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있어서 살맛이 난다. 긴 긴 엄동설한에 웅크리고 있던 만물이 따뜻한 봄 기운을 만나자 서로 앞을 다투어 춤추며 되살아난다. 얼어 붙었던 땅도 녹아 아지랑이 꽃을 피우며 하늘로 올라가고 메말랐던 개천에도 물이 흘러 버들개지가 주먹만한 봉우리를 쳐들고 기지개를 켠다.

그 뒷줄에는 냉이, 달레 쑥이 푸르름을 뽐내면서 아낙네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봄은 오른 손으로는 혹독한 북녁 찬 바람을 막아 놓고 왼손으로는 따뜻한 바람을 남쪽에서 몰고 와서 만물을 소생시킨다. 그 덕에 농부들은 밭과 논을 갈아엎고 새로운 생명체인 씨앗을 뿌리면 그 씨는 무더운 여름에 맘껏 자라 많은 열매를 가을에 맺는다.

또한 언덕과 산 에는 많은 아기 나무들이 솟아나와 푸른 동산을 꾸미고 맑은 공기를 뿜어내어 인간에게 공급하며 산사태를 막아주고 건축자재로 쓰여질 큰 나무를 길러낸다. 앞 뒷뜰에는 노란 수선화가 그 고유의 품위를 자랑하고 가지 각색의 싸이크라멘이 봄의 싱그러움과 정서적인 안정을 주며 텃밭에서는 유기농 채소를 공급 한다. 이런 생산적인 일을 하는 봄에 씨를 뿌리고 꽃과 나무를 심으면서 얼마 후에 맺을 열매를 머리에 그리기에 힘들기 보다는 재미있고 희망이 벅차다.

봄에는 좋은 일이 또 있다. 일년의 스케쥴이 짜여진다. 가족 여행(휴가)과 그리운 친구, 보고 싶은 친척들을 찾아 갈 계획도 만들어보고 또 우리 집을 찾아올 손님들을 생각하면 미리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봄은 이래저래 우리 삶을 활성화시킨다.

필자는 떠나온 조국의 봄을 귀하게 간직도 하지만 또한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봄을 즐긴다. 일년 내내 봄날 같은 중부 캘리포니아에는 서리나 눈은 볼 수가 없고 언제나 예쁜 꽃이 만발하고 싱싱한 과일이 있기에 더욱 감사한다. 나는 봄을 좋아하지만 봄과 같은 사람을 더 좋아한다.

언제 어디에서 만나도 반갑고 마음이 편안하고 재미있고 마음에 부담이 없는 따뜻한 사람들 말이다. 내가 실수를 했어도 눈 좀 감아주고 잘 했으면 박수를 쳐주고 용기를 주며 희망을 주는 사람, 나는 권모씨를 늘 존경 한다. 그 분은 자기의 소신과 주장이 있으나 가능 한 남의 이야기나 주장을 듣고 자기보다 낫다고 생각되면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고 따라간다. 유머어가 풍부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면서도 누구를 헐뜯거나 상처 주지 않고 흥이 나게 분위기를 만든다. 그 사람이 있으면 그 분위기가 따뜻하고 좋아서 떠나고 싶지 않다. 그는 분명히 봄과 같은 사람이다.

그리스도는 봄과 같은 면이 있었다. 그 분이 가는 곳 마다 인산 인해를 이루고 몇일씩 굶으면서도 따라다닌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예수님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해주셨다. 그 당시 남녀나 가진자와 없는자, 유대인과 타국인, 하나님을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컸던 그 시대에 누구에게나 꼭 같이 대해 주신 일은 큰 혁명적이었다. 또 그분은 만나는 사람의 필요를 채워주셨다. 병자를 만나면 고쳐주시고 굶주린 사람을 보면 먹을 것을 주시고 외로운 사람을 만나면 친구가 되어 주고 죄인을 대하면 따뜻한 사랑으로 그를 변화시켰다.

오늘 만물이 소생하는 봄날을 기뻐하면서 또한 봄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을 찾아 헤매지 말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