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선교 역사학자 앤드류 월스(Andrew F. Walls) 교수가 18일 오후 연세대 신학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월스 교수는 한국 선교사들이 현지의 언어와 문화, 삶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성육신적인 선교의 자세를 당부했다. 특히 무슬림 전도를 위해서는 코란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성경과 비교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무슬림을 친구로 사귀며 우정을 토대로 한 전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월스 교수는 19일까지 연세대 신학관에서 진행 중인 ‘세계역사로서의 교회사’ 특강을 마치고 오는 20일 출국할 예정이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세계 선교의 축은 아시아에서 아프리카로 옮겨갔다. 한국교회의 향후 선교 방향에 대해 진단해 달라.

“기본적으로 서구 선교사가 비선교권에 접촉할 때는 서구적인 생각으로 기독교 개종을 비서구권에 강요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과 연결되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서구권(한국을 포함한)은 이런 연관성 없이 선교가 전개된 이점이 있다.

서구의 경우에는 정부의 주도로 ‘하나님의 왕국’이라는 입장에서 복음 전파나 선교를 나서지는 않았다. 소수의 크리스천들이 선교에 임한 것이 선교 운동의 시작이었다. 그러므로 과거 십자군 전쟁의 방식과는 다른 언어, 관습, 현지인의 삶의 양식을 따라는 선교 방식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 선교사들도 예수님이 제시하신 선교의 방법, 즉 다른 사람의 세계에 들어가 그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사는 ‘성육신적 방식’이 선교 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선교사의 장점이라면 기도를 강조하고 스스로도 기도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 특징을 잘 살려서 선교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기도를 강조하는 전통은 나도 한국교회로부터 배우는 점이다. 이 전통을 잘 살리길 바란다.”

-한국 교계에서는 이슬람권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슬람 선교에 대한 방안이 있다면.

“무슬림들은 복음을 원래의 복음 그대로 듣지 못하고 자기들의 생각대로 기독교를 왜곡해서 이해한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디오피아, 나이지리아, 또 어느 아시아 지역에서도 무슬림들이 집단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 일이 있었다. 예수 그리스도가 기름 부음을 받은 메시야임을 똑바로 이해하고 받아들인 역사가 일어나고 그런 역사를 일으키는 선각자들이 선교 현장에 많이 있어야 한다.

이 역사가 일어나는 것은 성경도, 코란도 잘 알고 이해하며 비교하는 가운데에 가능하다. 코란이 제시하는 왜곡된 가르침을 성경적인 가르침으로 전환해야 한다. 흔히 사용되던 방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으로 중요한 접근법이 있다. 무슬림들을 친구로 사귀는 것을 토대로 해서 우정 전도를 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세우는 일이 가능했다.

선교 사역에서 중요한 건, 세계 정치에 있어 이슬람권에 대한 갈등 기류에 편승되지 않고 그와 구분된 사역이 필요하다. 정치 역학관계와는 별도로 순수한 차원의 무슬림 선교 사역이 이뤄지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교회의 보수 신학자들은 아프리카 신학이 주술적인 문화에 영향받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 속에도 예수 그리스도가 충분히 있다. 오히려 서구인이 세계를 인식하는 것보다 폭이 더욱 넓다고 본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게는 영적인 세계가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슈다. 그러나 현대 계몽주의적 세계관은 이런 문제를 다뤄내지 못한다는 한계를 가진다. 중요한 사실은 성경은 영적인 세계를 분명히 인정하고 다룬다는 점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에겐 영적인 관심이 아주 중요하고 실제적인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서구 신학적인 틀이 아프리카 상황이나 새로운 신학적 구도 속에서 이슈를 다룰 만한 충분한 폭을 가져야 한다.”

