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방초(綠陰芳草)가 산야를 짙게 물들이며 5월이 깊어지면 저에게는 또한 한 분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집니다. 그리고 결국 그 그리움에 눈시울을 적시고야 말게 됩니다. 햇수를 헤려보니 벌써 31년이 흘렀습니다. 생각해보니 31년 전의 많은 일들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데 그러나 시간이 흐를 수록 그 분의 미소지으시던 얼굴과 사랑스런 음성은 저의 마음에 더욱 깊이 간직됩니다. 1977년 5월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신 저의 어머님이십니다. 이제는 불러도 대답이 없으신 어머님을 하나님 나라에서 뵈올 것을 소망하며... 이해인 시인의 '5월의 시'를 읽으며 그리움을 달래봅니다.

<5월의 시 >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이해인 님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중에서)

어머니라는 거룩한 이름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드리며, 그 수고 위해 하나님의 위로와 축복이 있으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