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60여 년 전 과테말라에서 고의적으로 매독과 임질균을 퍼뜨려 생체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나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실험대상은 기관에 수용된 정신질환자들로 수백명이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성병이 빠르게 전염되도록 보균자들을 일부러 방치했다는 점이다. 이 중 상당수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복지부 장관과 함께 공동성명서를 발표, "60여 년 전 미국이 저지른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사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성명은 "지난 1946~48년 미국이 고의적으로 성병 바이러스를 퍼뜨린 것은 명백히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적시하고 "비록 64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라하더라도 공중보건을 위한다는 허울좋은 이름으로 자행된 행위에 개탄한다"고 사죄했다.

클린턴 국무장관은 과테말라의 알바라 카베야로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당시 미국은 중남미의 국제기구 및 과테말라 정부와 함께 페니실린으로 매독의 감염을 방지할 수 있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정신병동에 감금된 696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과테말라 프로젝트는 그동안 극비에 부쳐졌으나 최근 매사추세츠주 웰리슬리 대학의 한 여성학 교수가 자료를 입수, 공개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됐다.

미국은 매독과 임질 등 성병이 만연하자 항체개발을 한다는 명목으로 과테말라인들을 '마루타'로 삼아 생체실험을 했다. 당시 미국은 과테말라의 우파 군부집권세력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어 이같은 생체실험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도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1954년 과테말라에 민주정부가 들어섰는데도 자국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합법정부를 전복시킨 전례도 있다.


박현일 기자, ukopi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