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가 오기 전 일주일은 이른 아침부터 매일매일 흥분과 기쁨으로 지냈던 일주일이었다. 그 날을 맞이하면서 한 주간을 특별한 프로그램으로 지내게 되기 때문이었다.

직장에서 내가 일하는 부서는 모두 영어권에 속하는 사람들로 약 30명의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직장에서 마니또 게임과 비슷한 것을 했는 데 첫날에 비밀뽑기를 해서 사람마다 상대방을 가지게 되고, 그 상대방은 날마다 본인에게 선물을 주는 그 사람을 모르다가 금요일 날 서로 발표를 해서 알게 되는 즐거운 게임이었다.

올해로 결혼 24주년 기념일을 맞게 되지만 남편과 나는 한번도 즐겁게 발렌타인데이를 즐겨본 기억이 없다. 나는 내가 여자인데도 누가 이 날을 만들어서 없는 돈 쓰게하고, 의미없는 시간들을 허비하느냐는 조금은 불만을 품었던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작년에 같은 남자 동료로부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남편이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무엇으로 해주느냐는 것이다.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나는 궁한 대답을 할 수 밖에. “키스 한번이면 그만이지 무얼 더 바라느냐!”

동료는 대답했다. “참 간단해서 좋다.” 그러면서 “미국 여자들은 너무 복잡해서…”라며 “여동생이 있어요?”라고 질문을 했다.

1년 전쯤으로 기억이 된다. 울컥 나도 발렌타인데이를 즐기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처음으로 영어 농담을 만화로 그린 카드 한장을 약간 비싼 값에 사서 남편에게 뽀뽀와 함께 전달했었다. 내심은 나도 선물을 받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12개월이 흘렀다.

지난 한 주간은 하나님은 언제나 신실하시다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지나갔다.

첫날, 초콜렛과 골든 캐년에서 만든 캔디 냄새가 나며 약간 보라빛이 있는 조그마한 초를 “비밀 상대방으로부터”라는 깜찍한 분홍색 카드와 함께 받았다.

둘째날, 노란장미에 연한 주황색으로 가장자리를 두른 13송이를 조그마하고 네모난 화병에 역시 주황색을 띤 바이어스와 함께(나는 이미 황홀한 기분에 하루 해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른다. 나는 나의 비밀 파트너를 빨리 알아내고 싶어서 여기저기 수소문 했지만 모두들 함구).

셋째날, 생강냄새가 나는 손에 바르는 하얀 로숀을 진한 주황색의 포장과 함께 내가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는 글의 카드까지 잊지 않았다.(글씨체가 조금씩 틀림).

넷째날, 하얀 컵에 빨간 테두리를 두른 스타벅스 컵과 함께 비스켓, 타조에서 만든 티 박스를 나를 위한다는 분홍색으로 된 세로 4센치 가로 2.5센치 가량의 카드와 함께.(내가 스타벅스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마지막 날은 빨간색의 짚으로 만든 쟁반 위에 사과 1개, 오렌지 2개, 바나나 두개 그리고 역시 예쁜 카드.(내가 과일을 좋아 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다.)

스무 네해 동안 받고 싶어했던 선물들을 같은 직장 동료를 통해서 만회하도록 하신 하나님을 어찌 찬양하지 않으리요. 모든 인간사를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라고 아는 나에겐, 하나님이 나를 긍휼히 여기셨다고 믿는다. 감사하는 맘으로 순간 순간을 즐기면서 오늘 하루도 숨쉬고 있다.

/김태임(김익곤 목사 사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