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거관리위원회 소식을 들으며 눈과 귀를 의심한다. 뉴스에 발표되는 사실이 진심으로 믿어지지 않는다. 이 정도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가진 집단이 그간에 보여준 오만과 특권의식을 생각하면 실소가 절로 나온다. 과도하고 부적절한 오만이다. 무능과 부패로 썩어 회생 불능 상태인 듯하다. 이런 선거관리위원회가 21세기 대한민국에 어울리는가?

그런데 더욱 우리를 당황케 하는 것은 뻔뻔한 선거관리위원회 태도다. 연일 드러나는 악성 소식에 자성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사퇴하는 사람도 없다. 모든 국민, 모든 언론 그리고 여야 정치권의 비판에도 그냥 버티고 있는 듯하다. 한국 선거관리위원회를 보며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진부한 격언을 생각했다.

요즘 유시민 작가의 발언이 뉴스와 정치권을 달군다. 많은 사람이 그의 발언을 문제 삼지만, 그의 말을 뜯어 보면 틀린 말이 없다. 특히, 절대 권력은 부패한다는 그의 지적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현재 이재명 정부의 난맥상에 올바른 지적처럼 보인다. ‘현 정부의 승패는 그의 말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이런 목소리가 정권마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역사의 도전과 응전을 주창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청어 이야기를 자주 인용했단다. 토인비가 전하는 청어 이야기는 이렇다.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청어는 북해나 베링해협에서 잡히는데, 청어는 런던에 오는 도중에 죽었다. 청어를 살려서 런던까지 실어 오는 것이 큰 숙제였다.

어부 대부분은 팔팔한 청어 대신 냉동 청어를 가져왔다. 살아있는 청어는 냉동 청어에 비해 2배 이상의 비싼 값에 팔렸다. 그런데 한 어부는 늘 살아있는 청어를 가져왔고 그는 돈을 많이 벌었다. 살아있는 청어를 가져와 파는 그 어부는 다른 어부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를 부럽게 지켜보던 다른 어부들은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한동안 침묵하던 그는 동료 어부들의 끈질긴 설득을 받고 “수조에 메기를 몇 마리 잡아넣으세요.”라고 했다. 이 말에 어부들은 “아니 메기는 청어의 천적인데 메기를 청어 수조에 넣어두라고요?”라며 웅성거렸다. ​

그를 따라 다른 어부들도 갓 잡은 청어 통에 메기를 넣고, 런던에서 확인하며 깜짝 놀랐다. 청어들이 팔팔하게 살아 있었다. 메기는 청어 몇 마리를 잡아먹었지만, 수조의 청어들은 매기를 피해 달리며 긴장 가운데 움직였고 청어는 기나긴 여행에도 살아 있었다. 토인비는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낳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음을 강조했다.

고대 로마는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개선 행진을 할 때 노예를 시켜 장군 귀에 대고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라고 속삭이게 했다.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으로, 전쟁의 승리로 환호 속에 개선하는 장군에게 ‘오늘은 영웅이지만, 너도 죽는다. 그러니 겸손하라.’라는 메시지다. 지성의 제국 로마는 제도적으로 메기를 키우며 생명력을 유지하려 했다.

지혜로운 실력자는 부패와 나태로 죽지 않으려고 메기를 두었다. 메기를 죽인 권자(權座)의 주인은 비참한 말로를 본다는 것이 역사의 가르침이다. 메기를 죽이면 청어가 죽듯이 우리도 죽는다. 정부나 여당에 메기가 필요하다. 야당에도 메기가 필요하다. 우리 인생 수조에 메기를 풀어 놓는 겸손과 지혜를 배우고 싶다.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대표).
(Photo : ) 강태광 목사(월드쉐어 USA 대표).