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당한지 85일여만에 풀려났다. 풀려난 정확한 시각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그의 지인들에 의하면 석방된 것은 확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열 선교사 석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20일부터 평양을 방문했던 테드 리프먼(Ted Lipman) 주한대사가 25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가 그의 석방문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여 가족들은 애태웠다. 하지만 하루만인 26일 그가 석방된 사실이 밝혀졌다.

캐나다 이민자인 김 선교사는 에드먼튼에서 치기공사로 일하다 지난 98년 전 재산을 정리한 뒤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 캐나다노회 소속 북방선교사로 북한에 파송됐다. 그는 공식적으로 파송되기 전부터 북한을 선교지로 정하고 그곳을 드나들며 봉사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북한 정부의 허가와 협조 하에 1997년 나진에 치과병원인 나진구강예방병원을 개설, 고려한방병원, 산부인과, 창평유치원 등을 설립해 북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 및 교육 활동을 펼쳤다. 각 병원은 2천3백평 이상의 대규모 시설이며 김 선교사와 함께 일하는 북한인 의사, 간호사의 수도 1백여명에 달한다.

의료 봉사 활동에 주력해왔던 그는 지난해 11월 3일 '북한 주민을 선동해 교회를 세우려고 한다'는 죄목으로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 김 선교사의 구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지인들은 "북한은 김 선교사의 봉사활동과 치과진료소 설립 등을 지원하고, 나아가서는 그가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예배활동까지 허락했었다."며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재열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되게 된 단초는 그의 랩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하순 북한 출국을 위해 두만강 하류 ‘원정’ 지역 출입국 사무소에서 검색을 받던 중 랩탑을 압수당한 것이다. 랩탑 안에는 북한에서의 활동내용과 사진들이 상당수 담겨있었다. 이후 8월 말에 다시 북한에 무사히 들어갔지만 두 달 후 체포된 것이다.

한편 북한은 "호텔에서 예배 드릴 경우 아무런 제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목사가 얼마전부터 '공개장소에서의 예배는 불가하다'는 지적을 무시하고 자신이 지원한 나진선봉지역 치과에서 공개적으로 예배드리기 시작했다"며 "이 문제는 결코 종교탄압이 아니다. 김 목사가 북한사회의 원칙을 무시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그의 석방을 위해 교단 노회, 에드몬튼 지역 교회 등은 기도하는 한편 지난해 12월부터 대사관과 영사관에 팩스와 이메일을 보내는 등 구명운동을 진행해왔다. 캐나다한인회총연합회(회장 김근하)는 지난 12월 말 토론토·오타와·밴쿠버 등 국내 11개 지역 한인회장들이 서명한 진정서를 연방정부에 보내 그의 억류 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