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새해를 맞으며 제가 겪었던 일들 중에 미쳐 말씀드리지 못한 것들 한 두 가지를 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새해가 되면서 더욱 열심히 수고하시는 분들이 눈에 뜨입니다. 무엇보다도 부엌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수고가 참 많아졌습니다. 현재 우리 교회 부엌시설로는 매주일 전교인 점심을 만들어 내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처음 입당할 때는 그런 대로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부엌이 비좁아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너무 좁아져서 부엌 안에서 교통사고가 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더더욱 지금은 겨울이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일하실 수도 없습니다. 수고하시는 분들의 말씀은 그래도 좁은 것은 상관이 없는데 더 큰 문제는 '불'이라고 합니다. 불이 약해서 전교인 음식을 한꺼번에 해 내는데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어떤 음식은 아예 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 교회의 아주 귀한 전통 하나가 새해에 들어오면서 깨졌습니다. 해마다 첫 번째 주일은 떡국을 먹는 것이 우리 교회의 전통이었는데 금년에 그만 그 전통이 깨져버린 것입니다. 현재의 화력으로는 전 교인이 먹을 떡국을 끓이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새해 첫 주일 식사를 담당하시던 분들이 전통을 깼다는 오명을 쓰지 않으시려고 밤새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에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고 합니다. 저는 새 해 첫 주일에 떡국을 못 먹는다는 말을 먼저 듣고 서운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기필코 떡국을 먹을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떡국을 끓일 수 있는 화력이 좋은 오븐을 달라고 말입니다. 그리고 기왕 기도하는 김에 넓은 부엌도 달라고 기도하기로 했습니다. 떡국을 잃어버린 서운한 마음으로 첫 주일 점심 시간에 친교실에 들어선 저는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모습들을 새삼 느끼며 가슴 가득 기쁨이 밀려왔습니다. 떡국은 없지만 테이블마다 함께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식사를 나누는 성도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날 따라 왜 그렇게 모두들 인자하고 멋있게 보이시는지 저는 참 기뻤습니다.

저는 그 날 참 신기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새해 첫 주일 넓은 부엌에서 사골을 밤새 푹 고아 국물을 낸 떡국을 곱빼기로 먹어 배부른 것보다 부엌이 작아지고 화력이 약해져서(성도님들이 많아지면 부엌이 작아지고 오븐의 화력이 약해진다) 떡국을 못 먹는 것이 몇 배나 더 배가 부르다는 사실입니다. 그 날 저는 목사의 배는 이상한 배라고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니 우리 교회 장로님들의 배도 목사의 배를 닮은 것 같습니다.

새해 떡국도 못 얻어먹은 장로님들께서는 앞으로 1부 예배부터 나오셔서 1부 예배 후에는 교회를 위해 기도하시고 또한 2부 예배에 나오시는 성도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신다고 합니다. 교구장님들은 매 월 수요일 예배 후에 모여서 속회를 위해 기도하신다고 합니다. 지난주일 새해 첫 임원회에서는 이상한(?) 결의를 하나 했습니다. 2007년도에 미쳐 다 내지 못한 연회 선교비(Apportionment)를 위해 한 주일을 정하여 특별헌금을 하시기로 했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하나님께서 참 기뻐하실 것입니다. 선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하는 임원들의 수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금년도 표어가 "새 일을 이루게 하소서!”인데 벌써부터 새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금년이 저는 참 기대가 됩니다. 새 일로 금년을 가득 채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