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최대 한인교회인 남가주사랑의교회의 김승욱 담임목사가 김상복 목사가 시무하는 할렐루야교회로부터의 청빙을 수락하고, 이보다 며칠 앞서서 미주 최대 한인 침례교회이자 북가주 최대 한인교회인 뉴비전교회의 진재혁 담임목사가 이동원 목사가 시무하는 지구촌교회로부터의 청빙을 수락한 일은 미주 한인교계에 새로운 시대와 함께 새로운 과제가 놓였음을 실감하게 한다.
한인교계를 뜨거운 논쟁으로 몰고 가고 있는 이번 사건은 이민 1.5세대 목회자들을 향한 한국교회의 청빙이란 점, 미주의 대형교회로부터 한국의 더 크고 이름 있는 대형교회로의 목회자 이동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미주에 목회자를 파송해 훈련시킨 후, 다시 한국으로 데려가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한국교회의 경험이 없는, 미주에서 자라고 목회자가 된 1.5세를 대형교회의 담임으로 청빙하는 경우는 없었다.
먼저 이 사건은 글로벌 시대 미주 한인교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시사한다. 21세기 이전의 이민 사회는 한국을 완전히 떠난 이들로 구성된 공동체였으며 한국 사회와의 관계도 그만큼 소원했다. 이들이 차세대에 거는 기대도 한국과는 전혀 무관한 미국 주류 사회로의 진출이었다. 그러나 21세기와 함께 뉴미디어가 광범위하게 도입되면서 미주 한인들은 한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밖에 없었다. 한류 열풍이 미국까지 들이 닥쳤고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미주 한인의 문화는 한국과의 관계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시대로 들어 왔다. 이제 우리의 자녀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연예인의 패션을 따라 하며, 한국 대중가요를 부른다. 21세기를 맞이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이제 한국 사회가 미주 한인을 새롭게 보고 있다. 그동안 조국을 등지고 남의 나라에서 가서 더부살이 하고 있는 ‘교민(僑民)’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 어머니의 배에서 함께 태어난 ‘동포(同胞)’라는 개념이 살아나고 있다. 재외동포 참정, 복수국적 허용 등 다양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이와 무관하다 볼 수 없다.
한류 열풍을 극대화하려는 한국사회는 영어에 능통하고 세계적 감각을 지닌 미주 한인 1.5세, 2세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뜨고 있는’ 연예인들 중 다수가 미주 한인 출신임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2010년대에 들어 급작스럽게 생겼다고 볼 순 없다. 1990년대의 차인표, 2000년대 초의 유승준, 2010년대의 박재범 등으로 굳이 도식화한다면, 미주 한인과 한국의 관계는 늘 있었지만 다만 시대가 지날수록 좀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한국의 구애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서 시작된 한류가 더욱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주 한인이 필요해 진 것이라 볼 수 있을까?
산 속에 있는 절간이 아닌 이상 교회는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또 맺어야 한다. 이 한류의 흐름을 교회에 적용시켜 보면 지금 한국교회로부터 미주 한인교회들이 강한 요청을 받고 있는 형태다. 해외선교 대국이란 명칭에 걸맞지 않게 국제 감각이 무디다는 비판을 내부적으로 받던 한국교회가 세계적 감각의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부연하면, 한국 기독교의 한류 열풍을 일으키기 위해 미주 한인 1.5세, 2세 목회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초창기 한인교회는 한국을 생각하긴 커녕, 일단 생존 자체가 시급했다. 생존이 해결되고 난 후에는 한국에서 유명 강사를 데려다가 대형집회를 하는 것이 일이었다. 이때만 해도 한국 것을 가져 오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였다. 그러나 김승욱, 진재혁 두 목사의 청빙을 보면서 느끼는 이민교회의 시대는 바야흐로 새 시대다. 한국이 한인교회로부터 에너지를 수급 받는 시대다.