-문화와 언어의 경계라는 최전선에서 사역할 선교사들이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문화적 경계선을 넘을 때는 먼저 경계선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해야만 한다. 성경의 사례를 보면 한동안 유대 크리스천들은 자기 세계에서만 복음을 이해했다. 그러다가 다른 종류의 복음전파의 방식을 인식하고 유대 세계에서만 사용하던 단어, 개념, 어휘를 바뀌서 새로운 단어와 개념으로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 지역에서 사용하는 단어와 어휘등의 재료로 바꿔서 (복음을) 전달하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타 지역의 선교 과정에서 나 자신에 대한 발견이 있었다. 타인을 변화시키는 경험도 물론 있지만, 자신이 변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오는 현상이다. 이런 변화를 알고 선교를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인 수천명이 단기 선교형식으로 이슬람 선교집회를 여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영국은 단기 선교에 대한 연구가 적은 편이고 미국은 연구한 결과가 많다. 그들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은 단기 선교 프로그램은 복음 전파의 효과면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것이였다. 여행을 가는 입장에서 개개인이 얻는 유익이나 선교적 도전이나 헌신에 대한 결단은 있을지 몰라도 선교적인 목적에서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일부에서는 단기 선교라는 말 자체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그렇다고 전혀 쓸모가 없진 않다. 사전에 훈련이 많이 이뤄지고 조심스럽게 계획이 되어 시행돼야 한다. 단기 선교는 나름의 사역으로서 가지는 위치나 가치가 있다. 그러나 선교에 지대한 공헌을 하긴 어렵다.

특히 참여자들 중에는 젊은이들이 많기 때문에 상처를 받기 쉬운 약점이나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단기 선교) 인도자들이 지혜롭고 조심스럽게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선교사가 된 첫 2년 동안에 가장 중요한 건 현지인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더군다나 2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선교라면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한국교회는 양적인 성장을 거뒀지만 교단과 교파 분열이 급속하게 진행됐다. 미래의 아프리카 교회들의 분열을 막고 교회를 일치시킬 만한 방안을 제시해 달라.

“아프리카 상황에서의 교단 분열은 한국교회와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교리나 신학적인 분열보다는 인종적, 지역적인 구분으로 인해 다른 교단이 생겨나는 형태다. 아프리카의 현지 선교회들이 궁극적으로는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선교에 헌신했기 때문에 신학적인 차이의 분열은 적다. 다만 선교회들마다 지역을 분할해서 담당해 왔기 때문에 어느 지역은 감리교, 어느 지역은 침례교로 자연적으로 교파와 교회가 구분되는 편이다.

아프리카에서는 큰 교회들이 작은 교회로 분할되거나 분열되는 현상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교단과 교회들이 주로 인종 갈등으로 인해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아프리카 현지 상황에서는 교단적인 다양성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현지에서의 교단은 실제적으로 믿고 따른다는 개념보다는 외부의 교단(예를 들어 아프리카 현지 장로교와 미국 장로교단)과의 교류를 할 때 편리한 하나의 카테고리 정도로 이해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점을 찾고 교류하려는 노력들이 현지에도 있다. 특별히 아프리카 여성들이 여성의 입장에서 교단과 교회의 차이를 이해하고 교류하려는 노력이 활발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신’이라는 뜻의 ‘알라’라는 번역이 코란이나 성경이나 같은 말로 번역되자 정부가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무슬림권에서 사역하는 현지 선교사들이 성경 단어를 번역해서 전할 때에 주의할 점이 있다면.

“기독교인과 무슬림 사이에 이런 주제를 가지고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알라’라는 단어 자체가 이슬람의 신만이 아니라 이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무하마드의 아버지도 알라의 경배자였지 않은가. ‘알라’라는 성경의 번역은 예전부터 채택돼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거나 법정으로 비화되는 상황 자체는 부당하다. 기독교인이 ‘알라’라는 말을 사용해서 혼란이 온다는 일부 무슬림들의 주장은 이슬람 내부에서도 분파주의 안에서 나오는 말이다. 두 종교가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앤드류 월스 교수는 ‘아프리카 기독교가 세계 기독교 미래의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 본 소수의 역사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영국 에딘버그 대학(University of Edinburgh)과 미국 프린스턴신학대학원(Princeton Theological Seminary), 미국 하버드 대학교(Harvard University Divinity School)에서 정교수와 객원교수 등을 역임하며 ‘선교 역사학’을 강의했으며, 저서로는 ‘기독교사에서의 선교운동(The Missionary Movement in Christian History)’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