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내각에서 유일한 기독교인인 샤바즈 바티(사진·42) 소수종교 장관이 수도 이슬라마바드의 주택가에서 2일 수십 발의 총격을 당해 숨졌다. 올 초 살만 타시르 펀자브 주지사가 살해당한 데 이어 이슬람이나 마호메트를 비방하는 이들을 사형으로 처벌하는 신성모독법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한 고위층 암살이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AFP, AP 등 외신에 따르면, 바티 장관은 살해될 당시 이슬라마바드 주거 지역을 이동중이었으며, 괴한 3명이 난사한 25발의 총탄을 맞고 병원으로 이송 중 숨졌다. 현지 경찰은 현장에서 신성모독법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위협하는 내용의 편지가 발견됐고 이는 알카에다와 파키스탄 탈레반 세력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1억7000만 파키스탄 전체 인구 중 2%에 불과한 기독교인들의 인권운동에 힘써오다 2년 전 소수종교 장관으로 임명됐던 바티 장관은 자국내 신성모독법을 비판해 이슬람 무장 세력들로부터 여러차례 살해 위협을 받아왔다. 특히 파티 장관은 지난해 11월 신성모독법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아시아 비비 석방을 위해 신성모독법 폐지를 위한 캠페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힘써 왔다.

이밖에도 과거 바티 장관은 소수 단체 권리를 보호하는 일과 소수 종교 단체를 공격하는 무장 단체에 대항하는 일을 하며 수차례 고문과 협박을 당했고 암살을 당할 뻔한 일도 겪었다.

그는 앞서 지난 1월 BBC와의 인터뷰에서 “신성모독법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계속 벌인다면 살해될 것이라고 들어왔지만 폭력은 나를 괴롭힐 수도, 위협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그의 피살에 충격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무장관도 범죄를 비난하며 신성모독법 논란이 폭력으로 비화하는 것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 수석부회장 변영익 목사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이슬람권에 신중한 태도를 가져야하지 않나 생각된다. 한국에서는 이슬람과 수쿠크법에 대해 말이 많은데 대부분의 비기독교인들이 이에 대해 경각심이 전혀 없다. 이번 사건이 크게 다뤄져서 이슬람에 대한 경각심이 강해지고 아무거나 좋다는 사고가 고쳐지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대뉴욕지구한인목사회 회장 김용익 목사는 “신앙적으로 볼 때 무고한 생명이 정의를 부르짖다 돌아가신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하나님께서 천국에서 기쁘게 영접하실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대뉴욕지구한인교회협의회 회장 김원기 목사는 소식을 접한 후 “그는 진정한 순교자”라며 “오늘의 기독교는 이슬람 현장에서 이렇게 복음을 위해 생명을 드리는 그리스도인이 있기에 생명의 역사를 이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