애써 미국에서 키워놓은 훌륭한 목회자를 한국의 대형교회가 빼앗아 간다는 비판이 지금의 대세이지만 위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을 그렇게 비판적으로만 볼 일은 분명 아니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면서 미주 한인교회에 ‘한국 선교’라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뭘 해도 한국보다는 세련되지 못하고, 한국보다는 성장이 잘 안되는 교회로 평가절하 되던 이민교회들의 위상이 새로워지는 순간이다. 과거 주류사회 진입만을 목표하던 한인사회는 이미 2세들의 한국 진출이라는 과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한인교회도 다민족교회로의 성장은 물론 한국교회로의 진출이라는 블루오션을 필연적으로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논쟁은 이 과제를 대하는 한인교회의 태도가 아직은 익숙지 않음을 시사한다.
한국교회도 ‘영어 잘하는 목사’를 대상으로 청빙했다면 큰 실수다. 영어를 잘하고 세계적 감각이 있다는 것이 한국에서 목회를 잘하고 한국교회를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교회로 성장시켜 줄 수 있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국제 감각 찾다가 한국까지 놓치는 수가 있다. 적어도 김승욱, 진재혁 목사는 미국에서 영어로 신앙 훈련을 받고 영어로 신학을 공부했고 영어로 목회해 왔다. 한인교회에서 1세를 맡은 경험은 아직 짧다. 이들은 물론 한국말을 잘한다. 그러나 문화는 말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표현을 바꾸어 서구식 교회를 다녔고 서구식으로 훈련받았고 서구식으로 신학을 배웠으며 서구식으로 목회해 왔던 사람이다. 교단도 한인교단이 아닌 PCA와 SBC 출신이다. 한국의 고질적인 당회 문화, 감정 위주의 소통 방식, 교회의 배타적 태도를 개선하지 않고 영어 잘하는 목사를 데려 온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진 않는다. 혹이라도 영어라는 이유로 장미빛 꿈을 꾸는 교회가 있다면 안타깝지만 시카고 한인교계의 예를 들려 주고 싶다.
교계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까지 생각한다면, 병역 문제로 인한 유승준 군의 사례와 사회 적응 문제로 인한 박재범 군의 사례까지 들려주고 싶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영어 잘하는 목사 청빙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한국교회가, 장래가 촉망되는 미주의 대표적 차세대 목회자를 데려간 만큼 그에 적절한 배려와 노력까지 기울여서 한인교회에 빚지는 일이 생겨선 안 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또 한 번 드러난 한국교회 청빙 문화의 병폐는 선(先)확정 후(後)사임이라는 수순이다. 김승욱 목사나 진재혁 목사 모두 할렐루야교회, 지구촌교회로부터 청빙 제안이 들어왔을 때, 성도들에게 전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물론 본인들이 청빙 받고자 한국교회에 지원서를 낸 적도 없지만 두 교회가 “당신을 청빙하고자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고 했을 때, 그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물론 청빙이 확정되기도 전에 성도들에게 이 사실을 먼저 알리고 사임했다간 자칫 사역지를 잃을 수 있는 위험도 있다. 그리고 청빙이 들어온 교회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형교회이니만큼 후보 명단에 올랐을 뿐인데 그것을 떠벌리고 다니다 청빙이 안 될 경우,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청빙이 확정되고 난 후에 갑자기 성도들에게 “난 떠난다”고 했을 때 남겨진 성도들의 마음은 어떨까? 자신을 돌봐 주고 목양해 주던 목회자가 성도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비밀리에 청빙 과정을 밟고 그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서 떠난다면 성도들이 하게 될 생각은 자명하다. 만약 그 목회자가 더 작은 교회로, 더 이름 없는 교회로, 혹은 개척 선교지로 떠난다면 그나마 상황은 낫지만 더 큰 교회로, 더 좋다는 교회로 간다면 성도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동안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수평이동을 한다고 비판해 왔지만 이제 성도들로부터 목회자들의 수평이동에 대한 비판을 받을 때가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청빙한 교회가 잘못했다”, “청빙 받은 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가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시대를 읽지 못하는 근시안적 비판일 뿐이다. 이 일은 누가 누구를 정죄할 문제가 아닌 시스템 상의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상처를 방지하기 위해 한인교회, 한국교회는 청빙 과정 자체를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 어떤 교회가 타 교회에서 목회 중인 목사를 청빙하려 할 때는 개인적으로 접촉하거나 혹은 사전 접촉조차 안한 상태에서 일단 명단에 올려놓고 심사하는, 그런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당회와 당회 간에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리 하면, 자신도 모르게 남의 교회 청빙 대상자 목록에 올라간 후, 곤혹을 겪는 일도 없을 것이고 혹은 성도 몰래 더 좋은 교회를 찾아 가려는 수평이동 목회자도 막을 수 있으며 성도들도 시간을 두고 이 문제를 고민할 수 있다. 시스템 개선에 덧붙여 한국교회와 한인교회 간의 청빙이라면, 문화가 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목회지, 당사자에겐 새로운 선교지에 도착한 목회자들의 문화 적응과 사회 적응을 돕는 적절한 프로그램까지 제안해 볼 수 있다.
