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까? 대답은 ‘일단 그렇다’다. 음란물에 자주 접하면 성적 본능이 자극돼 욕구가 강하게 작용한다. 실제 누구나 음란물에 빠지면 무의식적으로 성적 본능이 일차적으로 자극을 받아 작용한다. 물론 이때 자극되는 성적 본능은 음란물에 의해 때로 그 기능이 감소되더라도, 성에 대한 환상만은 최상의 상태에 이른다.

넷째, 음란물중독은 설명이 어려운 괴벽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음란물중독이 성(性)충동을 자극해, 그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 일어나는 특성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음란물중독이 정신의학적 범주로 인정받는다는 것 자체가 이해당사자들에게 의료기금을 모을 자격을 주고 연구지원을 끌어들이며 스스로를 새로운 종류의 전문가로 자처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음란물중독 영역에는 보다 넓은 수준의 활동이나 특별히 성적인 영역에 해당하는 무엇이 있다. 음란물중독은 알고 보면 성(性)중독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음란물중독은 의학적으로 정확하게 규정하지 못한다 해도, 그 영역을 점차 확대해 가는 추세다. 그래서 포르노나 성중독도 가능하고, 특히 성적 부분이 제외된 상태로 단순히 음란물을 보는 자체에 한정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현대인들은 음란물중독 외에도 어느 한 가지의 중독증과는 관련을 갖고 생활한다고 봐야 한다. 범법은 아니라 해도, 정신병이 증가되는 현상에서 전혀 무관하다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3) 음란물중독 간이 체크리스트

아래의 간이 체크리스트는 10개 항목인데, 해당되는 항목에 ○ 또는 X표를 하면 된다.

음란물중독 간이 체크리스트 (○/X)

1. 음란물을 자주 접하지 않으면 허전하다 ( )
2. 음란물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 ( )
3. 음란물 때문에 자위행위가 늘었다 ( )
4. 음란물에서 본 장면이 가끔 떠오른다 ( )
5. 음란물을 본 후 집중력이 감소했다 ( )
6. 음란물을 본 후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 )
7. 음란물의 장면을 모방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 )
8. 음란물을 보기 위해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 )
9. 많은 양의 음란물이 저장돼 있다 ( )
10. 음란물을 본 후 이성이 성적 대상으로 보인다 ( )

위 표에서 3개 항목에 ○표를 하게 되면 초등도의 음란물중독이고, 5개 항목은 중등도, 그리고 5개 이상은 고등도의 음란물중독으로 볼 수 있다.

2. 음란물중독의 원인

음란물중독은 특히 성적 자극이 강한 청소년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청소년기는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이므로,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중독이 다른 연령대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다. 단순하게는 부모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통제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도 관련이 있다. 그들은 음란물을 친구나 컴퓨터 상가, 그리고 인터넷 등 다양한 경로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방대한 양을 제한 없이 구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 음란물과 달리 여과 과정이 없으며,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변태적인 내용도 고화질로 전달되고 있다. 이를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1) 음란물중독의 생물학적 요인

음란물중독에서 생물학적 원인은 언제나 신체의 기초로 활동 기준이 되는 측면이다. 생물학적 원인은 대개 신체의 생리적 조건을 중요시하는 입장인데, 여기는 인체의 체질과 소인, 수용체와의 관련 등이 중요시된다. 보이는 신체를 가진 인간이기에 신체의 특징, 즉 인체 기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적 요인과 생리적 조건, 이른바 신경전달물질의 수준 등이 관련된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는 다음 요인들이 관련되고 있다.

첫째, 유전적 요인이다. 음란물중독의 유전적 요인은 진위를 가리기에 앞서 매우 관심을 갖는 일차적 부분이다. 음란물중독이 유전적이라면, 중독자의 개인적 책임도 상당히 면할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다. 중독이 유전이라면 그만큼 중독자의 개인적 의지와 행동에 따른 책임이 약화된다. 실제로 모든 중독의 경우 어느 정도 유전된다는 연구도 있다. 다만 음란물중독에 쉽게 빠지는 취약성, 즉 체질과 소인과 관련되지만 아직도 그 유전인자를 찾기 위해 여러 연구가 시행 중일 뿐이다. 이런 연구에도 불구하고 중독에서 유전성은 강력한 소인으로 생각된다. 음란물중독자 부모의 자녀는 음란물중독자가 아닌 부모의 자녀에 비해 음란물중독자가 될 확률이 4배이며, 성장해 음란물중독자가 된 입양 남아의 친아버지 중 25%가 음란물중독자라는 보고도 있다.

