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 합동 총회 남북교회교류협력위원회(위원장 김춘환)가 주관하는 북한교회 현실진단과 지원 정책 세미나가 23일 오후 7시 인천 계산교회당에서 수요예배와 함께 드려졌다.

강의를 전한 L전도사(합동측 O교회)는 한국교회의 대북 지원식의 선교 방법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99년 탈북해 2003년 총신대학교와 신대원을 거쳐 현재 합동측 교회의 담임 전도사를 맡으며 탈북민을 위한 목회와 북한 지하교회를 지원하는 일을 감당하고 있다.

그는 “북한 지하교회의 3개 중 2교회는 쪽복음서나 라디오로 예배를 드릴만큼 열악한 상황”이라며 “황해도, 양덕에 전도를 위한 대북방송은 수신을 정지당하고 모든 채널이 선교 방송을 못듣게 한다”며 “많은 사람들이 감옥에 끌려가면서도...”라는 대목에서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한국교회가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창구로 한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합법적 신앙이란 용납할 수 없는 정권이 체제유지와 달러를 얻기 위해 한국교회를 이용하는 것일 뿐”이라며 “(북한 교회가)1만명 성도, 500개 가정교회로 발달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작년에 평양에서 남북 100주년 기념대회 집회를 위해 뛰던 분들도 이제는 잠잠하시다”며 “조그련의 거짓말에 속아서 모금이나 해주는 것이 북한 선교라고 생각해선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교회의 북한 선교에는 크게 문민정부를 통한 ‘앞문’을 여는 대북 지원과 ‘뒷문’을 열어 탈북자를 전도하는 방식으로 구분했다. 그는 후자에 손을 들었다. 중국으로 직접 건너간 선교사들의 헌신을 통해 전해진 복음만이 탈북자들이 지하교회를 세우고 순교를 각오하게끔 한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탈북자들 중에 신학생은 100여명이며 정규 신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은 80여명으로 집계된다.

이어 그는 “문민 정부 시절에 진행된 북한 선교 방식에 대해선 탈북자들의 97%가 반대”라며 “북한의 하층, 고위층의 사정을 아는 (탈북자)분들은 대북 지원식 북한 선교는 정권의 수명만 연장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민족복지재단이 전하는 약품과 우유가루는 대부분 인민 군대로 보급되거나 전쟁 물자로 비축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탈북한 고위층의 말을 인용해 “(그의 말에 따르면)한국교회의 퍼다주기식 대북 지원의 결과에 대해선 듣기가 거북할 정도였다”며 “앞문 열기식 대북 지원선교는 한국교회가 기도하며 심사숙고해야만 하는 문제”라며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북한 정부 단체를 창구로 한 ‘눈 먼’ 지원 사업보다, 탈북자들과 지하교회들을 위한 현실적인 선교에 대한 한국 교회의 관심을 요청했다. 그는 “탈북자는 하나님이 출애굽시킨 북한 선교를 위한 사명자가 될 사람들”이라며 “복음을 전할 영적 지도자가 준비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한국교회가 북한에 교회 건물을 지어주는 선교 방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는 “북한 교회 재건은 건물을 짓는 방식이 되어선 안된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성도들의 모임”이라며 “건물 짓기가 아니라 사람을 키워주는 일에 한국교회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합동 총회남북교류협력위원회는 2002년부터 북한 선교를 위한 지원책으로 평양에 빵공장을 설립, 매월 30톤의 밀가루와 부자재를 지원하는 사업을 총회 산하 교회들을 대상으로 전개하고 있다. 또한 총신대, 신대원에 재학중인 탈북자 출신 신학생 5명의 장학기금과 생활비를 전액 지원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전직 북한 작가, 작곡가, 가수, 무용수들로 활동하는 탈북민들로 구성된 금강산 예술단의 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모아진 예배 헌금은 탈북자 출신 신학대생을 위한 장학 기금으로 쓰여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