김승욱, 진재혁 두 목회자의 한국 청빙은 어떻게 보면 시대의 필요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한국교회의 신세를 많이 졌던 미주 한인교회가 이제 끊임없이 1.5세와 2세 목회자를 개발해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헌신할 시대적 소명이 눈앞에 와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적 필요를 모든 성도가 몸으로 느낀다 하더라도 청빙 과정상의 불투명성, 청빙 후 목회자들에 대한 적절한 문화적 배려가 없다면 한국교회와 한인교회, 양자 간에 큰 상처와 불신, 오해를 낳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한국교회와 한인교회가 제대로 된 소통의 방법과 섬김의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미주 차세대들의 한국 진출이야말로 “하나님의 뜻이요 시대의 소명”일 수 있겠으나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비판의 여지가 너무 많다.
한인교계를 뜨거운 논쟁으로 몰고 가고 있는 이번 사건은 이민 1.5세대 목회자들을 향한 한국교회의 청빙이란 점, 미주의 대형교회로부터 한국의 더 크고 이름 있는 대형교회로의 목회자 이동이란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미주에 목회자를 파송해 훈련시킨 후, 다시 한국으로 데려가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한국교회의 경험이 없는, 미주에서 자라고 목회자가 된 1.5세를 대형교회의 담임으로 청빙하는 경우는 없었다.
먼저 이 사건은 글로벌 시대 미주 한인교계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음을 시사한다. 21세기 이전의 이민 사회는 한국을 완전히 떠난 이들로 구성된 공동체였으며 한국 사회와의 관계도 그만큼 소원했다. 이들이 차세대에 거는 기대도 한국과는 전혀 무관한 미국 주류 사회로의 진출이었다. 그러나 21세기와 함께 뉴미디어가 광범위하게 도입되면서 미주 한인들은 한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할 수밖에 없었다. 한류 열풍이 미국까지 들이 닥쳤고 정치, 사회, 문화적으로 미주 한인의 문화는 한국과의 관계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시대로 들어 왔다. 이제 우리의 자녀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고 한국 연예인의 패션을 따라 하며, 한국 대중가요를 부른다. 21세기를 맞이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이제 한국 사회가 미주 한인을 새롭게 보고 있다. 그동안 조국을 등지고 남의 나라에서 가서 더부살이 하고 있는 ‘교민(僑民)’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한 어머니의 배에서 함께 태어난 ‘동포(同胞)’라는 개념이 살아나고 있다. 재외동포 참정, 복수국적 허용 등 다양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이와 무관하다 볼 수 없다.
