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에 이어 이번에는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 재입법을 추진하면서 ‘성적 지향’ 항목을 포함시킬지 ‘신중한 검토’를 시작했다. 이에 동성애 차별금지법안에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뜻을 전하기 위해 여러 단체들이 공동연대를 조직하고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제1회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의회선교연합을 비롯해 일간지에 낸 광고 등으로 연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바른 성문화를 위한 국민연합’, 성교육상담자협회 ‘홀리라이프’ 등이 함께했다. 포럼은 ‘동성애 차별금지법의 문제점 및 동성애자 인권문제의 진정한 쟁점과 모색’을 주제로 1부 개회식, 2부 포럼, 3부 회복자 증언 순으로 진행됐다.

행동에 나선 이들 단체는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3년 전 우려했던 바와 같이 동성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자체를 금지당할 수 있으므로 법안 제정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은 “이런 법안을 만들어 동성애를 ‘일반적인 현상’인 것처럼 호도하지 말라는 것이지, 절대 동성애자를 차별한다거나 손가락질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영진 의회선교연합 상임대표는 인사말에서 이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동성애 문제가 다양한 문화 수단으로 다뤄지면서 성에 대한 바른 인식과 청소년들의 성장을 왜곡하는 일이 일어나는 등 상식과 진리에 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동성애 문제를 다룰 때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격언처럼 동성애의 잘못된 점은 단호하게 말하되, 동성애자들을 혐오하거나 미워하는 분노가 아니라 치유되고 회복되도록 그들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2부 사회를 맡은 이용희 교수(바른 교육을 위한 교수연합)는 “미국의 유명한 부흥강사가 차별금지법안이 제정돼 있는 영국에서 집회 도중 ‘동성애는 죄입니까’ 라는 의도적인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자 즉시 체포됐고 벌금을 낸 후 추방당했다”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목회자나 교사들이 성경대로 ‘동성애는 죄’라 가르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발제한 전용태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고문)는 “지난 2007년 법무부는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고 법적으로도 문제가 적지 않아 차별금지법안을 제정하면서 ‘성적 지향’ 등 7개 항목을 삭제했다”며 “동성애자나 다른 소수집단의 인간적인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등은 존중돼야 하고 불합리하게 침해돼서는 안 되지만, 그 침해행위에 대해서는 기존 기본권 구제제도나 개별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으면 되지 무리한 기본법을 새로 제정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동성애는 유전자 때문이거나 선천적이기 때문에 인정해야 한다는 ‘상식’도 사실과 다른데, 이를 적극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첫번째 발제에 나선 길원평 교수(부산대)는 “동성애가 유전적이라면 여러 세대에 걸쳐 조금씩 그 경향이 강화돼 결국 동성애자가 나와야 하는데, 실제 가계조사를 해 보면 동성애자는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다”며 “과학적으로 동성애를 나타내는 유전자도 발견된 일이 없고,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발제하고 있는 동성애자 출신 이요나 목사. ⓒ이대웅 기자
동성애자 출신 이요나 목사는 경험자답게 한 차원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이 목사는 먼저 “동성애자로 사는 동안 차별을 당한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또 동성애를 윤리적으로 하자가 없는 성적지향이라는 데 대해 “인간의 본성적 성생활을 무너뜨리려는 반역적 동기에서 출발한 주장”으로, 동성애를 인류 생활의 보편적 윤리로 재결정하려는 데 대해서는 “이들은 동성애에 대한 성경적 정죄 교리를 뒤집기 위해 해석적인 오류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 일에 많은 신학자들과 신부, 목사들이 동원돼 새로운 교리 정립에 심혈을 기울여 왔는데 이러한 사단적 역사는 이미 선지자들과 사도들에 의해 예고된 일”이라고 분석했다.