둘째, 충동의 조절문제다. 음란물중독은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음란물을 접하려는 충동은 내면의 성적 욕구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중독을 유발하는 요인이다. 이들은 음란물을 보고 싶은 욕망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해 반복적·점진적·만성적으로 행동을 억제하는데 실패하는 경우다. 이런 충동성 때문에 음란물의 문제는 중독자인 당사자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조절하지 못하는 충동으로 인해 개인의 존재나 가정 또는 직업생활에 해를 끼치고 파탄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음란물중독은 때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있을 때 더욱 심해지는 편이다. 충동이 무엇이기에 음란물을 중단하지 못하는가? 충동(impulse)이란 심리학에서 마음을 자극하는 세력으로, 행동하려는 경향을 유발시키는 특성이다.

셋째, 충동과 긴장의 해소다. 음란물중독은 충동·긴장감 유발과 갚은 관련이 있다. 개인은 심리적인 충동으로 자극을 받으면 자연적으로 긴장하고, 긴장감은 다시 해소의 단계로 이어진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충동을 본능적 욕구, 즉 성욕과 공격성 관점에서 이해한다. 프로이트는 이를 쾌락원칙과 현실원칙의 개념, 그리고 억제기능의 수준으로 파악한다. 이는 정신분석학이 충동의 문제를 구순기 고착에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페니헬(Fenichel)은 충동을 내적 측면을 행동으로 극복하려는 시도로 이해한다. 충동적 행동이 불안, 죄의식, 우울 그리고 기타 고통스러운 감정 내지 내적 위험을 행동이라는 수단으로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음란물중독은 성적 측면에서는 일치점을 이룬다고 본다. 음란물을 보고자 하는 충동은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공격적이며 왜곡 또는 성적 만족을 시도하게 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세르토닌 신경전달물질체계의 장애가 충동조절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도 제시되고 있다.

2) 심리적 원인

음란물중독은 처음에 시간이 무료해서 재미삼아 시작하지만, 반복하면서 취미가 되고 중요한 삶의 수단이 되다가, 스스로는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현대의 각종 중독증은 생물학적 원인이라는 약물 증상을 넘어 심리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되는 점과 함께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임상에서 중독자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이 일차적인 이유다. 이런 심리적 원인에는 다음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욕구만족의 강화물이다. 음란물중독은 욕구만족의 강화물로 이해된다. 중독 행동이 옳으냐 그르냐를 넘어 이들에게는 일시적이지만 음란물이 욕구를 만족시키는 강화물이 된다. 음란물이 욕구만족의 강화물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들에게 욕구만족의 강화물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대개 배고픔, 목마름, 성, 쾌락 등 생리적이거나 기본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기능들이 1차적이다. 다음으로는 2차 강화물이라 할 수 있는 데, 획득물이 대표적이다. 음란물중독의 경우 언제든지 1차 강화물을 획득할 수 있거나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음란물을 접하면서 일차적으로 강화물과 유사한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들이 그토록 음란물에 집착하는 이유도 음란물로 성적 욕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쾌감과 스릴의 유혹이다. 음란물은 쾌감과 스릴의 유혹에 빠져들게 만든다. 이로 인해 이들은 음란물을 중단하지 못한다. 이는 계속적으로 음란물을 접하게 만드는 요인이기에 몇 번씩 반복한다. 이런 이유로 그들은 음란물을 중단하더라도 음란물과 연관된 조건자극인 환경단서에 노출되면 음란물을 보고자 하는 조건반응인 갈망이 증폭된다. 여기 음란물중독에서는 긍정적·부정적 효과가 병존하며, 두 가지는 상호 경쟁하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음란물의 부정적 효과에 직면하지 않고, 음란물을 접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크기 때문에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더욱 높이려 음란물을 더 접한다. 반면 음란물에 대한 긍정적 효과는 부정적 효과에 비해 크게 지각돼, 부정적 결과에 직면할 용기가 있다면 음란물을 끊으려는 마음을 갖고 실행에 옮기거나 주변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셋째, 충동성의 유혹이다. 음란물중독자들은 중독 증상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점이 또 하나 있다. 그 중에서도 그들이 쉽게 중단하거나 지배할 수 있는 심리적 세력이 약한 것이 문제다. 중독을 부추기는 충동성의 유혹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음란물을 단절하고 난 후에도 음란물에 빠지려는 충동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가 존재한다. 음란물을 끊으려는 의지를 갖고 회복단계에 있는 중독자들은 최소한 단기간이라도, 음란물을 끊으려 노력하는 비교적 초기에 해당하는 시기로 본다. 이때 음란물과 연관된 환경들을 적극 피하고 거절해야 하는데도 계속 음란물과 연관된 환경에 노출되면 음란물에 대한 갈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장기간 음란물을 접하지 않으면 연관된 환경자극들은 갈망을 증폭시키던 위력이 점차 약해지지만, 음란물을 보고 싶은 충동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건화의 위력은 강력해서, 장기간 절제에 성공한 후에도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점에서 이해된다. 이런 점은 궁극적으로 순간적인 쾌감이 정상적 행동보다는 못하지만, 건강하고 생산적인 다른 활동을 통해 지속적 즐거움과 의미를 얻으려 노력하기보다는 충동성에 휘둘리는 것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3) 환경적 원인

