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06-12-07 11:28




주요 보수단체들, 24-25일 월마트 불매 촉구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미국의 월마트가 동성애 단체들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공격을 받고 있어 눈길을 끈다.

’미국 가정협회’(AFA)와 ’미국 구하기 작전’(OSA) 등 미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보수단체들은 21일 월마트의 동성애 단체 지원을 응징하기 위해 추수감사제 직후 첫 주말인 11월 24일부터 25일까지 이틀간 월마트 불매 운동에 동참하라고 소비자들에게 촉구했다.

월마트가 저임금과 과다한 인력 아웃소싱 등으로 꼬투리가 잡혀 중도좌파 단체들로부터 비난을 산 적은 있지만 보수단체의 공격에 직면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에서는 보통 추수감사절 직후 맞는 주말 이틀간이 연중 가장 많은 쇼핑객들로 붐비는 때로 꼽힌다.

AFA는 지지자들에게 오는 24∼25일에는 월마트를 이용하지 말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OSA는 24일 미 전역의 월마트 점포 앞에서 월마트를 비난하는 '기도와 설교' 집회를 계획이다.

미 기독교 보수단체들이 반(反)월마트 캠페인에 나선 것은 월마트가 다른 주요 기업들처럼 동성애 단체를 지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마트는 올 여름 '전미 남녀 동성애자 상공회의소' 회원사로 가입하면서 2만5천달러를 지급했고 직장에서의 동성애 권리신장 캠페인을 볼이고 있는 '아웃 앤드 이퀄'이라는 단체에도 6만달러를 기부했다.

최근 몇년간 다른 대기업 수십곳도 동성애 단체들을 지원해왔는데 왜 월마트가 지금 이례적으로 기독교 보수단체들의 공격 대상이 된 것일까.

보수단체 지도자들이 월마트의 동성애 단체 지원을 '월마트 전통에 대한 배반'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음란한 표지로 된 잡지와 표현이 노골적인 CD 등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동성애 지원은 이러한 전통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OSA를 이끄는 플립 벤햄 목사는 기독교 가정이 선호하는 월마트가 다른 많은 기업들처럼 타락의 길로 미끄러져 들어가고 있다며 “이들은 모두 급진적인 동성애 의제에 의해 왜곡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팀 와일드먼 AFA 회장은 월마트가 24∼25일 항의 캠페인에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불매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보수단체들은 지난해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연말 시즌 판촉 광고에 '해피 홀리데이'라고 썼던 월마트가 올해는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도 보수단체의 압력이 먹혀든 것으로 보고 있다.

월마트는 그러나 동성애 단체 지원은 다양한 고객층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확대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보수단체들의 불매운동에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토바르 월마트 대변인은 “우리는 모든 고객과 모든 협력업체,공동체 구성원 모두를 공평하고 동등하게 대우한다는데 긍지를 느낀다”며 “우리는 동성간 결혼에 대한 입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다양성을 존중하고 어느 곳에서든 차별에 반대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월마트는 미국 주요 동성애자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캠페인'이 조사하는 직장내 동성애자 인권 평가지수에서 중간 순위에 있다. 수십개 기업이 올해 100점 만점을 받은 가운데 월마트의 평점은 2002년 14점에서 올해는 65점으로 올랐다.

'휴먼 라이츠 캠페인'의 조 솔모네스 회장은 월마트가 동성애자의 직장 내 동등권 향상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나갈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AFA는 월마트 외에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에 대해서도 불매 서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포드가 동성애자 출판물에 광고를 내고 동성애 인권단체들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