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살라피즘 단체가 ‘서구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나선 코르도바대성당.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올라 있는 이 대성당은 이슬람 지배기 때는 모스크로 쓰였다.
사회주의 정권 집권 이래 급격히 세속화되고 있는 스페인에서 과거 이슬람의 영광을 재건하자는 살라피스트 운동이 이슬람 국가들의 지원 하에 확산되고 있다고 미국 온라인 뉴스 휴핑턴포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살라피즘(Salafism)’은 초기 엄격한 이슬람으로 돌아가자는 복고주의로, 살라피스트들은 북아프리카, 중동, 유럽에서 과거 번영했던 이슬람 왕국을 다시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8세기부터 15세기까지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던 스페인은 이들 살라피스트들에게는 이미 ‘이슬람 국가’나 마찬가지로 여겨지고 있으며, 유럽에 이슬람 왕국을 재건하는 데 있어 교두보 역할을 할 전략적 지역으로 오래 전부터 지목되어 왔다.

이같은 움직임은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국무총리가 이끄는 사회주의 정권이 집권한지 7여년째에 들어서며 스페인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가톨릭이 설 자리를 점차 잃어가고 있는 현상과 맞물려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해 살라피즘을 지원해 온 강경 이슬람 국가들에 의해서 힘을 받고 있다.

살라피즘의 확산은 스페인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형 모스크 건축 붐을 통해 감지된다. 휴핑턴포스트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에서는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대표적 도시들에서 12여 개의 대형 모스크 건축을 위한 프로젝트가 각 지역 이슬람 단체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스페인에는 현재 13개의 메가 모스크가 이미 세워져 있으며, 소형 모스크와 이슬람 센터들이 1천여 개 이상 퍼져 있다.

이런 모스크 프로젝트들은 명목상 스페인과 유럽에서의 무슬림 인구 증가에 따라 이슬람과 유럽이 공유하고 있는 공동의 가치를 전파함으로써 사회 화합을 촉진한다는 이유로 추진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990년 10만여 명에 불과했던 무슬림 인구 수가 2010년 150만 명(전체 인구의 3%)으로 불어났으며, 이들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또한 대형 모스크가 소형 모스크보다 개방적이기 때문에 이슬람 근본주의가 비밀리에 전파될 확률이 더 낮으며 이는 스페인과 유럽에서의 평화로운 종교의 공존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도 프로젝트 추진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과는 달리 프로젝트의 뒤에는 살라피즘을 부르짖는 강경 이슬람 단체들이 존재한다.

빌바오 시민들은 최근 모스크를 건축해야 하니 헌금을 의무적으로 하라는 이 지역 이슬람 단체의 통지서를 받았다. 통지서에는 “우리는 과거 우리의 스페인 영토에서 추방됐으며 알라가 지시하는 대로 이 곳을 되찾기 위해 돌아왔다”고 적혀 있었다. 그라나다에서는 “유럽과 스페인에 이슬람의 회귀와 부흥을 알리는 상징으로서” 대형 모스크를 짓기 위한 기도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코르도바에서는 과거 모스크였지만 지금은 가톨릭에 속한 코르도바대성당을 다시금 “유럽 무슬림들의 성지이자 서구의 메카로” 만들자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으며, 사라고사에서는 시민들의 반발에도 불구, 가톨릭 학교를 사들여 모스크로 만든다는 계획을 이슬람 단체가 밝히고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단체들의 계획은 한결같이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쿠웨이트, 아랍 에미리트, 이집트 등 강경 이슬람 국가들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모스크나 이슬람 센터 등을 전 세계에 건립함으로써 이슬람을 전파하는 것은 이슬람 세계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효과적인 포교 수단이 되고 있다. 특히 사우디의 경우 모스크 건립을 통해 이슬람 율법으로 다스려지는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와하비즘(살라피즘에서 유래)을 이식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실제로 사우디의 지원으로 세워진 마드리드의 이슬람 문화 센터는 스페인연방이슬람종교독립체(FEERI)로부터 “스페인을 강경 이슬람화하려는 사우디의 시도를 좌절시키기 위해” 축출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스페인 내 퍼져가는 급진적 이슬람화의 시도는 현재 스페인에 100개 이상의 모스크가 살라피즘적인 메시지를 전파하고 있으며, 모스크 자체에서 종교 경찰을 조직해 이슬람 율법을 거스르는 이들을 처벌하고 있는 분위기 가운데서도 발견되고 있다. 살라피즘 집회 역시 2010년 한 해 동안 10회 이상이 개최됐다.

그러나 이같은 흐름에 대한 스페인 당국의 반응은 바르셀로나 대형 모스크 프로젝트 현장에 참석한 시의회 대표의 말이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모스크가 이슬람과 유럽의 화합에 큰 몫을 할 것”이라며 “비록 종교가 사적인 영역의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혀 공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지지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이는 스페인에서 새 지역 설정법이 도입됨에 따라 사회주의 정당이 집권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12여 개의 교회들을 강제 폐쇄시킨 상황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