음란물중독은 약물이나 심리적인 것만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와도 관련되고 있다. 이런 환경은 주변 여건이나 상황에 상당히 관련된다. 주변 여건으로 인해 자극되는 마음의 문제에 직면해 답답한 문제를 풀거나 어떤 요구 때문에 음란물에 빠져들 수 있다. 환경적 문제가 그들의 마음을 자극해 음란물로 점차 이끈다는 것이다. 이런 환경적 문제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로 일상의 도피다. 음란물로 인한 일상의 도피는 이들에게 1차적 문제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반드시 중독자들 뿐 아니라 사람이면 누구나 반복되고 지루한 삶이라고 생각되는 경우 일상을 탈출하고 싶은 심리가 작동한다. 이는 어떤 이유로든 생활에서 활력을 잃고 권태스러워 하는 상태다. 이런 심리는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데, 그들은 단순히 음란물에 빠짐으로써 복잡한 심리적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이다. 음란물은 그들에게 유일한 도피 수단이다. 그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우울하고 불쾌한 기분을 감소하거나 기분을 상승시키기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음란물에 빠진 사람들 역시 현실의 불만족과 고통을 회피하고 우울과 권태로움, 외로움을 벗어나거나 해소하는 수단으로 음란물에 집착하기도 한다.

이들 중에는 현실에서는 낮은 존중감과 빈약한 자기상(自己像)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있다. 이때 그들에게는 현실이 불만족스럽고 자신에게 불만이 많을수록, 자존심이 낮을수록,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해소할 기회나 방법이 부족할수록 음란물에 의지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들은 적어도 음란물에 빠져드는 동안만은 적어도 성적으로 몰입되고 그 즐거움에 빠져 자신을 괴롭히던 불편한 생각들과 기분들로부터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음란물중독은 대체로 현재 상황을 회피하려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둘째, 성적인 쾌락과 스릴 추구다. 음란물에는 쾌락과 스릴이 있다. 비록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남들이 누리지 못하는 야릇한 성적인 괘락과 스릴을 누린다. 또 이런 성적 쾌락과 스릴이 그들을 중독으로 점점 더 유인하고 빠져들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시각에서 음란물로 인한 쾌락과 스릴은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특성이라 해야 한다. 음란물로 인한 성적 쾌감과 스릴은 즐겁고 흥분되는 역동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음란물에 빠지는 이유도 음란물이 단기간에 쾌락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음란물을 즐기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로 이런 음란물의 성적인 쾌락과 스릴에 빠져들다 보니 점차 습관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음란물에 습관적으로 탐닉하는 이유는 단기간에 쾌락을 충족시키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음란물중독이나 마약중독, 그리고 도박중독은 모두 유사한 점을 갖고 있다. 그것은 어떤 중독의 유형이든 일시적으로 고통을 잊는 것 외에도 일종의 쾌락과 스릴을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일시적 만족이다. 음란물중독에서 일시적 만족은 그들에게 매우 매력적 특성이다. 