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칼럼 2006-04-12 08:33
혼열인들에게 좀 더 따뜻한 관심 촉구
의상실이나 살롱 이라는 말을 알기 전에, 우리 동네 옷 만드는 유일한 곳, 청단 홍단 양장점 주인 언니는 참 이상했다. 시골의 우리들보다도 더 까만 아들과 함께 사는데, 남편은 없고, 늘 아이를 등에 업고 일을 하는데, 겨울이나 여름이나 모자를 쓰였고, 긴 소매옷을 입혔고, 사진도 봉투에 넣어 서랍 속에 넣어 두는 것을 보았다.
어른들은 수군거리며 그 곳에 가지 못하게 했지만, 우리들은 양장점에서 나오는 옷감 부스러기를 얻기 위해 그 곳을 기웃거리다 친절한 언니가 주는 옷감 부스러기 속에 손바닥크기 만한 천이 있기라도 하면 온 세상을 얻은 듯 기뻐 어쩔 줄을 모르곤 했었다.
아이는 컸는데도 밖으로 나오는 법이 없었고, 재단대 밑 커튼 속에서 혼자 노는 것을 보았다.
어느 해인가 여름 원피스를 맞추러 갔다가 본 그 아이는 머리카락이 무척 꼬불거렸고, 쌍꺼풀진 크은 눈, 입술이 우리들과는 무척 다르고 색깔이 유난히 붉어, 처음 가까이 본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 울어댔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나이론 기성복들이 시골까지 대중화되면서 그 양장점은 점점 관심 밖이 되더니, 문을 닫은 것을 안 것은 의상실이라는 고급스런 곳이 생기면서였다.
제 40회 슈퍼볼이 있은 후, 미 언론 매체보다 한인 언론 매체들이 더 요란을 떤다.
2쿼터 종료 3분여 전 37야드 패스를 받아내며, 역전 터치다운을 성공시키고, 경기 종료 9분 가량 남기고, 쿼터백이 아닌 리시버가 던진 43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 시키므로 승리를 확실케 한, 한 흑인 선수의 플레이를 미국 프로 풋볼의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라 추켜 세우며, MVP 선정된 그 선수의 환하게 웃는 칼라 전면 사진을 신문 곳곳에 실었다. 그리고 그 사진 밑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초로의 한 어머니가 있었다.
겨울이 시작되면 너도나도 풋볼, 풋볼 하면서 예배시간까지 빼먹기 일쑤인 분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터치다운이 뭔지, 쿼터백이 뭔지 전혀 관심 밖인 나에게도 슈퍼볼 MVP 하인즈의 효과는 있었다. 관심 있게 신문들을 읽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편견과 차별의 아픈 과거를 이제는 떳떳하고 자신 있게, 자식을 위해 온 몸을 던진 장한 어머니로서 이야기하는 그 분의 주름과 눈물을 보며, 양장점 언니를 두고 어른들의 수군거리던 소리가 귀에 되살아났다.
쓸모 없이 강한 꽉 닫힌 민족주의로 인한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 하인즈의 어머니 김 영희씨나 그 양장점 주인 언니는 얼마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을까.
아주 오래 전 한국에서, 어느 혼혈 가수의 수기에서 읽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냇가에 앉아서 얼굴과 팔 다리를 모래로 검은 피부가 벗겨질 수 있을까 하고, 마구 문질러 댔다고 했다. 그리고 놀리는 아이들에게 손에 상처를 내어 내 피도 너희 피와 같이 붉은 피라고 보여줬단다.
성년이 되어서는 군대도 갈 수 없었고, 학교, 군대, 사회, 심지어는 가족들에게까지 이방인이었고, 존재가 숨겨져야 했었다고 했다.
하인즈의 외할머니가 외손자 사진을 서랍에 넣어 둔 것이나, 양장점 언니가 아들의 사진을 봉투에 넣어 서랍에 넣어둔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다 민족이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지금 우리들은 어떠한가!
한백, 한중, 한일, 한흑, 요즈음은 더 나아가 한라티노 커플까지 등장했는데, 과연 이 커플들을 편견과 차별 없이 대하고 있는가.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래도 배우자는 한인!」을 고집하고 있다는 한 결혼 정보회사의 집계를 보면 아직도 하인즈의 외할머니 같은 분이 더 많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나도 그 때가 되면 분명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한인 혼혈인임을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도록 그들을 좀 더 따뜻하게 관심 가져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하였더니, 그 구스 여자를 취하였으므로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하니라 그들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 하매 여호와께서 이 말을 들으셨더라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더라.