한류 열풍을 극대화하려는 한국사회는 영어에 능통하고 세계적 감각을 지닌 미주 한인 1.5세, 2세를 대거 영입하고 있다. 지금 한국에서 ‘뜨고 있는’ 연예인들 중 다수가 미주 한인 출신임을 보면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현상이 2010년대에 들어 급작스럽게 생겼다고 볼 순 없다. 1990년대의 차인표, 2000년대 초의 유승준, 2010년대의 박재범 등으로 굳이 도식화한다면, 미주 한인과 한국의 관계는 늘 있었지만 다만 시대가 지날수록 좀더 적극적이고 강력한 한국의 구애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에서 시작된 한류가 더욱 세계화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미주 한인이 필요해 진 것이라 볼 수 있을까?
산 속에 있는 절간이 아닌 이상 교회는 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또 맺어야 한다. 이 한류의 흐름을 교회에 적용시켜 보면 지금 한국교회로부터 미주 한인교회들이 강한 요청을 받고 있는 형태다. 해외선교 대국이란 명칭에 걸맞지 않게 국제 감각이 무디다는 비판을 내부적으로 받던 한국교회가 세계적 감각의 교회로 거듭나기 위해, 부연하면, 한국 기독교의 한류 열풍을 일으키기 위해 미주 한인 1.5세, 2세 목회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초창기 한인교회는 한국을 생각하긴 커녕, 일단 생존 자체가 시급했다. 생존이 해결되고 난 후에는 한국에서 유명 강사를 데려다가 대형집회를 하는 것이 일이었다. 이때만 해도 한국 것을 가져 오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였다. 그러나 김승욱, 진재혁 두 목사의 청빙을 보면서 느끼는 이민교회의 시대는 바야흐로 새 시대다. 한국이 한인교회로부터 에너지를 수급 받는 시대다.
애써 미국에서 키워놓은 훌륭한 목회자를 한국의 대형교회가 빼앗아 간다는 비판이 지금의 대세이지만 위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을 그렇게 비판적으로만 볼 일은 분명 아니다. 글로벌 시대를 맞이하면서 미주 한인교회에 ‘한국 선교’라는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뭘 해도 한국보다는 세련되지 못하고, 한국보다는 성장이 잘 안되는 교회로 평가절하 되던 이민교회들의 위상이 새로워지는 순간이다. 과거 주류사회 진입만을 목표하던 한인사회는 이미 2세들의 한국 진출이라는 과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한인교회도 다민족교회로의 성장은 물론 한국교회로의 진출이라는 블루오션을 필연적으로 고민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논쟁은 이 과제를 대하는 한인교회의 태도가 아직은 익숙지 않음을 시사한다.
한국교회도 ‘영어 잘하는 목사’를 대상으로 청빙했다면 큰 실수다. 영어를 잘하고 세계적 감각이 있다는 것이 한국에서 목회를 잘하고 한국교회를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교회로 성장시켜 줄 수 있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국제 감각 찾다가 한국까지 놓치는 수가 있다. 적어도 김승욱, 진재혁 목사는 미국에서 영어로 신앙 훈련을 받고 영어로 신학을 공부했고 영어로 목회해 왔다. 한인교회에서 1세를 맡은 경험은 아직 짧다. 이들은 물론 한국말을 잘한다. 그러나 문화는 말만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표현을 바꾸어 서구식 교회를 다녔고 서구식으로 훈련받았고 서구식으로 신학을 배웠으며 서구식으로 목회해 왔던 사람이다. 교단도 한인교단이 아닌 PCA와 SBC 출신이다. 한국의 고질적인 당회 문화, 감정 위주의 소통 방식, 교회의 배타적 태도를 개선하지 않고 영어 잘하는 목사를 데려 온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진 않는다. 혹이라도 영어라는 이유로 장미빛 꿈을 꾸는 교회가 있다면 안타깝지만 시카고 한인교계의 예를 들려 주고 싶다.