사회생활에서 모든 것의 결과는 상당한 노력의 시간을 기다린 끝에 경험되지만, 음란물은 그들의 행동과 더불어 일시적으로, 거의 즉각적으로 경험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는 음란물중독을 일종의 쾌락추구와 관련되는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음란물중독은 일시적인 만족이든 상당 기간의 연장을 목적으로 하는 도피든 간에 목적은 다른 것보다 성적 쾌감이나 즐거움을 지향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이 쾌락을 찾거나 도피 수단으로 음란물을 이용할 때 그 효과는 항상 즉각적으로 나타나기에 괴로움은 빠르게 사라지고 흥분과 쾌감이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일시적으로, 단번에 괴로움을 피하거나 만족감을 얻는 데 음란물보다 빠른 길은 없을지 모른다. 심지어 그들은 음란물을 보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즉시 흥분되고 설레며 가슴이 뛴다. 그들이 음란물에 접하기만 하면 언제나 즉시로 쾌감과 스릴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넷째, 음란물중독은 호기심의 산물이다. 호기심이란 아직은 모르는 것에 기대를 갖고 결과를 나름대로 예측하는 일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결과를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점이 더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처럼 인간은 그 결과를 알려는 호기심이 강한 존재다. 이런 특성이 음란물에서도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이들은 음란물로 인한 성적 호기심에 충만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 사회는 어떤가? 음란물중독을 부추기는 여건들이 주변에 많은 편이다. 아동들은 일찍부터 음란물을 접하면서 자란다. 인터넷 발달로 음란물이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음란물을 일찍부터 접하고 경험하는데, 심지어 음란물에 빠져드는 방법과 문제까지 모방한다. 부모의 중독문제가 심할수록 청소년들도 심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4) 사회적 원인

중독은 사회적 원인도 있다. 사회적 원인에서 논의되는 요인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인 분위기, 그러니까 집단적인 특성이 개인에게 영향을 주고 자극을 받는 일종의 정치적 상황이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사회가 주는 영향력에 개인은 많은 분야에서 그 특성이 간과되다 보니 개인은 점점 외로워지고, 더 많은 스트레스에 노출되기에 이른다. 이런 시각에서 중독의 사회적 원인은 개인이 놓인 상황, 사회관계 또는 사회구조에서 자극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중독으로 빠져드는 외부의 자극적 측면이 중요시된다. 음란물중독의 사회적 원인과 관련하여 여기서는 다음의 몇 가지를 들기로 하자.

첫째, 일탈적 행위다. 일탈적 행위란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이 정상으로 인정하는 규범의 허용 한계를 벗어난 행동이다. 이런 점에서 일탈이란 한 사회 구성원들이 정상으로 인정하는 범위를 벗어난 행동이지만 때로는 일탈이 가치관이나 규범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고, 역사적 조건,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의 애매성도 존재한다. 음란물중독 원인에 사회적 측면이 있다는 점은 일탈의 3가지 사회학적 견해가 작용한 결과다. 먼저 상호작용론은 학습이론이나 차별적 교제이론으로, 상호 작용이 일탈을 유발할 수 있고 학습된다는 견해다. 일탈은 행위자 또는 집단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집단에 해당돼 일탈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 관계하는 사람과 자주 접촉함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학습하게 된다. 이는 일탈에 대해 그 접촉 빈도와 강도, 개인의 주체성 정도에 따라 일탈 가능성이 달라짐을 전제로 한다.

