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번연 지음 | 미스바 출판사 | 2003-12-10 |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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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존 번연은 기독교 신자들에게 있어서 성경 다음의 베스트셀러로 인정을 받고 있는 『천로역정』의 저자이다. 그는 불신자 시절에 그리고 완전한 회심체험을 하지 못한 ‘명목상의 신자’ 시절에 경험한 죄악과 허물에 관하여 낱낱이 공개하고 자신이 구원받은 것은 ‘오직 하나님의 의(義)’에 의한 것이었음을 고백하고, 자신이 ‘철저하게 타락한 죄인’으로서 구원을 받게 된 과정을 너무나 솔직하게 진술하고 있다. 이미 그 유명세 때문에 역설적으로 그의 책이 간과되고 이름만 알려진 인물이 존 번연이 아닌가 싶다. 존 번연이 침례교회의 목사였지만, 넓은 의미의 칼빈주의자였으며, 회중교회의 영향을 깊이 받았다는 사실들에 대해서 독자들은 정확하게 모를 수도 있다. 그는 칼빈주의의 입장을 견지하는 침례교회인 ‘특수침례교회’의 지도자였으며, 신학적 입장은 의외로 보수적 경향을 유지하고자 노력한 인물이다. 이 책에 나오는 것처럼 그는 신앙적으로 관대한 입장을 가진 겸손한 자였으나, ‘도덕률폐기파 계보에 속하는 소요파’의 주장과 교리를 기도 가운데 깊이 분석한 후 ‘저주스런 원리’로 규정하고 혐오하였다. 비록 영국 정부와 기존의 교권주의자들에 의해서 핍박을 받고 장기간의 투옥생활을 한 번연이었지만, 성경과 칼빈주의적 안정성을 해치는 급진파의 도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반대하고 정통주의를 지향하려는 것이 번연의 일관된 신학적 성향이었다.

『죄인에게 넘치는 은혜』에서 존 번연이 성경 다음으로 애독하고 충격을 받은 책은 루터의 『갈라디아서 주석』이었다. 번연은 이 책을 읽고 엄청난 도전과 양심의 자유를 누렸던 것이다.

‘하나님은 어느 날 내 손에 마틴 루터의 책 한권을 주셨다. 루터의 『갈라디아서 주석』이었다. 마치 그의 책이 나의 마음에서 씌어진 것 같았다. 나는 너무나 감탄하였다.’

번연을 비롯한 특수침례교회의 구성원들은 침수례의 방식 이외에는 전반적으로 루터와 칼빈의 종교개혁 신학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입장에 서 있었다. 장기간의 투옥생활을 마치고 출감한 번연에게 퀘이커교도들이 접근하여 환영의 뜻을 보일 때 번연이 이를 차갑게 거절하고 칼빈주의적 입장을 확실히 나타냈다는 일화도 있다. 번연과 그가 소속한 특수침례교회는 신령주의자나 자유주의자들의 모임이 아니라, 칼빈주의를 영국 침례교회의 상황에 알맞게 적용한 정통주의자들이었던 것이다.

일종의 양심수이며, 종교적 박해의 희생자로서 ‘옥중성도’로서의 구금생활을 장기간 체험한 번연도 가족들에게는 한명의 평범한 가장이고 남편이었다. 영국 정부와 국교회의 명령을 위반하고 허가 없이 설교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차디찬 감옥에서 고초를 겪을 때 그는 자신의 연약함을 깊이 깨달았다. 그리고 가족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독자들이 흔히 예상하는 것처럼 번연은 강철과 같은 무적의 영웅이 아니라, 전적으로 무능력한 한 사람의 인간에 불과했고, 그렇기 때문에 감옥에서 가족을 위한 중보기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것이다. 그는 그 때의 심정을 이 책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아내와 자식들과 헤어져 감옥에 있게 되는 것은 내게 종종 뼈에서 살을 뽑아내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하나님의 소명 가운데 국가의 권력보다 더 우위에 있는 신적권위를 드러내고, 성경의 명령이 더 강력한 지상명령인 것을 확신하는 번연은 히브리서 11장에 나오는 믿음의 선진들처럼 핍박과 고난을 기꺼이 감수하고 하나님의 영광과 의(義)를 나타내기 위하여, 영국 경찰의 추적을 피할 수 있었지만 기꺼이 체포에 응하고 감옥에 가서 성경 다음의 베스트셀러들을 저술하는 ‘아름다운 믿음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 모범적인 신앙인이 억울하게 감옥에 가서 쓴 책 중 하나가 이 『죄인에게 넘치는 은혜』이다. 옥중성도가 자신의 고난을 전혀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죄인’으로 고백하고 전적으로 타락한 인간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찬송하는 것이 『죄인에게 넘치는 은혜』이다.

작가소개

영국 베드퍼드셔의 엘스토우에서 태어났으며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정규교육은 조금밖에 받지 못했다. 스물한 살에 신앙심 깊은 여인과 결혼했는데, 아내는 결혼지참금 대신 아서 덴트의 《평범한 자가 하늘에 이르는 길》(The Plain Man’s Pathway to Heaven)과 루이스 베일리의 《경건의 실천》(The Practice of Piety)이란 책을 가져왔고, 버니언은 이 두 책에 이끌려 신앙 생활을 하게 되었다. 25세 되던 해에 세례를 받았고 1655년 전도사가 되어 설교 활동을 시작했다. 1660년, 영국국교회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예배를 집행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된 버니언은 같은 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서약을 거부하여 12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찰스 2세의 비국교도에 대한 관용선언 이후 석방되었다가 다시 시작된 박해로 인해 두 번째로 투옥되어 6개월 형을 살고 출소했다. 이후에도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전도를 했으며 설교하러 가던 중 비를 심하게 맞아 고열에 시달리다 숨을 거두었다.

저서로는 대표작 《천로역정》(1678)을 비롯하여 《죄인의 괴수에게 넘치는 은혜》(Grace Abounding to the Chief of Sinners, 1666), 《악인의 삶과 죽음》(The Life and Death of Mr. Badman, 1680), 《거룩한 전쟁》(The Holy War, 1682), 《속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 Second Part, 1684), 《소년 소녀를 위한 책》(A Book for Boys and Girls, 1686) 등이 있다.

목차
제1장 진노의 자식
제2장 우매자의 수고는 곤한 뿐
제3장 나는 거듭났는가?
제4장 가장 부요한 자: 그리스도께 회심한 자
제5장 내 사랑, 너는 어여쁘고 어여쁘다
제6장 영혼에 내리는 말씀의 단비
제7장 네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제8장 내가 너를 버리지 아니하리라
제9장 악에서 구하옵소서
제10장 별과 같이 비취리라
제11장 나의 달려갈 길
마치는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