민수기 12 : 1 ~ 3」
크리스챤라이프 황희연 제공
혼열인들에게 좀 더 따뜻한 관심 촉구
의상실이나 살롱 이라는 말을 알기 전에, 우리 동네 옷 만드는 유일한 곳, 청단 홍단 양장점 주인 언니는 참 이상했다. 시골의 우리들보다도 더 까만 아들과 함께 사는데, 남편은 없고, 늘 아이를 등에 업고 일을 하는데, 겨울이나 여름이나 모자를 쓰였고, 긴 소매옷을 입혔고, 사진도 봉투에 넣어 서랍 속에 넣어 두는 것을 보았다.
어른들은 수군거리며 그 곳에 가지 못하게 했지만, 우리들은 양장점에서 나오는 옷감 부스러기를 얻기 위해 그 곳을 기웃거리다 친절한 언니가 주는 옷감 부스러기 속에 손바닥크기 만한 천이 있기라도 하면 온 세상을 얻은 듯 기뻐 어쩔 줄을 모르곤 했었다.
아이는 컸는데도 밖으로 나오는 법이 없었고, 재단대 밑 커튼 속에서 혼자 노는 것을 보았다.
어느 해인가 여름 원피스를 맞추러 갔다가 본 그 아이는 머리카락이 무척 꼬불거렸고, 쌍꺼풀진 크은 눈, 입술이 우리들과는 무척 다르고 색깔이 유난히 붉어, 처음 가까이 본 그 모습이 너무 무서워 울어댔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나이론 기성복들이 시골까지 대중화되면서 그 양장점은 점점 관심 밖이 되더니, 문을 닫은 것을 안 것은 의상실이라는 고급스런 곳이 생기면서였다.
제 40회 슈퍼볼이 있은 후, 미 언론 매체보다 한인 언론 매체들이 더 요란을 떤다.
2쿼터 종료 3분여 전 37야드 패스를 받아내며, 역전 터치다운을 성공시키고, 경기 종료 9분 가량 남기고, 쿼터백이 아닌 리시버가 던진 43야드 터치다운 패스를 성공 시키므로 승리를 확실케 한, 한 흑인 선수의 플레이를 미국 프로 풋볼의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라 추켜 세우며, MVP 선정된 그 선수의 환하게 웃는 칼라 전면 사진을 신문 곳곳에 실었다. 그리고 그 사진 밑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초로의 한 어머니가 있었다.
겨울이 시작되면 너도나도 풋볼, 풋볼 하면서 예배시간까지 빼먹기 일쑤인 분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 터치다운이 뭔지, 쿼터백이 뭔지 전혀 관심 밖인 나에게도 슈퍼볼 MVP 하인즈의 효과는 있었다. 관심 있게 신문들을 읽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편견과 차별의 아픈 과거를 이제는 떳떳하고 자신 있게, 자식을 위해 온 몸을 던진 장한 어머니로서 이야기하는 그 분의 주름과 눈물을 보며, 양장점 언니를 두고 어른들의 수군거리던 소리가 귀에 되살아났다.
쓸모 없이 강한 꽉 닫힌 민족주의로 인한 냉대와 무관심 속에서 하인즈의 어머니 김 영희씨나 그 양장점 주인 언니는 얼마나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야 했을까.
아주 오래 전 한국에서, 어느 혼혈 가수의 수기에서 읽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냇가에 앉아서 얼굴과 팔 다리를 모래로 검은 피부가 벗겨질 수 있을까 하고, 마구 문질러 댔다고 했다. 그리고 놀리는 아이들에게 손에 상처를 내어 내 피도 너희 피와 같이 붉은 피라고 보여줬단다.
성년이 되어서는 군대도 갈 수 없었고, 학교, 군대, 사회, 심지어는 가족들에게까지 이방인이었고, 존재가 숨겨져야 했었다고 했다.
하인즈의 외할머니가 외손자 사진을 서랍에 넣어 둔 것이나, 양장점 언니가 아들의 사진을 봉투에 넣어 서랍에 넣어둔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 다 민족이 살고 있는 이 곳에서, 지금 우리들은 어떠한가!
한백, 한중, 한일, 한흑, 요즈음은 더 나아가 한라티노 커플까지 등장했는데, 과연 이 커플들을 편견과 차별 없이 대하고 있는가.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그래도 배우자는 한인!」을 고집하고 있다는 한 결혼 정보회사의 집계를 보면 아직도 하인즈의 외할머니 같은 분이 더 많은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물론 나도 그 때가 되면 분명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그들이 한인 혼혈인임을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게 생각하도록 그들을 좀 더 따뜻하게 관심 가져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모세가 구스 여자를 취하였더니, 그 구스 여자를 취하였으므로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하니라 그들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모세와만 말씀하셨느냐 우리와도 말씀하지 아니하셨느냐 하매 여호와께서 이 말을 들으셨더라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더라.
민수기 12 : 1 ~ 3」
크리스챤라이프 황희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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