둘째, 이상한 유혹이다. 음란물중독만 아니라 모든 중독에는 이상한 유혹이 있다. 유혹하는 힘이 마력과도 같아서 가까이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란물중독은 적어도 그들에게는 그다지 돈 들이지 않고 즐기는 일이다. 비록 돈을 버는 일은 아니라 해도 어디서도 느끼거나 얻을 수 없는 즐거움과 쾌감이 있다. 즐거움과 쾌감은 사람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특성이다. 이는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갖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즐거움과 쾌감은 인간이 추구하는 본능 중 향유에 해당한다. 이런 본능은 때로 욕망으로 표현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런 욕망을 인간은 죽을 때까지 추구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욕망은 생활이 어수선하고 피곤할수록 더욱 내면에서 치솟아 올라와 아직은 도달하지 못한 상태의 마음에다가 도랑을 만들고 거기에 발을 담그라고 유혹한다. 쾌락에다 자신의 몸을 맡기고 즐기라는 식이기에 어느 정도 체념적 태도를 갖고 살거나 그들에게 다가오는 여러 쾌락에 자신을 내맡기면서 살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그들을 매혹시키는 대상을 뛰어넘어, 또 그들의 현재 상태를 보완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음란물에 사로잡힌다. 비록 어느 순간엔가 약간 죄의식이 들지만,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셋째, 현실의 도피다. 음란물중독은 현실 도피라는 점에서 이해된다. 우리는 앞에서 일탈이나 일상의 탈출 등을 다뤘거니와 현실 도피는 가장 현저한 특징이다. 일탈이나 일상의 탈출이 피곤한 생활의 일시적인 회피라면, 현실 도피는 그보다 훨씬 부정적인 특성이다. 이는 사회생활을 거의 포기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점에서 현실 도피는 일종의 자포자기의 성격이다. 물론 자포자기라도 일상적 생활환경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자기 정체성 보호에 대한 일시적 포기지만 말이다. 음란물중독은 어쩌면 힘들고 괴로운 현실, 어쩌면 자신에게 잘 어울리지 않는 사회적 현실을 피할 수 있는 방편이어서 음란물에 빠져드는 것이다. 음란물중독에서 현실 도피는 결핍된 현실을 보충하는 것이기에 음란물에는 이 모든 것들을 보상해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술적인 위력이 있다. 음란물에 심취하면 현실 도피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믿을 뿐 아니라, 현실에 대한 불만을 성적 환상과 기대로 모두 잊고 싶어한다.

3. 음란물중독 실태

음란물중독은 음란채팅과 함께하는 특성이 있다. 음란물을 보다 음란채팅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인터넷에서의 음란물 접촉과 음란채팅 경험은 오프라인에서의 성행위로 연결된다. 이런 경우 인터넷을 통해 왜곡된 성지식과 성(性)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도 건전한 성행위가 이뤄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청소년들이 인터넷을 더 많이 활용하고 있는 점에서는 놀랍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인터넷에서 채팅을 통해 성매매를 제안하거나 제안받고 협상을 하는데, 그 경로가 대부분 인터넷이라는 것도 청소년들의 불건전한 성문화를 구축하는 주된 요인임을 말해준다.

2009년 한국청소년개발원에서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음란물중독이 너무나 낮게 조사됐다(게임중독 46.5%, 웹서핑중독 26.0%, 채팅중독 24.8%, 음란물중독 9.4%). 실제로는 훨씬 높다고 추정된다. 이미 초등학생들이 음란물을 보는 상태에서도 알 수 있다. 인터넷과 뗄 수 없는 시대 속에 초등학생들은 상상 이상으로 인터넷 음란물에 중독돼 있다.

