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제가 지난 50년을 살면서 항상 최고의 나라였습니다. 메이딘제펜(made in Japan) 하면 KS마크보다 더 신뢰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쏘니 TV하나 갖고 있으면 자랑스러웠던 적도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 일본차 한번 몰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한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우리가 일본을 위해서 헌금을 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위해서 헌금하는 날이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국정부에게 도와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날이 오리라고 누가 기대를 했겠습니까? 제가 아는 모든 한인교회들은 일본재난을 위한 구제헌금을 했습니다. 모든 교회가 거의 다 했고, 한국방송국, 신문사, 비영리단체 등 총망라해서 일본을 위해서 헌금을 하지 않는 곳이 없었습니다. 일본과 비교하여 항상 아류에 머물렀던 한국사람이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일본사람들을 위해서 헌금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나라를 빼앗겼고, 부모님이 지어주셨던 이름도 일본말로 개명했던 치욕의 날들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도 일본을 위해 헌금을 하였습니다. 혹자는 이 기회에 일본이 망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막말하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우리 한민족의 마음은 재난 당한 일본국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일본과 얽히고 설킨 반만년의 역사 속에 늘 억울하게 당하고 유린 당했던 우리 민족이 본국 뿐 아니라, 흩어진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이 일본을 돕는 일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일본의 대지진으로 사망자 수가 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애곡하는 일본백성들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깊고 깊은 민족의 상처와 건널 수 없는 피의 골짜기를 이렇게 이어가고 계시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평양대부흥과 100만인 구령운동을 하던 1900년대 초에 우리나라를 교두보 삼아 대륙을 향한 야욕을 부리던 일제로부터 지켜달라고 부르짖었던 수많은 조국의 크리스천들이 기도, 기도 그리고 또 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라는 일본에게 떨어지고, 나라 잃은 서러움과 더불어 강제로 흩어질 수 밖에 없었던 고난의 우리민족이 그 원인 제공자라 할 수 있는 일본을 돕겠다고 피같은 헌금을 한 것입니다. 즉 평범하게 흘러가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는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100년전 하나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아 나라를 잃어버렸다고 원망도 했겠지만, 결국 하나님은 일본을 돕는 한국으로 만들어주심으로 100년전 기도를 응답해 주셨다고 믿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반일감정의 1세대 계곡을 넘어, 편견과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다음 세대들이 일본과 한국 그리고 미국을 잇는 새역사의 창조를 기대합니다. 민족성을 뛰어 넘는 하나님의 나라의 거시적 안목을 가진 차세대의 신앙인들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