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북부 히말라야 지역을 강타한 대규모 홍수로 수백 명이 숨지고 1,400명 이상이 실종된 가운데, 현지 교회와 국제 기독교 구호단체들이 도로와 통신이 끊긴 산간 지역으로 진입해 구조와 구호 활동에 나섰다.

크리스천 데일리 인터내셔널(Christian Daily International)이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국경 일대의 히말라야 강 유역 마을들을 물과 진흙, 바위와 얼음이 뒤섞인 급류가 덮치면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네팔 시시르 카날(Shisir Khanal) 외무장관은 이번 홍수를 최근 네팔이 겪은 최악의 재난 가운데 하나로 규정하며 불과 몇 시간 만에 마을 전체가 사라진 곳도 있다고 밝혔다. 도로와 교량이 곳곳에서 파괴돼 일부 피해 지역은 항공편 외에는 접근하기 어려운 상태다.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WEA)에 따르면 네팔에서는 라수와(Rasuwa) 지역, 특히 티무레(Timure)와 샤브루베시(Syabrubesi) 일대가 큰 피해를 입었다.

WEA는 현지 교회와 구호 지도자들의 말을 인용해 티무레에 있던 교회 6곳 가운데 2곳이 급류에 휩쓸려 사라졌다고 전했다.

관련 교회 네트워크에서는 기독교인 125명 이상이 숨졌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으나, 당국은 아직 수색과 피해 규모 확인이 진행 중인 만큼 최종 집계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네팔 전국교회협의회(National Churches Fellowship of Nepal)와 네팔기독교협회(Nepal Christian Society)는 수도 카트만두를 중심으로 긴급 대응에 나섰다.

세 개의 조사팀은 차량으로 접근할 수 없는 지역에 들어가기 위해 산악자전거를 타고 피해 지역으로 향했으며, 별도의 구조팀도 의료 지원 장비를 갖추고 현장 진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WEA는 긴급 구호를 위해 모금된 기금이 이 두 단체를 통해 현지에 전달되고 있다고 밝혔다.

네팔기독교협회의 딜리 람 파우델(Dilli Ram Paudel) 목사는 실종자와 유가족을 비롯해 구조·의료 인력의 안전, 피해 지역의 교회와 가정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장에서는 접근성 확보가 가장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교회 지도자들에 따르면 상당수 지역에서 전기와 이동통신, 무선통신이 끊겼으며 수천 명이 외부와 연락이 단절된 상태다. 피해 지역 도로의 40% 이상이 파괴되거나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남침례회(Southern Baptist Convention) 산하 구호기관 센드 릴리프(Send Relief)도 현지 협력 교회들을 통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센드 릴리프는 쌀과 렌틸콩, 식용유, 소금 등을 담은 식량 꾸러미와 거즈, 소독제, 파라세타몰, 비누 등 응급 물품을 준비하고 있으며, 집을 잃은 가정을 위한 간이 텐트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호 트럭들은 낮 시간 동안 도로로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먼 지역까지 도달하기 위해 동이 트기 전부터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마리안 퍼스(Samaritan's Purse)는 재난 구호 전문가팀을 네팔에 파견해 2015년 네팔 대지진 당시 협력했던 현지 기독교 단체들과 함께 구호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 단체는 긴급 급식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방수포와 담요, 태양광 조명, 위생 키트 등을 항공편으로 수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랭클린 그레이엄(Franklin Graham) 대표는 지난 2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고립된 주민들이 헬리콥터로 지붕에서 구조되고 있다며 피해 주민들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월드릴리프(World Relief)도 현지 협력단체들과 연계해 식량과 식수, 긴급 물자를 전달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이번 재난은 큰비가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도 이례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라수와 지역의 나렌드라 파리야르(Narendra Pariyar) 최고행정관은 당시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당국도 갑작스러운 홍수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카날 외무장관은 지난 26일 오전 눈사태가 발생했다는 예비 보고를 정부가 접수했다고 전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 Geological Survey)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처음에는 규모 5.2의 지진으로 기록될 정도로 강한 진동을 일으켰다.

지질학자와 빙하학자들은 초기 분석에서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수천 피트 아래 계곡으로 추락하면서 홍수가 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충격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면서 얼음이 부서지고 대량의 물과 잔해가 한꺼번에 계곡 아래로 쏟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약 100명이 숨졌던 2021년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빙하 붕괴 사고와 유사한 양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급류는 티베트와 네팔 라수와 국경을 가로지르는 트리술리(Trishuli)강 계곡을 따라 마을들을 덮친 것으로 전해졌다.

네팔 재난관리당국에 따르면 실종자 가운데는 수백 명의 외국인 관광객도 포함돼 있다. 호주와 영국, 말레이시아, 미국 국적자들이 실종자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네팔에서 중국 국적자들도 실종됐다고 밝혔으며, 중국 관영매체는 티베트 지역 실종자 가운데 외국인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인도 외교부 역시 홍수 피해 지역에서 자국민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네팔은 몬순 기류가 히말라야 산맥과 만나는 지형적 특성으로 홍수와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이다. 2024년에도 수도 카트만두 인근을 비롯한 전국에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수백 명이 숨진 바 있다.

도로와 통신이 끊긴 지역이 여전히 많고 실종자 수색도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네팔 교회와 국제 기독교 구호단체들은 고립된 주민들에게 식량과 의료 지원을 전달하기 위한 현장 접근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