인터뷰에 응한 초등학생들은 야동 킬러라는 뜻의 ‘킬야동’, 야동 매니아라는 의미의 ‘야매’ 등의 별명을 친구들에게 붙여주며 음란물에 접속하고 있는 사실을 털어놨다. 매일 새벽 음란물을 본다는 한 초등학생은 “마누라랑 신혼여행에 갔는데 할 줄 모르면 어떻게 하냐?”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했다. 이렇게 음란물에 중독된 초등학생들은 대부분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접했다 호기심 발동과 또래집단의 문화와 경쟁 심리로 음란물에 빠져들고 있었다. 성인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필요한 성인인증은 부모님 주민번호를 외우는 것으로 간단히 해치울 수 있다. 유해 사이트를 차단하는 설치 프로그램도 음란 사이트를 모두 차단하지는 못했다. 초등학생들의 미니홈피에는 해외 음란사이트가 링크돼 있고, 자주 찾는 음란사이트를 줄줄이 외는 초등학생도 여럿이다.

청소년이나 직장인들이 인터넷 PC통신 등 온라인망의 음란물에 중독돼 정상적 생활리듬을 잃고 학교나 직장생활은 뒷전이 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의 음란사이트는 성인은 물론 접촉이 제한된 청소년들조차 손쉽게 찾을 수 있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을 음란의 바다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J씨(34)는 아직 미혼인데, 아침에 출근하면서 인터넷 메일을 체크한 다음 특별한 일이 없으면 간밤에 책갈피에 갈무리해 둔 음란사이트부터 클릭한다. J씨는 “심할 때는 사흘 밤낮으로 음란 사이트를 뒤지고 다녔다”며 “직장일은 손도 대지 못해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자주 들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한다. 이런 일은 성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해당된다. 스스로 ‘야매’라는 초등학교 5학년 남아는 매일 음란물을 보고 학교에 간다는 말도 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1998년 청소년 649명과 성인 231명 등 8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뒤 결과를 분석한 ‘컴퓨터통신을 통한 음란물 접촉 실태와 대책’이라는 보고서는 온라인상 음란물 접촉이 중독성 강함을 뒷받침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PC통신을 이용하는 청소년 중 65.5%, 인터넷을 이용하는 청소년 중 50.1%가 음란 사진 및 만화를 한번 이상 봤다고 응답했다. 또 PC통신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경우 1-2번 접촉한 사람이 121명(18.6%)인데 반해, 11번 이상 접촉한 사람은 193명(29.7%)으로 반복적으로 접촉한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인터넷 이용 청소년의 경우도 1-2번 이용한 사람은 9.6%에 불과했으나 11번 이상 이용한 사람은 24.2%에 달했다. 그러나 이것도 일정 수치에 불과할 뿐, 실제는 헤아릴 수 없이 음란물을 접하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결과는 PC통신과 인터넷상의 음란물 접촉이 중독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번 접촉하면 장기간 지속적으로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에 현재 고3 수험생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도피적·충동적으로 인터넷 음란물을 조회했다 중독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인터넷 음란물을 전혀 보지 않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다. 실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국내 인터넷 사용인구 5백만명 가운데 15%인 75만명이 음란사이트에 중독된 계층이며, 이중 10만명이 중·고교생으로 추산돼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또 청소년의 46.8%가 PC통신이나 인터넷에서 불법음란물 구입을 권유하는 전자우편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소년의 59.3%, 부모의 25.8%는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고작 8%만이 실제로 설치한다고 조사됐다.

게다가 청소년의 23.8%가 청소년에게 접근이 제한되어 있는 성인정보서비스에 접촉한 경험이 있어 운영 문제점을 노출했다. 음란물을 처음 접한 후 느낌에 대해서는 청소년의 38.4%가 흥미로웠다, 25.4%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14.7%가 신기했다고 응답했으며 혐오감이 들었다 5.8%, 역겨웠다 7.4% 등으로 부정적인 반응은 적었다. 아마 남자 청소년들은 부정적 반응 대신 호기심을 나타냈으리라 추측된다. 특히 이런 음란물은 청소년들에게 널리 퍼져있는 암세포와 같다는 점에서 피해를 막기 위한 개인적 노력은 물론, 사회적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4. 음란물의 남용으로서 음란물중독

음란물중독 특성상 남용으로 이해될 측면이 있다. 남용이란 일정한 물질의 사용이나 특성을 정도 이상 요구하는 현상으로, 과도한 상태를 의미한다. 성(性)중독이라 할 때, 성교를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사용하는 것이 1차적이다. 이런 남용은 성격상 음란물중독의 특성을 기초로 하지만, 남용은 끝내 중독으로 이어지므로 중독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음란물중독은 정도 이상의 과도한 특성을 요구하면서, 곧바로 음란물 남용으로 이어지는 특성을 갖는다.

