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어느 가을 날 일본전산의 주요 고객사인 대기업 공장에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공장 설비에는 일본전산에서 납품한 모터가 탑재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회사와 거래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에 납품한 수량은 미미했고, 대부분의 설비에는 다른 회사들이 납품한 모터가 들어 있었습니다. 일본전산보다 크고 지명도가 높은 두 회사가 거의 대부분의 수량을 납품해 설비를 가동하고 있었습니다. 일이 벌어진 것은 금요일 오후였습니다. 원인 모를 문제 때문에 생산 라인이 멈춰선 것입니다. 공장 책임자는 생산 설비를 담당한 회사에 정신없이 전화를 걸었습니다. 생산이 정지됐으니, 공장은 물론이고 본사에까지 비상이 걸렸습니다. 원인이 ‘모터 때문’이라는 결론이 내려지자, 모터를 담당한 직원은 즉각 모터를 납품한 관련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첫 번째로 전화를 건 곳은 설비 중 가장 많은 모터가 들어간 전통 있는 대기업이었습니다. 이미 그 기업과는 몇 십 년째 거래를 해 오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모터를 생산해온 회사로 기술력도 뛰어나고 신뢰도 확보하고 있는 훌륭한 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 직원은 전화를 받자마자, “우리 회사 모터에 그런 문제가 있을 리 없다. 다시 한 번 차근차근 점검해 보라.”하고 오히려 담당자를 훈계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이번엔 다른 회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두 번째 회사는 그나마 결함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어느 부분이 문제를 일으켰느냐고 물었습니다. 담당자는 공장 책임자도 원인을 알 수 없으니, 직접 공장을 방문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두 번째 회사 직원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알겠다. 기술자를 보내 점검하도록 하겠다. 하지만 오늘은 금요일이라 지금 출발해도 너무 늦다. 월요일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하겠다. 점심 무렵에는 도착할 것 같다.” 월요일까지 공장을 방치할 수 없다고 생각한 담당자는 속이 타서 세 번째 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거래량도 적고 후발업체라 큰 비중은 없었지만,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렇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곳이 일본전산이었습니다. 당시 해당 업무를 맡은 일본전산 직원은 입사 2년차인 신입사원이었습니다. 그러니 상대편에서 아무리 설명해도 무슨 말인지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신입사원의 느낌에도 수화기 저편 담당자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역력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상황이 어떤지 상세히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일본전산 담당자는 열심히 메모를 하며 전화 내용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잘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반복해서 물을 형편이 못되니, 아무리 메모를 해도 정리가 되지 않고 진땀만 났습니다. 신입사원은 잠시 양해를 구하고 ‘보류’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그만 전화가 끊겨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신이 처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상사에게 전화를 돌리려다 전화가 끊긴 것입니다. 신입사원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메모한 내용을 챙겨 사무실을 나왔습니다. 상대편 담당자는 ‘기본 예의도 없는 회사’라며 흥분해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신입사원은 이미 자리를 비운 뒤였습니다. 설비가 멈춰선 공장에서는 공장 책임자를 중심으로 대책회의가 열렸습니다. 공장 측에서는 생산설비가 멈춰선 상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손해가 막심했습니다. 하지만 원인을 파악해줄 모터 전문가가 없으니, 애가 타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결국, 금요일이고 업무 시간도 거의 끝나 어쩔 수 없으니, 월요일 아침부터 정상 가동을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모터 회사 직원이라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입사 2년차인 일본전산 직원이 현장에 도착한 것입니다. 전화를 끊은 지 두 시간 정도 지나서였습니다. 그는 도착하자마자 90도로 인사를 하면서 “죄송합니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는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러나 2년차 신출내기의 눈으로 보고 만지고 살펴봐도 금방 원인을 찾아낼 수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그는 즉시 일본전산 기술연구소 담당자, 유사업체에 납품 경력이 있는 선배, 설계담당자, 시제품 실험 담당자 등과 전화 통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현장을 살펴보고 메모도 하고, 그림을 그려 팩스를 보내고, 전화로 물었습니다. 현장상황을 파악하느라 본사 기술진도 바빠졌습니다. 통화하면서 이렇게 체크하고 저렇게 가동해 보고 또 다시 해보고 이렇게 애쓰는 모습에 공장 관계자들은 크게 감동했습니다. 이렇게 서로가 의견을 주고받는 사이에 원인이 모두 파악이 되어 해결하자 모터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임시 조치로 공장 가동이 재개되었습니다.

금요일과 토요일에 시험 가동을 하고, 토요일 오전에 모터를 다시 교체하는 등 최종 마무리가 될 때까지 일본전산 직원은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현장 소식을 보고 받은 사장이 현장에 나타났습니다. 상황을 살피고 설명을 들은 사장은 입사 2년차인 일본전산 직원을 불러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공장에 설치되어 있는 모터 전량을 일본전산의 신제품으로 교체해주시오. 어차피 월요일 아침부터 정상가동을 하는 것이 우리로서는 급선무니까.” 일본전산 본사로 긴급 발주서가 들어왔고, 이 사건 이후에는 그 회사의 확장 공장에도 전량 일본전산 모터가 들어갔으며 다른 회사 제품은 발을 못 붙였습니다.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는 일본전산 행동강령이 일구어낸 멋진 승리였습니다. 사회생활이나 신앙생활이나 말로 이론으로 지식으로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삶의 현장에서 실제로 문제와 부딪혀 해결해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나의 믿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위하여 실천에 옮겨져야 합니다. 육적인 일이든지 영적인 일이든지 ‘즉시 하는 사람, 반드시 하는 사람, 될 때까지 하는 사람은 반드시 승리합니다. 믿음은 행동입니다. 행동만큼 기적이 일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