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 )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대신대 총장)
정성구 박사(전 총신대·대신대 총장)

월드컵은 축구 전쟁이다. 그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각 나라의 선수들은 축구에 생사를 걸고 있다. 특히 과거 식민지로 억울함을 당했던 나라의 선수들은 그들을 지배했던 나라들과 경기를 하는 날에는 말 그대로 피 틔기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그래서 축구 강국인 영국을 깨부수고, 네덜란드를 무너뜨리고, 스페인을 뒤집는 장면은 참으로 통쾌했다. 선수들은 그냥 축구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압도한 경기를 펼칠 때마다, 거기에서 오는 통쾌함 그리고 승리와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온몸에 땀이 범벅이 되도록 뒹굴고, 뛰고, 차고 하면서 생사를 걸었다.   

오늘날과 같은 형태의 축구는 영국에서 시작한 것으로 100년이 조금 지났다고 한다. 나는 초등학교 시절, 편을 갈라 축구 경기를 해 보았다. 그런데 6.25 직후라 모두가 가난해서 축구공이 없어서 새끼줄로 여러 번 뭉쳐서 공을 만들어 맨발로 차던 기억이 생생하다. 옛날에 경평 축구 경기가 있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29년부터 1930년대 후반까지 서울과 평양 선수들의 친선 경기가 있었다. 그때 서울 대표로 뛰던 선수가 후일 축구 해설도 했었는데, 하도 오래되어서 이름은 기억 못 하겠다. 

축구는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서로 간의 화합과 일치를 하는 데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나는 축구를 잘 모르고, TV 화면에서 자웅을 겨루는 시합을 보는 것도 짜릿함과 통쾌함이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본 경기 중 가장 잊혀 지지 않은 경기가 있는데, 1974년 독일과 화란의 FIFA 결승전이었다. 자웅을 겨루는 세기적 대결이었다. 두 나라는 이웃하고 있지만, 한쪽은 지배한 적이 있었고, 다른 한쪽은 지배를 당한 적이 있다. 마치 일본과 한국의 축구 경기와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말 그대로 축구 전쟁이었다. 

당시 독일은 전차군단으로 유명했다. 대표 축구 선수는 프란츠 베켄바워(Franz Bec-kenbauer)였다. 그는 세계 축구사에 길이 빛난 위대한 선수요, 별명이 카이저(황제)라고 불리는 선수였다. 펠레와 마라도나보다 더욱 전설적인 선수였다. 이에 맞선 네덜란드 오렌지 군단의 대표선수는 요한 크루이프(John Cruyff)였다. 그는 축구의 컴퓨터라고 불리 울 만큼, 자로 잰 듯한 정확한 슛과 돌파력의 미남 선수였다. 1974년 FIFA 결승전이 열리던 날, 모든 도시는 텅빈 듯 했고, 버스도, 승용차도 다니지 않았다. 모두가 TV 모니터 앞에 서서 세기의 대결이 어찌 될 것인가를 두고 가슴 졸이고 있었다. 경기는 독일이 우승을 차지했고, 화란은 패해 망연자실했고 실망으로 가득했었다. 그렇게 화란은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다. 시간이 흘러 요한 크라이프 선수는 암스텔담의 아약스(Ayax)팀을 이끄는 감독이 되었고, 세계 축구사의 위대한 별이 되었다. 

금번에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은 겨우 첫 승을 하고 난 후부터 삐거덕거리더니,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기고 결국 32강에 들어가지 못했다. 경우의 수를 기다리다 그마저도 이루지 못하고, 결국 감독과 선수들이 따로따로 입국하는 촌극을 벌렸다. 들리는 말로는 감독이 어느 선수를 마음껏 실력 발휘를 못 하도록 했다는 말도 있고, 서로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따지고 보면 월드컵도 축구 전쟁이기도 하지만 결국 돈 전쟁이기도 하다. 그러나 축구를 통해 거액의 연봉을 받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면 당연히 패전하는 것이 맞다. 

이번 월드컵을 보면서 남미나 아프리카 국가 선수들 중, 골을 넣은 다음에 양팔을 높이 쳐들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선수가 여럿 있었고, 가톨릭 국가의 선수들은 입장할 때나, 골을 넣었을 때 반드시 성호 곧 십자가를 긋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그것은 매우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과거 우리나라도 골을 넣으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리는 선수가 있었다. 바로 축구 천재 박주영 선수다. 하지만 불신앙 사회에서 그의 이런 모습은 온갖 모독과 비아냥에 시달려야 했다. 결국 그의 천재성은 뭍이고 말았다. 

유독 우리나라는 신앙적 자기표현을 하면 안 된다는 의식이 저변에 있는 것 같다. 그 외에도 비슷한 예들이 있었다. 특히 차범근 선수는 독일의 분데스리가의 프랑크 푸르트에서 '갈색 폭격기'라는 별명으로 불리 울 만큼 대단한 선수였다. 후일 그가 한국 대표팀의 감독을 했을 때, 위기의 순간마다 눈을 감고 기도하면서, 보이지 않게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그의 모습이 여러 번 카메라에 잡혔다. 그러자 언론은 그의 그러한 모습에 시청자들을 선동하여 감독의 자리에서 그를 퇴출하고 말았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축구 전쟁도 영적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 

땀을 흘리면서 운동하는 모든 선수들이 겪는 것 중에는 시기, 질투와 갈등이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축구, 야구, 배구도 중요하지만, 역시 인간애가 중요하고, 서로 사랑과 신뢰가 중요하다. 그러므로 스포츠 세계에서도 애국심과 신앙의 표현을 받아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 

듣기로는 축구팀에도 심리사가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앞으로 모든 국가 대표단에는 단목(團牧, Chaplain)이 꼭 있어서, 선수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용기를 주고, 희망을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