물론 음란물중독의 정의는 견해에 따라 정도를 다르게 가늠할 수 있다. 여기에는 성중독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성중독은 남자와 여자의 견해 차이도 존재한다. 물론 ‘여자들은 사랑을 원하고, 남자들은 성교를 원한다’고들 한다. 여자는 심리적인 사랑을 더 원하고, 남자들은 육체의 자극을 더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는 남자들은 동물적이고 여자들은 더 고상한 존재가 되는지 모르지만, 남자들이 반드시 동물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남자들은 가급적 많은 여자들과 성교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할 여성을 더 원한다. 그런가 하면 여자들 중에도 사랑에 대한 욕망이 섹스 지향적 기질을 능가하는 경우도 상당히 존재한다. 이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두고 중독이라 말할 수는 없는 이유다.

이런 점에서 생각하면 성에 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도 수정해야 되는지 모른다. 여기에는 여자와 남자의 성에 관한 편견이 상당히 작용하고 있다. 오늘날은 여자들이 성을 원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여성들이 집단적으로 관능의 기술(ars erotica) 전문가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과 관계(relationship)의 근본요소로 성적 쾌락을 추구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반면에 남자들은 믿지 않겠지만 사랑을 원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육체적인 사랑을 원할지라도, 여자들보다도 정신적 사랑을 더 원하는 측면이 있다. 아직도 연구해야 될 일이지만, 남자들은 많은 여성들보다도 자기와 맞는 정신적 사랑을 더 절실하게 원할 수 있다. 남성보다 여성 성중독자들을 더 생각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런 점을 이해하기 위해 술 마시는 여성을 예로 들 수 있다. 자주 술을 마시는 여성이 있었다. 낮에는 대학의 조교로 일하고 밤에는 다른 강좌에 참석한다. 그러면서도 수업이 없는 날에는 자주 독신자 술집에 가곤 했다. 그녀는 어느 날 4명의 남자들과 성관계를 갖고 난 후 성병에 걸렸다. 그녀는 당장 섹스 클리닉(sex clinic)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으나 가지 않았고, 대신 남자친구 중 하나를 불러내 섹스하며 밤을 보냈다.

그녀가 클리닉에 간 것은 며칠이 지난 후였다. 그녀는 여동생과 술집에 가서 두 남자를 만났는데, 그 중에서도 한 남자와 함께 그녀의 아파트로 차를 몰고 오는 도중 자동차 사고가 났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집에 도착했을 때 나는 쇼크 상태였어요. 그랬는데도 나는 성교를 원했어요. 보통 성교하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었거든요. 그러나 그날 밤에는 그렇게 되질 않았어요. 성교하는 동안 나는 죽은 것 같은 느낌이었고, 배가 아팠어요. 사내가 밤이 지나기도 전에 돌아가자 나는 해방된 느낌이었죠. 그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그가 다음날 전화하지 않자 내 자존심은 상처를 받았어요. 나는 남자들이 내 꽁무니를 쫓게 만드는 데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이 여성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없다고 느끼고 자주 자살에 대한 생각에 빠지곤 했다. 그리고 클리닉 소개로 성중독 모임에 참가한 후에 몇 달간 그녀는 성적 접촉 없이 처신하려고 노력했고, 그녀의 행동은 많이 바뀌었다. 물론 생각이 바뀌면서 행동이 바뀐 것이다. 전에 그녀는 성교를 원했지만, 이제 그녀는 새로운 성적 경험에 대한 개방성과 삶의 다른 절박한 사정들을 통합하려 노력한다. 세상에 대한 그녀의 영향력은 제한적이고 의심스럽지만,

그녀는 성이 세상을 통제하는 수단 중 하나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녀는 남자들을 얼마든지 부를 수 있었고, 능동적으로 새로운 성적 파트너를 찾아 나설 수 있었지만, 정도를 넘는 성적 접촉은 남자들처럼 쉽게 추구할 수 없었다. 많은 남성들, 아마 대부분의 남성들은 아직도 그들이 여자들에게 일상적으로 하듯 여자가 자기에게 행동하면 매우 부적절하고 위협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녀에게 성교는 남자와의 새로운 관계를 위한 수단이다. 전에 그녀에게 성교는 권력을 얻기 위한 유일한 방편이었지만, 이제는 어떤 사람과도 성적으로 관계를 맺지 않으려 분투한다.

