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림 속에서도 믿음으로 걷는다》 라는 이름으로 아내의 책이 두란노서원에서 출판되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추천사를 쓸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내의 책을 제가 추천한다는 것이 수줍음을 많이 타는 제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두란노에서 아내의 책을 편집해 주신 분이 제가 추천사를 쓰는 것이 좋겠다고 권면해 주셔서 쓰게 되었습니다. 추천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내가 책을 써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태어난 책입니다. 아내를 생각하면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사모가 누구이며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저를 따라 왔습니다. 그리고 눈물겨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늘 슬픈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기쁜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고생이 내 탓만 같아 미안함이 많습니다.
특별히 폐암 4기 판정을 받았을 때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아파야 하는데 아내가 저 대신 암에 걸린 것 같았습니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고, 함께 찬송하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이 그때 마다 우리와 함께 해 주셨습니다. 물론 고난이 쉽게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수술 없이 병 고침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아내는 수술 받으러 들어갈 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집안 일을 정리했습니다.
아내는 고난의 강을 건너고 험한 골짜기를 함께 통과했습니다. 저는 아내가 그 때 깨달은 은혜와 받은 사랑에 대한 감사를 글로 남기기를 원했습니다. 아내의 글은 단지 아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난 중에 함께 고난 받으신 하나님의 이야기입니다.
상처가 상처를 치유하듯, 고통이 고통을 치유하듯, 이 책을 읽는 분들의 상처와 고통이 치유되길 기도드립니다. 저희 부부는 고난 중에 있을 때 정말 많은 분들의 중보 기도와 사랑의 빚을 졌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이민목회자로 섬기는 저희 부부는 흔들림 속에서 믿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빅터 프랭클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의사입니다. 그가 경험한 고난은 혹독했습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극한의 고통을 겪은 사람입니다. 그에게 어떻게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때 그는 겸허하게 대답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그들만의 아우슈비츠가 있습니다.” 경탄할 수밖에 없는 깨달음입니다.
저는 이민목회자로 살아오면서 힘들지 않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웃는 모습 속에 숨겨진 그늘진 인생을 만났습니다. 밝은 표정 속에 담긴 슬픔과 눈물을 알고 있습니다. 제 아내만 암 수술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암과 투병하며 고난의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고난을 낭비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난을 삶의 성장과 성숙의 기회로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빅터 프랭클의 말을 들어 보십시오. “인간의 모든 능력 중 가장 인간다운 능력은 바로, 비극을 개인적인 승리로 승화시키는 것입니다. 고난을 인간적인 성취로 바꾸는 것이죠. 그러므로 삶은 말 그대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입니다. ... 즉 아우슈비츠 같은 극한의 상황과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삶의 의미는 존재합니다.”(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 이후』, 북하우스, 77쪽)
저는 최근 빅터 프랭클의 유작이라고 할 수 있는 《죽음의 수용소 이후》를 읽으면서 과거를 바라보는 새로운 배움을 얻었습니다. 그는 과거라는 창고 속에 있는 삶의 수확물을 소중히 여기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대부분 과거를 볼 때 수확하고 남은 그루터기 밭만을 봅니다. 가득한 곳간과 채워진 창고는 보지 못하고 간과해버립니다. 그곳에는 우리의 과거, 우리의 행위, 우리의 경험, 우리의 고통이 보관되어 있지요. 우리 삶의 수확물 말이에요.”(빅터 프랭클, 같은 책, 86쪽). 그는 우리가 과거라는 창고에 무엇을 들여놓을지에 대한 책임이 각 사람에게 있다고 강조합니다.
돌이켜 보니, 아내에게 고난의 경험을 책으로 남기라고 권했던 것은 과거의 창고에 담아둔 삶의 수확물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주길 원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인생이란 패키지 안에는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웃음과 눈물, 행복과 불행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우리가 인생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 속에는 숨겨진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문제는 불행이라고 생각하는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더욱 성장할 수 있느냐에 있습니다. 프리드리히 횔덜린(Friedrich Hölderlin)은 “불행을 딛고 설 때 더 높은 곳에 서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겪은 불행을 낭비하지 않으시고, 그것을 우리가 더 높은 곳에 설 수 있는 디딤돌로 사용하십니다.
흔들림 속에서도 믿음의 길을 걸으십시오. 어떤 사건을 만나든지 그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십시오. 의미를 추구하는 삶을 살 때 우리는 더욱 건강하고 성숙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인도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가운데 끝까지 믿음으로 승리하시길 빕니다.
목양실에서 강준민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