패널로는 각 종교계와 학부모 대표 등이 나와 발언했다. 이승구 교수(합동신대)는 “정통 기독교는 모든 것을 성경에 근거해 생각하는 사람들로, 하나님께서 내리신 원칙은 정상적인 혼인관계 밖에서의 모든 성관계는 다 죄악으로 정죄됐다”며 “기독교인들 가운데는 저와 다른 입장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정통 기독교는 동성애를 옳지 않게 본다”고 말했다.

가톨릭과 불교 관계자들도 패널로 나섰다. 박희중 교수(인천가톨릭대)는 “가톨릭 교회는 동성간 성행위를 반대하고,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선택으로 본다”며 “1975년 발표한 ‘성 윤리의 특정 문제에 관한 선언’에서는 동성애 행위가 근본적으로 무질서한 행위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고 밝혔다. 허남결 교수(동국대)는 “불교적 전통에서는 출가자와 재가자를 막론하고 성적 청정성을 수행생활의 최고 덕목으로 간주하고 있어 이런 논의는 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은 문제”라고 전했다.

회복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김규호 목사(중독예방시민연대 대표) 사회로 3부에서는 이요나 목사를 포함한 몇몇 동성애자 출신들이 발언했다. 이요나 목사는 “예수님을 영접했다고 동성애가 자동적으로 없어지지는 않는다”며 “이는 마치 알콜중독자가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하더라도 중독 상태는 해결되지 않은 상태와 같고, 이 믿음을 시작으로 말씀과 기도를 통해 변화가 일어난다”고 치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목사는 “동성애가 타고났다는데, 동성애에서 탈출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 저도 그 말을 수용하겠다”며 “동성애자들 중 현재 1% 정도는 종교의 힘으로 회복되고 있는데, 1%가 가능하다면 100%도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다른 동성애자 출신 증언자는 “고등학교 때는 학교 선생님과 관계하기도 했다”며 “돌아보면 아버지께 받지 못한 사랑을 선생님으로부터 채우고 싶어 선생님한테 집착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다른 증언자는 “성경공부를 시작한 후 금단현상처럼 예고없이 찾아오는 죄의 유혹과 과거 동성애 기억들이 심하게 저를 괴롭혔다”며 “성경공부에 열중하는 동안 주님은 제게 문제가 여전히 있음에도 조금씩 평안을 누릴 수 있게 하셨다”고 증언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마지막으로 5개 항의 결의문을 발표하면서, 동성애 뿐만 아니라 불륜과 포르노 등 모든 왜곡되고 선정적인 성 문화에 대해 지적하고 감시하는 일을 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또 동성애 치유사역을 본격화해 진정한 동성애자들의 인권문제 해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종교계와 각종 시민단체들도 동참시킨다는 계획이다. 각 거점 교회나 기관에서 치유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왔다.

결의문에는 △동성애를 조장하는 영상 제작물의 중지를 강력히 요청한다 △동성애는 에이즈 발병과 확산에 직·간접적으로 결정적인 역할을 함을 밝힌다 △동성결혼이 만연하면 출산율은 더 떨어지고, 노동력 감소로 국가경제가 몰락한다 △동성애는 유전적이지 않으므로, 치료와 회복에 힘쓸 것을 촉구한다 △군대 내 동성애 허용을 주장하는 국가인권위원회를 강력하게 규탄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결의문을 비롯해 이날 논의된 내용들을 보강해 오는 11월 1일 법무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용희 교수는 “차별금지법안에 성적 지향 관련 내용이 아예 상정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며 “만약 법무부가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과 다르게 움직인다면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 대한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군 내 동성애 허용 입장을 밝힌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에 대한 사퇴 운동에 이미 돌입했다.

이들의 포럼에 앞서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본청 계단에서는 민주노동당 등의 주도로 동성애 지지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30일 오후에는 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연대(이하 연대) 주최로 명동향린교회에서 ‘이道저道 무지개 축제’가 개최된다. 이들은 종교·사회·문화적으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축제’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