확실히 음란물중독을 이해하는 방편으로 성중독을 예로 들어 설명하는 측면이 있다. 음란물과 성적 특성은 사촌간이기 때문이다. 실제 음란중독은 단순히 보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성적 행위로 이어진다. 그러나 모든 음란물중독이 반드시 성중독으로 이행되지는 않는다. 그냥 보면서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얼마든 있다.

5. 결론: 음란물 보기 전에 피해 바로 알아야

지금까지 음란물중독에 대해 기술했다. 음란물이 특히 성적인 본능과 관련되는 점을 중점적으로 기술했다. 인간의 성적 본능은 매우 뿌리 깊은 것이어서 몇 가지 간단한 조언이나 방법으로는 중단이 쉽지 않다. 이런 점에 착안해 정신분석은 성적 본능의 발현을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중요시했다. 성적 본능을 지나치게 억압하면 오히려 정신적 질병이 유발되는 점도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음란물중독을 이해했다. 그런 이유로 음란물은 더 이상 놀이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성적 본능을 발현하려는 시도다. 그러니까 음란물은 단순히 보는 차원을 넘어 인간의 성적 본능을 만족시키려는 행위로 이해한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 내재된 성적 본능은 점차 ‘훔쳐보려는 심리’인 절편음란물에 더 빠진다. 이런 현상을 덮어놓고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 방법이 아니다. 그보다 오히려 성에 대한 지식과 함께 적절한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성적 욕망이 왕성한 청소년들이 더욱 빠지는 현상을 볼 때, ‘쉬쉬’하고 지나갈 문제는 아니다.

게다가 이런 음란물중독은 기독교인에게도 예외가 아님이 점차로 발견되고 있어 쉽게 간과할 수 없다. 한참 신앙으로 무장하여 성장해야 할 청소년들이 신앙 때문에 더 많은 갈등을 겪어야 할 것을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뿐만 아니라 신앙에 열심이지 않은 성인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신앙으로 무장된 교인들이 음란물에 빠지면 영혼이 송두리째 흔들려 신앙생활이 문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교회의 중․고등부에서는 그에 따른 응급대책을 세워야 한다. 청소년 음란물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조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혼자 있으면 여러 생각을 하고, 부정적 행동을 하는데 견제해 줄 사람이 없어 음란물에 빠지기가 더 쉽다. 그러므로 주중에는 학교나 학원에서 공부나 취미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식구들이 귀가했을 때나 가급적 귀가 후 규칙적인 시간에 수면을 취해 보자.

취미활동도 좋다. 주말이나 휴일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거나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활동을 하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인다. 여러 사람과 공부나 운동, 취미활동을 하면 학습의 성과나 대인관계가 좋아지고, 음란물을 생각할 여지도 줄어든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에 온 마음을 다해 몰두하는 것이 좋다. 반드시 해야 할 의무적인 일이란 대개 잘못 생각하면 마치 따분하고 하기 싫은 것으로 치부하기 쉽다. 그러나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 불필요한 고민이나 공상을 하지 않게 되고 성취감과 보람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음란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음란물이 자신에게 주는 피해를 분명히 확인하고 음란물중독에서 벗어나려는 결심을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음란물에 다가갈 통로를 원천봉쇄하는 대책을 취해야 한다. 이런 간단한 방법으로 음란물중독이 예방될 수는 없다. 그러나 실천하기만 하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이다. 한두 번의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심한 중독 상태가 아닌 경우 이전 건강한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청소년들이 음란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더욱 신앙으로 무장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