교계 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까지 생각한다면, 병역 문제로 인한 유승준 군의 사례와 사회 적응 문제로 인한 박재범 군의 사례까지 들려주고 싶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영어 잘하는 목사 청빙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한국교회가, 장래가 촉망되는 미주의 대표적 차세대 목회자를 데려간 만큼 그에 적절한 배려와 노력까지 기울여서 한인교회에 빚지는 일이 생겨선 안 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또 한 번 드러난 한국교회 청빙 문화의 병폐는 선(先)확정 후(後)사임이라는 수순이다. 김승욱 목사나 진재혁 목사 모두 할렐루야교회, 지구촌교회로부터 청빙 제안이 들어왔을 때, 성도들에게 전혀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물론 본인들이 청빙 받고자 한국교회에 지원서를 낸 적도 없지만 두 교회가 “당신을 청빙하고자 명단에 올려놓고 있다”고 했을 때, 그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물론 청빙이 확정되기도 전에 성도들에게 이 사실을 먼저 알리고 사임했다간 자칫 사역지를 잃을 수 있는 위험도 있다. 그리고 청빙이 들어온 교회가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형교회이니만큼 후보 명단에 올랐을 뿐인데 그것을 떠벌리고 다니다 청빙이 안 될 경우,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청빙이 확정되고 난 후에 갑자기 성도들에게 “난 떠난다”고 했을 때 남겨진 성도들의 마음은 어떨까? 자신을 돌봐 주고 목양해 주던 목회자가 성도들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비밀리에 청빙 과정을 밟고 그것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면서 떠난다면 성도들이 하게 될 생각은 자명하다. 만약 그 목회자가 더 작은 교회로, 더 이름 없는 교회로, 혹은 개척 선교지로 떠난다면 그나마 상황은 낫지만 더 큰 교회로, 더 좋다는 교회로 간다면 성도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동안 목회자들은 성도들이 수평이동을 한다고 비판해 왔지만 이제 성도들로부터 목회자들의 수평이동에 대한 비판을 받을 때가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청빙한 교회가 잘못했다”, “청빙 받은 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가서는 결코 안 된다. 그것은 시대를 읽지 못하는 근시안적 비판일 뿐이다. 이 일은 누가 누구를 정죄할 문제가 아닌 시스템 상의 문제일 뿐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상처를 방지하기 위해 한인교회, 한국교회는 청빙 과정 자체를 투명화할 필요가 있다. 어떤 교회가 타 교회에서 목회 중인 목사를 청빙하려 할 때는 개인적으로 접촉하거나 혹은 사전 접촉조차 안한 상태에서 일단 명단에 올려놓고 심사하는, 그런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당회와 당회 간에 공식적, 혹은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리 하면, 자신도 모르게 남의 교회 청빙 대상자 목록에 올라간 후, 곤혹을 겪는 일도 없을 것이고 혹은 성도 몰래 더 좋은 교회를 찾아 가려는 수평이동 목회자도 막을 수 있으며 성도들도 시간을 두고 이 문제를 고민할 수 있다. 시스템 개선에 덧붙여 한국교회와 한인교회 간의 청빙이라면, 문화가 다른 상황에서 새로운 목회지, 당사자에겐 새로운 선교지에 도착한 목회자들의 문화 적응과 사회 적응을 돕는 적절한 프로그램까지 제안해 볼 수 있다.
김승욱, 진재혁 두 목회자의 한국 청빙은 어떻게 보면 시대의 필요에 따른 것이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한국교회의 신세를 많이 졌던 미주 한인교회가 이제 끊임없이 1.5세와 2세 목회자를 개발해 한국교회와 세계교회에 헌신할 시대적 소명이 눈앞에 와 있다. 그러나 이런 시대적 필요를 모든 성도가 몸으로 느낀다 하더라도 청빙 과정상의 불투명성, 청빙 후 목회자들에 대한 적절한 문화적 배려가 없다면 한국교회와 한인교회, 양자 간에 큰 상처와 불신, 오해를 낳게 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한국교회와 한인교회가 제대로 된 소통의 방법과 섬김의 방법을 찾을 수만 있다면 미주 차세대들의 한국 진출이야말로 “하나님의 뜻이요 시대의 소명”일 수 있겠으나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비판의 여지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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