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호 선생을 기리는 사람들’이 지난 26일 와싱톤한인교회에서 ‘윤치호 기념 강좌’를 열고 좌옹 윤치호 선생을 기리는 장학금을 수여했다.

주최측은 “좌옹 윤치호는 정치인, 사상가, 교육가, 기독교 지도자로서 개화기 한국 근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는 한국 최초의 황실 영어 통역관이었으며, 한국 최초의 미국 유학생(밴더빌트 대학교와 에모리 대학교)으로 애국가의 실제 작사자였다. 하지만 친일 논쟁에 휘말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교회를 설득하여 한국 선교를 이끌어 낸 인물로, 감리교 평신도로써 초기 한국 교회의 거목으로, 한국과 미국 관계의 틀을 잡은 인물로, 나아가 참된 한국인, 참된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를 기념할 것”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윤치호 선생의 외손녀인 조영숙 장로는 “인재양성에 평생을 바친 외할아버지를 기릴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장학금을 생각하게 됐다. 마침 2004년에 퇴직하면서 5만불을 영구장학금으로 내놓게 됐다. 기독교인으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성실한 학생들을 많이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어머니(윤명희 권사, 97세)가 이 자리를 무척 기다렸는데 몸이 편찮으셔서 나오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한 조 장로는 5살 때 외할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본 산증인이기도 하다.

조 장로는 “할아버지는 무척 자상한 분이셨다. 손자 손녀들이 정말 많았는데 그 많은 가족들의 생일을 다 기억하고 손수 챙기셨다. 집에 놀러가면 도서관에 아이들을 앉혀 놓고 옛날 이야기를 정말 재미있게 해 주셨다. 아이가 1명일 때는 꼭 무릅에 앉혀놓고 책도 읽어 주시고 산책도 함께 해주셨다. 일제말기에는 개성에 머무셨는데 당시 다섯살이었던 나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여 죽을 힘을 다해 집으로 달려가 어른들을 모셔왔다. 하지만 뇌일혈로 결국 숨을 거두셨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기념 강좌에서는 김재현 목사(교회역사학자, 한국기독교 역사 시리즈 출판인)가 “Black Swan 예수의 이름으로 좌옹을 위로하라”는 제목으로, 전병구 장로(전 조지타운 의과대학 교수, 한림대 의대 초대 학장)가 “내가 본 윤치호”라는 제목으로 각각 세미나를 인도했으며, 이후 차은송, 황혜진 학생에게 각각 2천불의 장학금이 수여됐다.

김재현 목사는 “20세기의 초반 50년은 모든 것이 윤치호 선생과 통한다고 할 정도로 그는 한국 근대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윤 선생이 일제의 105인 사건(1910년)으로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는 친일 논쟁이 극단을 달리고 있다”며 여러가지 대안들을 제시했다.

김 목사는 “그에 대한 비판을 하기에 앞서 먼저 그의 책을 읽어보는 ‘독서그룹’을 형성해서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한다. 그에 대한 평전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젊은 시절, 성장기, 1910년 이후 등으로 나누어 객관적인 연구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인간 윤치호에 대한 심리적인 연구도 진행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윤 선생 후손들의 정직한 인정과 외부인들의 따뜻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병구 장로는 “한림대 도서관에서 윤치호 선생의 일기 7권을 읽으면서 그 분의 애국심을 확신하게 됐다”며 “윤 선생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그 분을 옆에서 도울 수 있었다면 내게 정말 큰 영광이었을 것”이라고 간증했다.

좌옹 윤치호 기념 장학생으로는 매년 1명이 선정되며 2천불의 장학금이 수여된다. 올해는 윤 선생 후손들의 배려로 특별히 2명에게 장학금이 수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