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 허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허용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낙태 지지 단체에 대한 지원 금지 법안을 폐지한 데 이어 조지 W. 부시 전 정부의 생명윤리 정책을 또 한번 뒤집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배아줄기세포 연구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그는 9일(현지시각) 의회의 동의가 필요 없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이같은 공약을 실천에 옮겼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대다수 미국인들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필요성에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며 “이 연구의 잠재력은 엄청나며, 적절한 지침과 엄격한 감독이 이뤄진다면 위험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더 이상 정치적인 어젠다를 위해 과학적 자료가 왜곡돼서는 안된다”며 “우리는 이념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해 과학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간복제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는 인간을 재생산하기 위한 복제에는 절대로 문을 열어놓지 않고 있다”며 “인간복제는 매우 위험하고 부적절하며 그 어느 사회에서도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미국 학계는 물론 정계와 사회 전반에서 민감하게 다뤄져 온 이슈인 만큼 이번 결정이 가져 올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비록 인간복제는 금지하고 있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진행된다면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마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윤리를 강조하는 미국인들의 대부분은 인간배아를 태아와 동등한 지위를 가진 존재로 보고 있으며, 따라서 줄기세포를 얻는 과정에서 배아를 파괴하는 것은 태아를 살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여겨진다.

가족운동단체 패밀리리서치카운슬(FRC) 토니 퍼킨스 회장은 전날 오바마 대통령이 배아줄기세포 연구 규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보도에, “과학의 발전을 위해 인간의 생명을 이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며 “미국민은 자신들이 낸 세금으로 생명을 죽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