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주요 언론들이 2년 전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풍자로 이슬람권의 강력한 반발을 샀던 만평을 13일 일제히 재게재했다. 이들은 전날인 12일 만평가 살해를 기도한 무슬림 3명이 덴마크 치안 당국에 의해 체포됨에 따라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이같은 행동에 나섰다.

2005년 9월 덴마크 유력 일간 율란츠 포스텐(Jullands Posten)은 이슬람 테러리즘에 대한 풍자를 담은 12컷의 만평을 처음으로 게재했으며, 그 중 심지에 불이 붙은 폭탄 모양의 터번을 쓴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의 캐리커처는 이슬람권에서 제기된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이슬람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만평이 유럽 언론들에도 게재되면서 분노한 덴마크 무슬림들의 선동에 의한 대규모 유혈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촉발됐으며, 이 과정에서 일어난 폭동으로 나이지리아, 레바논,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지에서 12명이 숨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덴마크 대사관과 교회가 방화 등 습격을 받았다. 언론사측은 유혈 사태가 일어나자 만평의 게재를 중단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13일 율란츠 포스텐을 비롯해 베링스케 티덴데(Berlingske Tidende), 폴리티켄(Politiken), 엑스트라 블라데트(Ekstra Bladet) 등 17개 덴마크 주요 언론들이 만평을 재개했으며, 엑스트라 블라데트는 마호메트 캐리커처를 포함, 12컷의 만평을 모두 실었다.

또 스웨덴, 네덜란드, 스페인 등 유럽 국가들의 주요 신문들도 만평가 살해기도 혐의 용의자들의 체포 소식을 보도하며 만평을 함께 게재했다.

베링스케 티덴데는 이날 사설에서 “사건의 본질(이슬람 극단주의)을 분명히 알리고 언론으로서 우리가 앞으로도 반드시 지켜나가야 할 표현의 자유를 수호하려 한다”며 “표현의 자유는 숱한 테러의 음모 가운데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말하고, 그릴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한다”고 강조했다.

덴마크 치안 당국의 발표에 의하면 만평가 쿠르트 베스테르가르트(Westergaard)를 살해하려한 3명 중 1명은 모로코계 덴마크인으로 조사 후에 풀려났으며, 튀니지인 2명은 국가 안전 위협 인물로 간주돼 추방될 예정이다.

올해 73세의 베스테르가르트는 치안 당국이 그의 살해 음모에 관한 첩보를 입수하면서부터 부인과 함께 3개월여 간 경찰의 보호 아래 생활했으며, 그동안 살해 위협을 피해 여러 차례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2005년 당시 자신의 만평이 논란이 되자 그는 “마호메트가 아닌 테러리즘에 마호메트를 악용하는 일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비판하려 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언론들의 이번 대응으로 과거와 같은 유혈 사태가 또다시 촉발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13일 덴마크 외교부는 만평 재게재로 벌어질 수 있는 폭력의 조짐을 세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 내 2천만여에 달하는 무슬림들의 동향을 관찰하고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혈 사태가 정점을 이뤘던 2006년과 달리 현재 덴마크 내에는 이슬람권을 선동할 만한 강력한 이슬람 지도 세력이 존재하지 않아 당시와 같은 수준의 폭동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