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망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고, 올해보다 더 심한 불황이 예상되는 내년에는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표에서 보듯 10만명당 25명에 육박하는 자살사망자 수를 2013년까지 20명 미만으로 낮추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OECD 자살률 1위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내년부터 2013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시행된다.

보건복지가족부(장관 전재희, 이하 보건부)는 현재 인구 10만명당 24.8명에 이르고 있는 자살사망률을 20명 미만으로 낮추기 위한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최근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자살사망자 수는 1만 2174명으로 주요 사망원인 중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4번째를 차지했으며, 지난 1990년대 말 IMF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민관 공동으로 수립된 이번 종합대책은 10대 과제와 29개 세부과제를 수립, 중점 추진된다. 여기에는 자살예방을 위한 시도단위 자살위기대응팀(광역정신보건센터)을 구축하고, 자살사망의 명확한 원인규명을 위한 ‘심리부검’ 시범적 연구실시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자살위험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저소득층과 노인, 정신질환자 등 취약·소회계층과 이혼가정 및 위기청소년 등을 중점 관리하고, 범국민적 생명존중운동과 다양한 분야에서의 자살예방교육 등을 펼쳐 나가기로 했다.

자살원인 원천봉쇄와 자살수단 제거에 주력
▲한국의 청소년 자살실태 현황. 특히 2007년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오는 2013년까지 자살사망률을 10만명당 20명 미만으로 감소시키기 위해 사전예방적·능동적 접근과 지속가능한 정책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개인 정신보건분야와 사회환경적 접근을 병행하며, 자살예방에 대한 거버넌스 및 법과 제도 등의 체계 확립과 사회단체·종교계·언론계 등 시민사회와 정부가 협력해 민간주도의 내실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로 방향을 설정했다. ‘자살위험 없는 안전한 공동체 구현’이라는 비전도 세웠다.

정부는 정책 추진을 위한 10대 과제를 선정했고, 29개 세부과제를 중심으로 이를 실시해 나가기로 했다. 10대 과제는 △자살에 대한 국민 인식을 개선한다 △자살위험에 대한 개인·사회적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자살에 치명적인 방법과 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감소시킨다 △자살에 대한 대중매체의 책임을 강화한다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정신보건서비스를 강화한다 △지역사회기반의 다양한 자살예방 인력 교육체계를 강화한다 △자살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적 기반을 조성한다 △자살예방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구축을 적정화한다 △자살예방을 위한 연구·감시체계를 구축한다 △근거에 기반을 둔 자살예방정책을 개발한다 등이다.

세부 실천계획은 자살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강화와 생명존중운동 전개, 자살유해정보 차단, 자살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저소득층과 노인, 군인, 정신질환자 등 취약계층 관리, 자살수단 접근차단, 자살시도시 신속·적극적 개입 등이 마련돼 있다.

이중 눈길을 끄는 것은 자살원인 자체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자살원인 중 가장 높았던 가정문제 개선을 위해 전국 75개소에 가정문제를 종합적으로 상담하고 관련서비스를 제공할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하고, 가출·학교폭력·인터넷 중독·약물복용·성폭력 등의 문제가 있는 위기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성한다. 특히 자살률이 높은 이혼가정을 위해서는 이혼전후 가족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인들을 대상으로는 보호전문기관을 확충하고 일자리사업을 확대해 자살동기유발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알콜중독자와 우울증 환자들에 대한 조기검진과 전문치료센터 설치 등의 지원대책도 마련했다.

또 자살사망자가 주로 택하는 방법 중 질식(44%) 다음으로 많은 중독(35%)에 의한 자살방지를 위해 농약과 청산가리 등 유독성물질의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인터넷 자살유해사이트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게시자 위주 처벌과 유해사이트 신고시 1일 이내 신속하게 조치할 계획이다. 중독 다음으로 많은 추락(14%)방지를 위해 지하철 스크린도어·안전펜스 설치를 확대(2011년까지 서울 및 5대광역시 480개역 중 423개역)하고, 자살시도가 빈번한 교량 등에 대한 실태파악 및 시설보완에 나선다.

▲응급의료센터 기반의 자살시도자에 대한 정신과적 개입체계 강화 모형(일본 사례).
특히 자살시도 경험자들에 대해서는 DB화해 관리하고, 119 신고시 즉각 출동해 맞춤형으로 대응하며, 응급의료센터에 자살시도자 진료지침을 개발, 사후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자살 유가족들에 대해서는 우울증 등의 치료·상담 및 정보제공 서비스를 실시하고, 유가족 모임과 유가족 지지그룹의 조직화 및 멘토링 시스템 개발·보급을 추진한다.

자살사망자 대상 심리학적 부검 시범연구

정부의 발표 가운데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자살사망자 대상 심리학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이다.

이는 자살원인 추정을 위해 사망 전 일정기간 동안의 심리행동 양상 및 변화상태와 주변인들의 진술에 의해 심리를 재구성해 가능성 높은 원인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사망자 가족 및 지인들의 진술을 통해 사망 전 망자가 경험한 주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법적·의학적 기왕력, 평소 성격적 특징과 심리행동적 특성, 사망 전 상황 및 정신의학적 진단 등을 실시하게 된다.

핀란드의 경우 1990년대 중반 1년간 자살자들에 대한 심리부검 결과 약 80%의 자살사망자가 정신병리를 앓았음을 규명했고, 미국과 영국, 호주 등에서는 국가검시관이 신체부검과 함께 심리부검을 실시하고 있다. 심리부검을 시행하면 우울증, 불안 등 정신병리나 실업, 빈곤, 이혼 등 사회심리적 스트레스와 자살과의 연관성이 밝혀지는 장점이 있다.
▲성별 자살사망자 수 변화추이. 남성(파란색)이 여성(붉은색)의 2배 가량이지만, 여성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심리학적 부검으로 이러한 원인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망자(亡者)에 대한 예우를 중시하고 자살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으로 유가족에 대한 자세한 면접이나 진술요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자살예방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5년간 총 5632억원을 직·간접예산으로 잠정 추계하고, 관련부처간 협의와 자살예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다양한 재원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민간 사회공헌재단과 복지재단 등을 활용해 자살예방 홍보 및 민간단체 활동재원 확보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